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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Oct 07. 2023

Old Money Look

Young and No Money 가 필요한 건 패션 트렌드가 아니다. 

엄마! 제발 옷 좀 예쁜 거 입어! 


패션에 예민한 딸아이가 툭하면 내게 던지는 말이다. 

물론 나도 한때 멋이라는 걸 내고 살았다.  하지만 멋을 낸다는 건 정말 매우 부지런해야지만 부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일주일에 8일을 (오타 아니다.  정말 일주일이 8일인 것처럼 분단위로 나눠 일하고 있다) 일하고 가르치고 살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잠자는 시간 아껴가며 그 틈에 글을 쓰는 나에게 멋은 가장 나중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사 빠진 사람처럼 혹은 세상에서 가장 촌스러운 모습으로 다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미대 나온 여잔데... 멋은 부리지 못해도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려는 아주 아주 최소한의 노력 정도만 할 뿐이다. 


어린 딸아이가 원하는 패션은 풀메이크업에 머리를 늘어뜨리고 큰 귀걸이에 하이힐을 신고 치마를 입는 것이다.  아직 꼬맹이에게 큰 귀걸이와 하이힐과 치마는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선택이라 여겨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실 엄마는 늘 머리를 질끈 묶고 있고 뿔태 안경에 힐은커녕 세상 가장 편한 신발과 바지를 입으니 녀석에게는 엄마의 멋없음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Old Money Look 이 요즘 유행하는 패션의 트렌드라고 한다.  종종 뉴스와 릴에서 보이는 이 문구가 눈에 쏙쏙 들어오는 건 Old와 Money라는 두 개의 단어가 내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올드하고 돈이 절실해서 스스로를 자본주의 노예라고 칭하며 살고 있는데 올드 머니 룩이라니 이건 분명 나를 위한 패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필요한 나이 많은 아줌마 룩? 이 얼마나 신박한가. 어쩌면 내 딸아이의 바람을 만족시켜줄 만한 멋진 패션 아이디어가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렇게 해서 Old Money Look 찾아보게 되었고 똘똘한 알고리듬이 척척척 또 보여주고 보여주니 대충 어떤 느낌의 패션인지 알 것 같았다. Old Money Look은 돈이 필요한 나이 많은 아줌마의 룩이 아니라 돈이 늘 있었던 부유한 여성의 패션이었던 것이다.   

돈이 늘 있었던 부유한 여성은 명품로고를 보이며 내가 얼마나 비싼 브랜드 옷을 입었는지 자랑하지 않을게다. 그녀는 매우 단정하지만 우아하고 우아하지만 너무 화려하지 않은 절제된 세련미를 풍긴다. 마치 늘 평생 이렇게 입고 쓰며 살았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한다. 늘 그렇게 입고 쓰며 살았을법한 부유한 여성의 패션이 상징하는 건 돈 좀 있는 부유한 사람으로 나를 꾸미고 싶다는 바람이 바탕이 된 트렌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부유해지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부유해지고 싶은 바람과 부유하게 보이고 싶은 바람은 매우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건 분명 소셜미디어 시대가 만들어낸 사회적 반응이라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남들에게 보이는 내가 더욱 중요한 시대와 세대. 


다들 나보다 행복해 보이고 잘 나가고 더 좋은 차와 집에 남자 친구 여자 친구도 능력 있고  돈 많고 집안 좋은 배우자에 자식새끼도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는 인스타에 페이스북에 늘 존재하고 그놈의 상대적 박탈감은 자꾸만 날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가. 그래서 영끌을 해서 쇼핑을 하고 영끌을 해서 주식을 하고 영끌을 해서 코인을 하고 어떻게든 그 절망의 고리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친다. 그런 사람에게 가장 최상의 패션은 Old Money LooK. 이것은 꽤 멋지게 날 포장할 수 있다.  물론 Old Money Look은 참 매력적인 패션 트렌드다. 옷을 매치하는 것도 그 색감의 하모니도 멋진 패션이다. 노련미와 성숙함을 돋보이게 하는 프로페셔널한 멋이 있다.  하지만, Young and no money인 이들의 현실은 막막하다. 가뜩이나 일자리는 없고 경쟁은 치열하니 어떻게든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고 경력에 한 줄 하나 더 집어넣는 게 인생 최대 목적인 세대다. 너무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데 나보다 잘난 연놈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매번 느끼니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금수저 입에 물고 살아온 사람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New Money가 들어올 수 있는 기회 아닐까?  


그렇다면 그 기회는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윗세대다. 

진짜 Old Money Look의 주인공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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