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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Nov 21. 2024

암탉은 말한다

<눈사람 자살 사건> 중에서



암탉은 말한다  / 최승호    



최승호 시인의 < 눈사람 자살 사건 >에  수록된 ' 글' 중

" 암탉은 말한다 "를 읽고  나는 한동안 먹먹히 앉아 있었다.


어떤 이는 이 글에서 배신을 느끼고 

어떤 이는 이 글에서 사랑을 느끼겠지만

모두 사랑의 단상을  우화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

깊이 감동하리라  생각된다.

세상에 모든 것은  다 변하기에  불같은 사랑도, 

영원할 것 같았던  믿음도, 시간이 가면 퇴색한다.

그러나  추억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이제 함께한 사랑을  배신이라 하지  말기를~ 

(글 전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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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탉은 말한다    /  최승호 



그 쥐새끼가  그렇게 교활한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지나친

호의를  경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유감일  따름

입니다. 처음에  쥐는  내 아름다운 가슴을  한번 만져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러라고 했죠.  쥐수염 난 주둥이로  가

슴을  문지르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그 다음에  쥐는

내 가슴털을   헤치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었답니다. 정말

시원했어요.  흙 목욕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죠.

그 다음에 쥐가 나를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가슴을 긁

어주는   줄  알았는데  가슴살을  솔솔  쏠아  먹고 있었던

겁니다. 살뿐만 아니라  내장까지  쏠아  먹고  있었 는데도 

이상하게  나는 황홀했죠.  즐거운  밤이 지나 새벽에 눈을

떠보니  가슴은 뜯겨  있고  내장들이  흘러나와  흙투성이

가  되었더군요. 창자를  질질  끌고  와서  이렇게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어리석고  불

쌍한  나를  흙구덩이에   좀 묻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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