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Oct 15. 2023

40대의 성장통

제대로 사는데 필요한건 말랑함이다.

서양난을 키우는 게 취미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느낀 건, 이 작은 식물이 내게 주는 위안이 있기 때문이다.


웃기지 않은가? 이깟 작은 식물 따위가 뭐라고.  하지만, 이 작은 녀석이 새로운 잎사귀를 밀어내고 꽃 봉오리를 품고 뿌리를 뻗어갈 때마다 내게 말해준다.


“나 살아있어!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살아 숨 쉬고 움직이고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고! 날 좀 봐줘! 여기 봐! 새살이 돋고 있는 거 보여? “


그렇게 성장하는 녀석을 볼 때 내게 가장 큰 기쁨이 되는 건, 내가 녀석을 잘 키우고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그 확신이 기쁨이 되어 의심을 물러가게 한다.


제때 물을 잘 주고 있구나

적당한 햇살을 받는 곳에 잘 뒀나 보다

습도와 온도가 적당하니까 잘 자라는 거겠지?


녀석의 싱싱함은 내 의심과 불안을 물리친다.


너 잘하고 있어.

날 봐봐! 건강하게 잘 자라잖아!

의심하지 말고 지금처럼 이렇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인생의 수많은 길목에서 나의 서양난처럼 그렇게 내게 속삭여주었으면 좋겠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제대로 잘살고 있는지

내가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제대로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고 있는지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내가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세상은 그리고 내 인생은 서양난처럼 반응해주지 않기 때문에 의심이 쌓인다. 삶은 내 생각과 바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나는 매번 묻는다.


나는 제대로 잘 성장하고 있는가.


40의 성장은 나 자신에게 내 주변에게 또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주변에 좀 더 관대해지고 좀 더 말랑해지는 것이다.


말랑해서 굳어질 수 없는 생각과 태도.

그것을 연료로 빛을 내뿜을 수 있다면 나의 성장을 내가 아닌 주변이 알아볼 게다.





매거진의 이전글 Old Money Loo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