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목욕은 안 시키고 살아요

그래도 깨끗한걸요...

by Lee


"고양이 목욕"에 대한 주제를 놓고 이 분야의 전문가에게 묻거나, 오랜 집사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그 내용이 전부 똑같지는 않다.

나를 굳이 분류하자면 4년 차 고양이 집사.

우리 집 고양이들은 한 번도 물 목욕을 해본 적이 없다.

길고양이 출신의 고양이 형제를 왜 목욕을 한 번도 안 시키고 살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눈 구경중인 깜이와 사랑이

5년 전에 남동생이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를 4개월 정도 맡아서 키우던 때가 있었다.

급하게 1주일 정도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보고서 맞이하게 되었다.

한 마리는 '스코티쉬 폴드'였고, 또 한 마리는 장묘종인 '렉돌'이었는데 털 관리가 안되어 상당히 많이 냄새가 났다. 긴 털이 심하게 엉켜있고 동생이 셀프 미용을 시도했던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나는 급하게 펫샵에 데려가 목욕과 함께 미용을 맡겼고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서로의 냄새를 진하게 맡고 지내왔던 둘인데, 렉돌 코코의 변신이 스코티쉬 폴드 레이에게는 당황스러웠나 보다. 미용을 하고 홀쭉해진 코코를 보고서는 올라타서 마운팅을 하기 시작했다. (*마운팅 - 위에 올라타 목덜미를 물고 위협하는 서열을 가리는 행동. 또는 중성화 수술이 안되어있는 아이들에게서도 주로 나타난다.)


코코도 과도한 그루밍과 설사를 하며, 미용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물론 중성화 수술이 안되어있어서 둘 다 스트레스가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이후 중성화 수술을 하고 많이 나아지기는 했다. 나는 그때 경험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있었다. 가끔 털에 응가가 묻거나 하면 부분 목욕을 시켜주고 그러다가 동생에게 다시 돌려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깜이와 사랑이를 처음에 집에 데려오게 되었을 때. 이 아이들은 사실 목욕이 한번 필요하기는 했다.

길고양이 생활을 했고, 한 번쯤은 시켜줄 생각이었다. 다만, 집에 오는 당일 바로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기 때문에 며칠 적응기를 두고 시켜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중에 나와있는 고양이 목욕티슈를 사용해서 겉의 오염만 닦아주고 몇 주를 보내게 되었다.

뽀송한 깜이


아니 그런데 이 아이들이 너무 깨끗해졌다.

새하얗고 보들보들하고.. 내 기준에서 볼 때 빗질과 티슈목욕만으로도 굉장히 윤기가 나고 냄새도 안 났다.

이 평온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지내다 보면 털에 무언가 묻거나.. 그랬다면 마음을 먹고 한번 시켜볼 생각도 했을 텐데.

사랑이 같은 경우는 코숏 고등어로 완전 단모이고, 깜이는 턱시도인데 사랑이 보다는 털이 꽤 긴 편이다.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지금까지 몸에 뭐가 묻어있는 적이 없었다.

사실 모든 건 집사의 가치관에 따라서 많이 좌지우지되는 된다는 생각도 든다.

아기 고양이 때부터 집에 살았다면 자연스럽게 물목욕을 경험시키면서 좋은 기억으로 교육할 수 있었을 텐데.

성묘가 되고 나서 온 아이들을 교육시키기가 겁이 났다.

같은 맥락으로 양치와 발톱 깎기가 있다.

깜이는 그래도 집사품에서 가만히 몸을 맡기기 때문에 마음먹으면 목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는....


예민냥이 사랑이


사랑이 몸을 보면 '아비시니안'고양이가 생각난다. 몸이 근육질이고 탄탄해서 점프력이 좋다.

그런 이유로 발톱도 자주는 못 깎이기 때문에 깜이보다 항상 발톱이 길다.


지금도 양치시키기가 어려워서 칫솔질은 엄두도 못 내고, 사랑이가 졸려하는 틈을 타 치약을 손가락에 쭉 짜서 이빨에 쓱 한번 발라주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그것도 한번 당하면 줄행랑을 치고 한 동안 숨어있다가 슬그머니 나오곤 한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현재 우리집 고양이들도 목욕을 경험이없어 무서워하고, 집사도 목욕을 무서워한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청결도는 집사의 허용가능 범위에 있다.

나름 밸런스 조절을 하는 중이다.

가끔 우리 고양이들도 따뜻한 목욕의 맛을 안다면 더욱 호화로운 냥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싶기도 하다. 두려움 없이 그 목욕을 잘 경험하게 해 주기에 나는 아직 역부족이다..


대신에 건조함을 해결해 줄 <냥전용 미스트, 소독제, 목욕티슈, 빗질>로 우리 고양이들은 그래도 깨끗하게 지낸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들은 스스로 그루밍하면서 혀의 돌기로 털을 관리하고 오염도 제거하기 때문에 깨끗해서 목욕을 자주 시키지는 않아도 된다.


그렇다. 아예 하지 말라고는 안 했다. 당연히 야생고양이는 양치도, 발톱 깎는 것도, 목욕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집고양이는 사람과 같이 공간을 공유하고, 어떤 집은 침구류도 공유하고 살기 때문에 그래도 주기적으로 목욕을 시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집사인 내가 허용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사냥놀이중인 냥형제


내가 아는 어떤 집은 고양이 털미용과 목욕을 한~두 달에 한번 꼬박꼬박 하고 있다.

고양이도 거부반응이 없다. 그 루틴이 문제가 없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쯤 되면 고양이도 목욕할 때 기분 좋음과 끝나고 나서 먹는 간식들을 즐기는 거겠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집 고양이들한테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막상 이 아이들에게 목욕을 시키는 것은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적절한 범위에서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맞나?' 한 번씩 고민이 된다.


24년 겨울에 깜이의 유치가 빠지지 않아 염증이 나면서 병원을 간 김에 스케일링까지 해주었는데, 얼마 전에 사랑이도 한번 보자 싶어 이빨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어금니에 치석이 상당히 많이 쌓여있었다.

5살 기념으로 사랑이도 스케일링을 한번 해주려고 한다. 평소에 자주 양치를 해줬다면 이런 병원 나들이는 안 해도 되었을 텐데. 결국 집사인 내가 게을러서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


"무리해서 목욕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양치는 시킬 필요가 있다.. !"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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