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바깥생활을 마치다.

가자! 우리 집으로!

by Lee


2022년 2월, 마음을 정하고부터는 거침없이 준비해 나갔다.

이동장을 사서 아이들 공간에 가져다 두었다. 냄새를 집안에다 미리 묻혀놓기도 했다.

숨숨집을 사고, 캣타워도 사두었다. 화장실 세팅도 끝났다.

사료는 우선 아이들이 먹던 것과 같은 것으로 구비해 두었다.

그리고 디데이를 잡았다.


흠.. 3월 4일이 적당하네.”

날짜에 동그라미와 별표가 그려졌다. 당시 나의 일정과 음.. 어떤 느낌을 반영해 잡은 날짜였다.

식당 아주머니께 소개받은 동물병원에 수컷 고양이 2마리의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을 예약해 두었다. 아무래도 집에 데려갔다가 이후 다시 병원을 외출하기가 버거울 것 같았고, 무리여도 당일날 마치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아주머니께도 날짜를 말씀드렸다. 그날 와서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아이들이 가방에 들어갈 때 변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기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서 외쳤다.

“무조건. 무조건. 이 아이들은 우리 집에 간다!”

매일매일 마음을 먹고 나는 단호하게 움직였다.


드디어 디데이, 3월 4일이 왔다.

지원군으로 친구가 동행을 해줬다. 지금까지 내 옆에서 고양이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어온 친구다. 나의 모든 상황과 감정변화를 다 알고 있기에 같이 해주면 굉장히 큰 힘이 될 것 같아서 긴히 부탁을 했다.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큰 일을 겪을 때 항상 옆에서 그저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주는 고마운 친구다.


깜이는 순순히 가방에 잘 들어갔다.

문제는 사랑이!

처음에 나의 계획은 마따따비 스틱으로 유인해서 익숙해진 가방에 스스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근데 아주머니가 깜이를 슉! 너무도 쉽게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이제 사랑이 차례인데.... 사랑이가 눈치를 챘다.

아주머니가 발버둥 치는 사랑이를 안아 가방에 간신히 넣었다. 안에서도 발버둥을 치는데 케이지 문이 덜 닫혔는지 앞발이 한 짝 나와있었다. 다급한 순간!


아주머니의 손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곧 사랑이가 들어있는 케이지에 문도 다시 잘 닫혔다. 그러는 동안 나는 보았다. 같이 나와있던 망고와 장화가 눈이 동그래져서 도망갔다. 오늘로 이 아이들의 일상이 깨졌구나. 너희들 육 남매는 오늘 헤어지는구나. 인사할 시간도 못줘서 미안하다..

머리가 하얘져 멍을 때리고 있는데 친구가 내 손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택시 불렀어? 어디쯤이야?”

나는 정신을 다시 붙들었다.

“아, 다 왔어. 요 앞이야.

가방 문 잘 잡고 못 나오게 잘 잡아줘!”

아주머니는 깜이와 사랑이에게 울먹이며 인사했다.

“깜이야, 사랑아! 잘 가, 행복하게 잘 살아야 된다!”

그렇게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2021년 4월 12일 생 코리안 숏헤어 수컷 고양이 둘. 길고양이고, 금식은 못한 상태고, 기본적인 검사와 중성화 수술과,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길고양이지만 보살핌을 받았던 만큼 건강상태가 아주 좋았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이 모든 케어가 끝났으니 이제 데려가도 좋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까 병원으로 향할 때만 하더라도 이동가방 안에서 평소와는 다른 불안한 목소리로 살벌하게 울어대던 깜이와 사랑이었다. 지금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병원에서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마취가 덜 깼는지 조용하다.



정말 내가 고양이들과 집으로 가는구나. 잘 끝났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이 생각났다.

“망고, 희망이, 장화, 판이”

희망이와 판이 같은 경우는 요즘 며칠에 한 번씩 밥 만 먹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까 깜이와 사랑이를 데려갈 때 지켜본 건 망고와 장화다.


형제들이 가방에 넣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안할 것이다. 한 동안 경계를 하다가 봄이 되면 더 멀리 다닐 것이다. 그래, 5월이면 건물 철거를 한다고 하니까 지금부터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밥 자리를 여기저기 만들어줄 생각이지만, 익숙한 그 건물로 드문 드문 밥을 먹으러 오겠지.

그리고 어느 날 없어진 건물을 보고는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른다.


어미고양이는 새끼들을 낳고서 몇개월간 크는 것을 보고 금방 떠났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도 어미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한 번씩 와서 밥을 먹고 사라지곤 했었다. 어미고양이도 없어진 건물을 보면 많이 당황할 것이다. 음... 그런데 아빠고양이는 누굴까? 혹시 그 까만 턱시도 고양이였을까?...


어미고양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시간을 두고 TNR이라도 해주고 보냈어야 하는데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쯤에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그때의 난 깜이와 사랑이를 잘 적응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내가 데려온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니까.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지금 이렇게 몇 년이 지났어도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나는 아직 그 아이들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미안함은 내 마음을 파고들어 한 동안 머물다가, 깜이와 사랑이에 대한 더욱 큰 사랑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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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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