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ny Jun 25. 2022

탑건

제국은 오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제국의 역습


탑건이 36년 만에 속편 제작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사실 불안했다. 톰 크루즈를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토니 스콧도 없고, 돈 심슨도 없는 마당에 한물간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톰 크루즈만으로 이게 될지가 의문이었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미군 선전영화였기 때문이었다. 21세기- 에스피오나지 영화조차 냉전의 반성을 담고 행동하는 마당에 미군 선전영화라니..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의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 이야기가 현실과 굉장히 밀접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서 나오는 단어 '나토'는 꽤나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나토 대신에 행해지는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의 출격은 미국의 힘을 재확인하는 일종의 남근적 사정이다. 

그 힘이 적의 활주로를 무력화 시켰을 때, 이것은 마치 러시아를 향한 포효처럼 보이는 착각까지 들게끔 한다. 

하지만  '나토'와 우라늄, 테러단체라는 불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는 이것이 전투라기보다 일종의 훈련 시뮬레이션처럼 보인다.


추락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매버릭은 영화 초반 한번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다크 스타 프로젝트가 예산 삭감을 당하지 않도록 그는 무리한 비행을 나선다. 이때 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주에서 부감으로서 그의 동선을 보여준다. 그의 비행은 상공을 날아가는 느낌이라기보다 우주에서 행성을 지나는 활공처럼 보인다. 

그 활공 속에서 그가 무리한 운행으로 추락을 할 때, 영화는 그 추락하는 비행기의 잔해를(심지어 대기권 충돌로 인해 소각이 된다.) 보여준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죽었어야 하지만, 너무나도 태연하게 사지가 멀쩡한 상태로 어느 마을의 Bar로  들어간다. 매버릭의 등장에 당황해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가 묻는다.

"여기가 어딥니까?" 소년이 대답한다."Earth"

영화는 후반부 매버릭을 다시 추락시킨다. 그는 루스터를 구하기 위해 다시 작전지역으로 돌아왔다가 격추당한다. 이번에도 영화는 그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히도 박살 난 비행기는 활활 타면서 산 쪽으로 사라지지만 톰 크루즈는 여전히 죽지 않고 설원에 누워있다. 

분명히도 다른 영화였으면 개연성 문제를 거론하겠지만 이상하리만큼 개연성 문제를 짚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오히려 톰 크루즈가 어떤 것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러한 리듬은 오직 80년대 액션 영화에서만 가능한 리듬감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좀 다르게 생각해 보고 싶다.


불시착



다크 스타 프로젝트 이후 애드 해리스는 톰 크루즈에게 무인전투기의 시대가 눈앞에 왔다고 말을 한다. 

그의 경고에 톰 크루는 아주 명료하게 대답한다."오늘은 아닐 겁니다"

실제로 영화는 그가 두 번 추락한 이후에 더 큰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추락은 우리가 알고 있던 추락이 아닌 것이다. 그가 Dark Star를 어쨌건 성공시켰고, Earth라는 곳에 도착했다는 것에서 좀 더 확장해서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싶다. 전투기 조종사인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쓴 뒤 사하라에서 사라졌다. 다들 그가 추락사한 것이 아니라 어린 왕자를 찾으러 떠났다고 하였다. 영화에서 보여준 매버릭의 추락은 그저 추락이 아닌 할리우드를 위해  불시착한 것이지 않을까? 며칠 전 무인 스턴트 기계가 관광객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고장이 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무인 전투기의 대세처럼 이제 모든 액션들은 CG와 무인 스턴트 기계로 대체 될 예정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원래 담고자 했던 것이  몸의 활동임을 온 몸으로 증명하기 위해 불시착한 또 다른 히어로, 또 다른 슈퍼스타인 셈이다.


다시 활공으로 


그는 두 번이나 영화의 세계에 불시착함으로써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동선이다. 그가 처음에 영화에서 등장할 때도 어둠 속에서 밖으로 나가면서 시작하였고, 페니의 창문에서 뛰어내렸으며, 페니의 가게에서도 쫓겨났다. 후반부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인양 받을 때는 어떠한가? 그는 프레임 안에서 프레임 밖으로 끊임없이 나가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불시착한 이유를 완료하겠다는 의지이다. 그 의지는 영화 내의 미션인 2:30초를 넘어. 30분에 육박하는 액션 시퀀스로 확대된다. 관객은 이 어마어마한 쾌감을 거부할 수가 없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바스트 샷으로서 한정된 공간으로 시야를 제한 시켰는데 이것은 전투기의 속도와 긴박감을 공유하고, 시선을 다른 곳에 두지 못하게 한다. 비행기의 전면은 오직 비행기 전투조종사들만이 볼 수 있다. 관객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긴박한 표정을 보며 그저 이 비행이 안전하게 끝나는것 뿐. 

비행은 성공적이며 오늘도 그는 미션을 수행하였다. 노을을 앞에 두고 떠있는 비행기.

할리우드의 생텍쥐페리는 영원히 활공한다. 제국의 힘과 함께 




작가의 이전글 아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