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옆 건물에서 만난 6남매 고양이

깜이&사랑이 고양이 형제와의 첫 만남.

by Lee


깜이와 사랑이를 처음 만난 건 2022년 12월 겨울이었다.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외출 후 회사로 복귀하는데 옆 건물 주차장에 처음 보는 고양이들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마침 그 건물이 펫마트 건물이라 캔을 하나 사서 놔주니 바로 잘 먹었다. 사람의 터치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깜이 사랑이와의 첫 만남.


얘네 참 이쁘다~ 하며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내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 뒷 문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이 건물에서 태어난 고양이들이고 10개월이 된, 아직 아기고양이들이라고 했다.


앞에서 부터(희망이,망고,판이,장화)의 아기고양이 시절.


그리고 여섯 마리 중에 이 캔을 받아먹고 있는두 마리가 사람을 아주 잘 따른다고, 아는 사람 있으면 입양 보내고 싶을 정도라고, 아주머니 댁에는 이미 고양이가 두 마리가 있어서 나이도 많아 지금은 더 못 데려간다며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셨다.


순간 나의 생각도 빠르게 돌아갔다.

내가 데려올까..

하지만 바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깜이와 사랑이와 처음 만났다.



그날 이 후로 나는 수시로 그곳에 들렀다. 점심시간에 한번, 퇴근할 때 한번.

이미 식당 아주머니가 돌보고 있는 아이들이어서 창고에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물과 사료가 충분하게 있었지만 겨울이었고, 아이들이 잘 있는지 자꾸 궁금해졌다.

"망고, 희망이, 깜이, 사랑이, 장화, 판이..."


육남매의 식사시간.

한동안 가서 지켜보니 정말 깜이와 사랑이 말고는 곁을 주지 않았다.

10개월 정도가 되었다고 했으니까 곧 봄이 오면 발정이 나는 시기라 이곳을 벗어날 것이다. 깜이와 사랑이는 이미 사람에게 익숙해져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이제 사람손을 전혀 타질 않으며 야간 활동 반경을 점점 넓혀나가는 듯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난 고양이들.

나는 1년 전부터 귀여운 고양이들 영상에 푹 빠져있었다. 랜선집사라고 하던가.

그냥 예쁜 고양이 구경하는 마음으로 보던 건데 시간이 갈수록 이걸 계속 보다 보니까 나중에는 초보집사준비물, 고양이 키우는 집의 일상, 병원 가는 날 브이로그, 간식, 사료 등,, 꽤 구체적으로 진도가 나갔고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루틴처럼 찾아보게 되었다.

한 동안 그러다가 바쁘면 또 말고, 한참 또 보다가 멈추고, 그러는 중이었다.

자꾸 그런 걸 봐서 그런지, 어느 날 이렇게 고양이들이 내 눈앞에 정말 나타나버렸다.


아이들을 보러 다니던 그 시기에 나는 침대에 누워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캣타워, 화장실, 모래, 사료, 간식, 숨숨집,,, 또 뭐가 필요하더라,,,,

저 옷장 위에도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한 달쯤 되었을 때 나는 어느새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보고 오고 있었다.

이제 깜이랑 사랑이도 밤에 찻길을 위험하게 건너 다니고 있었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깜이의 경계태세. 용맹한눈빛!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했는데 옆자리 동료가 다급하게 알려줬다.

(내가 옆 건물의 고양이들에게 빠져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리님, 여기 주차장 앞에 까만 고양이 죽어있던데 보셨어요? "


나는 얼어붙었다.


"아뇨..? 어디예요? "

"주차장 입구 쪽에... 같이 가보실래요?"


나는 바로 따라나섰다. 온몸이 달달달 떨려왔다.

덩치가 큰 까만 턱시도 고양이가 좁은 골목 한가운데 누워있었고 그 주변 바닥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그 고양이의 털이 너무 예쁘게 반짝 윤기가 나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누군가 투명한 비닐과 돌을 이용해 얼굴을 가려놓았다.

얼굴을 확인해야 했다.


"얼굴을 봐야 하는데 못 보겠어요. 어떡하지? "


같이 나섰던 동료가 비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깜이가 아니었다.

깜이는 아닌데...


며칠 전에 본 아이 같았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에 있는 사료를 탐내는지 늦은 밤 한 번씩 나타나서 아이들을 경계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식당 아주머니 말로는 4살 된 고양이라고 가끔 와서 내쫓는다고 하셨다.

나도 며칠 전에 이 아이를 보았다. 멀리 사료 한 그릇을 내주었다. 내가 계속 왔다 갔다 하니 조심히 먹고는 금방 사라졌었다.

그 아이가 지금 내 눈앞에 피를 흘리고 누워있다. 눈도 감지 못한 채로.


이런 로드킬 사고를 눈앞에서 처음 마주한 나는 방법을 몰랐다.

구청에 전화를 했고, 환경과에 연결이 되었고, 전화를 끊고 나니 10분 만에 사람들이 왔다.

그 고양이를 까만 봉투에 담았다.


"아저씨 이 고양이가 어떻게 처리.. 되나요?"


"사실 이런 길고양이들은 보호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저희는 폐기 처리 하도록 되어있죠"


맞다. 내가 구청의 환경과에 전화를 했다. 환경과의 목적은 고양이 사체를 도로에서 치우는 것이니까.

시간을 돌린다면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어디 아무 데나 묻어줄 수 도 없다. 내 땅도 아닌데.

그렇다고 아이를 데려가 화장터에서 화장을 해 보내줄 용기도 없다. 그냥 어디 산에 묻어주면 안 될까? 뭐가 이렇게 생각할 게 많아야 하지.

이렇게 복잡할까.


그날 마주친 식당 아주머니께도 소식을 알렸다.

안타까워하셨지만 별 수 없었다. 잘 가라, 마음으로 빌어주는 수밖에.

그리고 나에게도 새 소식을 알려주셨다.

이 건물이 팔렸고, 5월쯤 이 건물이 철거예정이라고 한다.



건물을 부신다고?

.

.


그날 나는 결심했다.

깜이랑 사랑이를 데려오겠다. 나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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