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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Oct 05. 2024

중얼거리느니 쓴다

    

    

    

 05  중얼거리느니 쓴다   /  김순호




     남들은 날 보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남의 행복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말해주고 

싶지만 "맞아요 난 너무 행복해요" 대꾸한다 그러나 혈관을 맴도는 '피의 혼'이 외친 

"그 속으로 네가 들어와 살아 볼래?"라고 아마도 행복은 타인에게만 보이고 불행은 자신에 게만 보이

는 것 같다 불행과  화해하자는 다짐을 한다


   햇빛과  바람 가득한 공원을  걷는다.  넓은  공원엔  아무도 없다. 바람이 말려  놓은 보송한 벤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엔  단독의 하얀 비행운을 그리며  누군가 걷고 있다. 또 다른 내가 있다. 우울을 피하려고 한 행동이  한 겹의 우울을 덧 씌우기도 한다.  


    광장 한쪽에  앉아  있는 낡은 피아노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친다  악보를 암보하지 못해 오락가락 반복하지만 보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친다. 어느새  갇혀있는 울분들이  빠져나와 건반을 뛰어다니며 치고 또 친다


    세상은 이익이 안 되는 인연은 모두 끊으라고 조언한다. 인간 관계도 거래를  하라 한다. 손해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을 세상은 성공이라 한다.  모두가  주문을 외우듯 행복만 남발하는  세상에서 난 잡히지  않는 행복의 단어를 매일 지운다.

     

       청명한 하늘 정수리에 이고 돌아서는데 빗방울  떨어진다. 빗방울 떨어지며  동그라미 그린다.  잠시 구름이  흘린  눈물이라  생각했는데  배신하듯 소나기  쏟아진다.  바삐 돌아서는데  문득 스친다.  '분노'는 폭발하는 문장이 된다. 같잖은  위로를 한다.   나는 다. 쓰지 않으면 그 독이 나를 죽일 것이다  백색소음  같은  숨소리를  들으며  중얼거리느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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