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백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프닝에서 이미 '선전포고'를 한다.
그 '선전포고'는 모든 이들이 꿈꾸었던, 하지만 90년대 애니메이션에는 다루지 못한 산왕전을 이제 다룰 거라는 '선전포고'임과 동시에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선전포고'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 옆쪽에 50대로 보이는, 머리에 흰머리가 나신 (아마도 안 감독과 동갑일) 아저씨들은 연신 '그래!!'를 내내 외쳤고, 뒤에 앉아 있던 꼬마애는 '아빠. 아빠가 좋아하는 정대만이 저 사람이야?'라는 질문을 쉼 없이 던졌다. 그 시절, 청춘을 농구로 배웠던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필자도 그 당시를 지나갔던 사람이니깐, 영화 내내 벅찼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코트를 가르는 장면뿐 아니라 이 영화가 자주 쓰던 '플래시 백'이었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주인공을 송태섭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자신이 나이가 들면서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 당시에 발언권을 주지 못한 사람에게 영화가 배려할 수 있는 방식은 '플래시 백'임을 생각을 해보자면 이 영화적 기법은 꽤나 예우가 듬뿍 담긴 방식이다.
조금은 자주 쓰이는 '플래시백'이어서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 만화 자체가 모든 이들의 기억을 기반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하면, 송태섭의 플래시백은 새로운 이야기이다. 그러니깐 영화적 방식인 플래시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우리의 기억을 스스로 플래시백 하게 만들며 경기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다. 오히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최대 난제는 새로운 이야기보다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긴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였을 것이다. 이 문제의 답으로 선택된 3D는 산왕전에 익숙한 사람들마저 긴장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후반부 침묵의 시간. 그리고 엔딩.
감독이 말하는대로 '퍼스트'의 느낌을 다른 세대에게 줄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지만 , 영화가 끝나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던 앞에 있던 여성분이 동성친구분에게 말했다.
'와 이 영화 너무 박진감 넘쳐!!'
다행이다. 아직 이들의 열정이 '퍼스트'로 받아드려질수 있어서.
P.S
1. 필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볼 때 더빙을 고수해서 더빙으로 보았는데, 자막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더빙이었다. 강수진씨의 목소리가 튀어나올 때의 쾌감이란!!
2. 이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오프닝이었지만, 송태섭이 모두를 불러놓고 '이기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야말로 감독이 이 영화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