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조차 의심스러운 순간들
최근들어 자꾸 한 번씩 생기는 1박 2일의 출장 일정...
예전에는 애들만 두고 집을 비운다는 게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어지간하면 출장을 피하려고만 했다. 새해가 되었고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하다가 나는 드디어 합리화를 시작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늦게 들어오는 날도 있는데, 그게 거의 20시간 정도가 되었던 날도 종종 있었다.
그럼 1박을 할 때 저녁때쯤 케어해 줄 사람이 한번 방문해주면 하루 외박일정 정도는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케어를 해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 없었다면 생각도 못했겠지만 강아지를 오래 키웠던 친한 친구가 있다. 깜이와 사랑이를 자주보기도했고, 나의 평소 케어 루틴을 아주 잘알고있다. 그렇게 그 친구에게 정식 캣시터로 부탁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광주 출장이 있는 날! 일단 출근을 해서 오전업무를 봐야 한다. 점심때쯤 출발 전에 집에 들러서 마지막으로 화장실청소, 사료보충, 물교체, 간식세팅, 그리고 꽁냥꽁냥 놀아주기를 마치고 집을 나왔다.
케어를 해주기로 한 캣시터 친구는 퇴근을 하고 저녁 8시 반에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외박도 소화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이 후로 명절 때라던지 몇 번 이 시스템으로 외박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걱정할만한 것은 없었다.
이번 출장 스케줄은 저녁에 백화점 폐점 이 후에 진행되는 야간작업을 위해 떠나는 일정이다. 나는 저녁시간에 한창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친구가 방문하는 시간에 자세한 통화를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톡으로 미리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저녁시간이 되었고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시끄러운 장소에서 잠시 옆으로 빠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보이는 부재중 전화와 톡!
톡을 먼저 열어보았다. 대강 훑어본 카톡중에 한 문장이 크게 들어왔다.
-근데 사랑이가 안 보인다!?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고, 전화를 받은 친구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야! cctv 한번 켜봐 사랑이 있나 봐 봐!"
사실 나는 전화를 검과 동시에 홈캠을 열어보았고, 침대에 앉아있는 깜이와 사랑이를 보고 있었다.
"열어봤어~ 카톡 봐봐~~"
나는 친구에게 캡처를 한 사진을 보내줬다.
"어머, 얘진짜 웃긴다"
"왜 무슨일이야 ㅎㅎㅎ"
친구가 오늘 겪은 일은 이랬다.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에서 들어갈 때 거실에서 쉬고 있던 애들이 후다닥 방으로 튀어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밀려있는 카펫도 정리하고, 슬슬 할 일을 다 하고 놀이를 해주려고 찾아보니 깜이만 보이고 사랑이가 도통 보이질 않았다고 했다.
침대밑, 숨숨집 안, 베란다 모두 뒤져봐도 보이지가 않아서 앉아서 한참을 생각 했다고 했다.
'혹시 아까 현관에서 들어올 때 마침 배송이 와있던 고양이 모래 박스를 옮기면서 영차영차 들어왔는데.. 그때 혹시 나간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앉아있자니 깜이도 어리둥절하고 경계를 하니 놀이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고, 급히 츄르를 주고 좀 더 찾아보다가 결국 불편한 마음으로 집을 나왔다는 것이다.
분명히 아까 봤으니까 집안에 있을 텐데, 혹시나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나도 그런 순간들을 꽤 많이 겪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전에 살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거실의 소파, 하부를 막아놓은 검은색 천 떼기가 조금 뜯어졌다. 그걸 시작으로 고양이들은 소파 아래의 좁은 틈이 궁금했는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어느 날 사랑이가 안보였다. 집안의 어느 스폿에도 없었다. 한참을 찾다가 문득 생각이 난 소파밑에 플래시를 비춰보니 천을 뜯고 내부에 들어가서 각목에 새초롬하게 앉아있었다. 강제로 빼낼 수는 없었다.
스스로 들어갔으면 어디든 나올 틈도 있겠지.. 그렇게 그냥 두었더니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며 기어서 힘들게 나오더라.
그리고 곧바로 소파를 뒤집어 검은색 천 떼기를 타카로 다시 한번 꼼꼼하게 막았다.
나는 사랑이의 소파 뜯기 습관을 끊어내기 위해 밤에 격한 사냥놀이를 하며 그 공간을 제발 잊어주기를 바랐다.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집에 엄마가 왔다.
한창 이사준비를 하던 때라 집안으로 뭐가 들어오고, 나가고, 내놓고, 버리고 다시 들여놓고 하던 시기였다.
현관을 열어놓고 작업하기 때문에 고양이들은 방에 들어가 있다. 현관문을 완벽하게 닫고서야 방문이 열리는 시스템으로 작업을 했다. 짐을 옮기는 작업을 마치고 엄마랑 밥을 먹으러 근처로 나갈 준비를 하고있었다
그런데 한참 준비하고 보니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서있었다. 나는 식겁을 했다.
"엄마 문을 언제부터 그렇게 열고 있었어?"
"방금 열었어 방금!"
"고양이들 안 나갔지? "
나는 일단 열린 현관문을 닫게 하고, 깜이랑 사랑이를 확인했다. 사랑이가 안보였다.
나는 굉장히 심란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일단 엄마 먼저 밖에 나가있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참을 찾았보았다. 있을만한 곳에 없었다. 집에 사람들이 오면 애들이 항상 숨는 세탁기 뒤쪽에 숨어있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밖으로 나왔다. (그곳은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지나가는 길냥이.. 멍하게 쳐다보는데.. 사랑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쟤 사랑이 아니야????"
나는 몇 걸음 뒤쫓아갔다.
"아, 아니네... "
밥을 먹으면서도 사랑이 생각으로 도통 집중을 못했다. 대충 먹고서는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는 내내 집중을 못하던 나에게 엄마는 확실히 말했다.
"내가 문을 열고있을때 고양이가 나온 적은 없어."
나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 눈으로 본 게 아니고 혹시나 모를 불안함이 자꾸 든다.
"알아, 집에 있겠지... "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나는 팔을 걷었다. 세탁기로 성큼성큼가서 사랑이를 부르며 뒤편을 다시 확인했다.
거울과, 핸드폰 카메라를 총 동원해서 확인해 본 결과! 사랑이는 거기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쳐서 잠시 멍을 때리고 있는데 문득 그 소파가 생각났다.
"아! "
소파밑을 보았다. 하도 까매서 도통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검은 천 떼기의 틈 들은 그 새 많이도 벌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을 때 그 동안 수없이 드나들었던 것 같다.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후레쉬를 켜고 여러 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갤러리를 열어보는 순간!
띠용
사랑이는 역시 여기에 있었다.
방문 잠금이 해제되고서 불안했던 사랑이는 그간 알아놓은 안전한 소파밑 공간을 선택했다.
고양이들은 늘 안전한 곳을 찜 해놓는다. 한 번이라도 찜 해놓은 곳은 절대 안 잊어버린다. 평소에는 안 들어가도 다음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여기로 오면 되겠군. 하는가 보다.
이렇게 분명 정황상 집에 있음이 확실한데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온갖 상상력이 동원되어 불안함이 극대화된다.
내 눈으로 두 번 세 번은 봐야 안심이 되는 이유, 아이들이 아무리 집에서 적응을 잘해도 외부인이 방문하거나, 집안에서 평소 다니는 퇴로가 갑자기 막혀있을 때!
급작스럽게 밖으로 튀어나가는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두고 있었다..
때문에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한다.. 조심해서 나쁠거야 없지만 이렇게 집안에서 종일 고양이를 찾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이날 이후 나는 다른것 보다 소파를 먼저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천으로 막아진 이런 소파는 안되겠다.
집 안에서 고양이가 문득문득 안보일때 불안한 이런 마음을 나도 알기 때문에 오늘 친구가 겪은 불안한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된것이다. 또 한편으로 친구도 오늘 같은 기분을 느꼈다니 뭔가 위로도 되고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일과 오늘 일을 되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집에서도 복도식 아파트 1층이라 무의식에 걱정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다.
현관 방묘문을 해놓아야겠다. 계속 불안해하느니, 해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