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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Jul 11. 2022

헤어질 결심 -모임후기

모임 후기 

* 모임에 관심있는 분은 댓글이나 메일 부탁드립니다. 


12시부터 5시까지 5시간 동안 이 영화에 대해 논하였다.

이 영화의 제목인 '헤어질 결심'의 의미와 박찬욱의 필모에서 이 영화가 갖는 의미가 중점이었다. 

여기에 Sub로 필자의 박찬욱에 대한 비판은 호기롭게 답변을 하였으나, 생각도 짧은데 말을 워낙 조리 있게 못 하는 사람인지라 그 의사 표현이 정확히 안되어 돌아오는 길에 상당히 부끄러웠다. 


일단 제목에 대한 이야기이다. 

'헤어질 결심'은 JSA를 제외하고 '복수는 나의 것'부터 그 전작 '아가씨', 혹은 '리틀 드러머 걸'까지 인칭을 지시하는 대명사가 항상 나왔는데 이번 영화는 그 인칭이 나오지 않는다. 이 지점에 대해 컷님은 5초 이상 카메라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포착하여 데리다를 거론하며 '본질과 헤어질 결심'이라고 말씀하셨다. 사과님은 인물의 헤어질 감정에 주목했고, 나 또한 이것은 인물(주체)보다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하여 이런 제목을 쓴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에 자연스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이 부분이 멜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라는 지점이 있다.


영화 이론가들은 결핍이 멜로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결핍이 무엇이고  왜 멜로가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필자는 참 멍청하게도 "계급"이라고 했다. 영화 보는 내내 왜 탕웨이인가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찬욱은 탕웨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탕웨이는 색계로 일약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지금 한국 감독과 살고 있지만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다. 하지만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이중국적자인데, 그녀의 얼굴을 영화에 내세웠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인식되는 선입견은 '고풍스러움과 국적을 뛰어넘은 사랑의 이미지'이지 살기 위해 넘어온 '생활 밀착형 배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그녀는 영화 안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꽤나 유지하는데 박찬욱은 그녀의 얼굴과 몸에 상처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이것은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일명 약소국 배우자를 한국 남자들이 폭력적으로 다룬다'라는 편견과 서사를 만들고 싶어서인데 이 폭력에 "계급론"으로 만들기 위한 박찬욱의 노력이 들어갔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이 '멍청하게도'라고 앞 문장에 굳이 언급한 이유는 두 사람이 계급론을 뛰어넘을 노력을 하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에 백년해로의 의지가 보이지 않고  파이란에서의 어긋난 찰나에 영화는 더 주목한다.  그 찰나는 이미지의 순간이 아닌 언어와 마음이다. 어쩌면 결핍은 정착에 오는 것이 아닐까?  그 마음과 언어라는 담지 못하는 찰나는 정착이 불가능하다. 이포라는 공간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며 서래의 호미산과 그녀를 만나러 갈 때 나오는 안개는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그 이포와 호미산이라는 가상의 도시와 산의 설정은 기괴해 보이는 것은 여전하다. 

그녀가 해준의 의식을 고쳐줘 진실에 다가가게 만듦에도 불구하고, 이포와 호미산이  실재해야 한다는 감독의 믿음이 너무 들어간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 이포에서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 에너지 공급과 법의 질서 유지(이정현, 박해일)가 이루어지지만 원전은 드라마 소재로 소비되어 가고 있고, 법의 질서는 '무능'이라고 할 정도로 진실과 사실에 다가가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곳이 단순히 '가상'이라는 소재로 쓰이는 순간, 국가의 기능마저 휘발적인 또는 장르적인 소재로 쓰이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되 소재로서 건드리는 태도에서 불편했는데,  물론 박찬욱은 '그게 뭐가 문제야?'라고 되묻겠지만 '동시대에 살고 있는 관객'이 상영이 끝난 다음에는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관객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시민'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의 수용의 문제가 너무나도 복잡해진다. 


특유의 무국적 적성과 함께 관객을 아나키스트적 태도로 돌려버려는 그의 살벌한 영화적 쾌락이 이 영화에도 있기에  그의 전작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른 차이점들이 엄연히 존재하기에 하나의 감독론으로 통과하는 것은 매번 실패를 하였다. (그의 아나키스트적 자격은 언제나 '교양'을 필요로 한다. 필자가 강렬하게 저항하는 지점도 여기이지만..  )이 지점에서 혜안을 준 것은 편리왕님이었다. 박찬욱은 낱개로서  고유의 세계를 만든 것이라는 말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려던 필자를 잠시 멈추게 한 대답이었다.  특히 이 영화를 제대로 통과하신 사과님이야말로 진정한 관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정확한 쇼트의 배치와 조명을 언급함으로써 시네마적 효과를 강조하셨다. 


가장 마지막까지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이미지와 언어의 상관관계이다.

이 영화에서 모든 이미지들은 이분법적이며 스스로 이분법적 세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말은 이분법이 아닌 다층적이며 이것을 연결하는 것은 의식을 담은 매체이다. 사과님이 지적하진 이 영화의 특징인  '수평과 수직'이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에서도 적용이 되는 꼴인데 '복수는 나의 것'이나 '박쥐'에서 사운드와 이미지를 그저 서사에 배치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했다면,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는  갑자기 구조적으로 해체와 조립, 변증법을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박찬욱이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나, 왜 그가 갑자기 이렇게 바뀌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5시간 정도를 이야기 나누었지만, 마침내

도달한 필자의 결론은 박찬욱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영화는 제대로 본건지도 의문...


 



p.s  이상하게도 계속 넘으려고 하다가 상징과 기호에 의해 자빠지는 순간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 때문에 분했다.

필자가 너무 옹고집 피우는건 아닌가 생각도 들기도 하고..결국엔 모임 끝난뒤 혼자 장고를 거치다가 세월호 이야기 까지 뻗었다. 아이가 그 세계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 물속에 들어간체 미결로 끝난 이야기. 무능하지만 권위를 찾는 국가.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 너무 과대망상..ㅎㅎ 



결론 -공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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