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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Sep 24. 2023

나만 알면 되는 거야

조용히 비밀스럽게 말이다.

90세 노인을 모시고 오신 70 가까운 어르신. 당신 귀도 성치 않은데 90세 노인을 향해 큰 소리로 말씀을 전하시니 병원이 쩌렁쩌렁 울린다. 처음에는 집안 어른을 모시고 오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교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라 돕는 거라 했다.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기를 꺼내 딸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는 내게 이런저런 자랑을 과자 봉지에서 과자 한 개씩 두 개씩 꺼내듯 그렇게 꺼내 내게 주셨다. 매우 일방적인 자랑 공격이었지만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건, 그 연세 대부분의 어른들의 낙이 자식 손주 자랑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가 꺼내는 이야기 속에 닿고 해져서 오늘 당장 바꿔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 지갑 겸 핸드폰 케이스에 눈이 갔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어르신은 시간이 날 때마다 운전을 할 수 없는 연세 많으신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계셨다. 참 다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그분이 굉장히 큰 규모의 호텔사업과 건설 사업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좀 지나 서다.  어딜 봐도 성공한 부자 사업가 같은 느낌이 없던 정말 너무나 평범한 어르신의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그가 다시 90세 어르신을 모시고 왔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분이 참 마음에 울리는 말씀을 하셨다.


"돈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부유한지는 나만 알면 되는 거야. 내가 알면 되는 거야"


내가 이 정도 먹고 걸치고 바르고 입고 신고 타고 다니는지 소셜 미디어에 보여줘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에게 너무나 필요한 한 마디라 생각했다.


나는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내가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왜 굳이 남에게 알리고 싶어 할까?

그것을 통해 내가 얻으려는 것은 부러움의 시선인가?

그럼 그 안에는 뭐가 덜 차서 남의 시선을 구걸하는가?


얼마 전 소셜 미디어 우연히 명품 언박싱 하는 비디오를 보았는데 그 이후로 똘똘한 알고리듬은 내 소셜 미디어에 차곡차곡 명품 언박싱 비디오를 올려준다.


마치 자기는 자랑하려고 만든 비디오가 아니라는 듯한 겸손한 말투(?) 속에 뒤에는 명품 박스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비디오를 한 참 봤다.

그들의 비디오는 단순히 명품 자랑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겸손하고 차근차근한 말투 속에서 그녀는 대중이 부러워해주길 간절히 구걸하고 있음을 알았다.


돈과 명품이 가득할지언정 뭐가 부족해서 관심과 부러움으로 허기를 채우려는 걸까?


그럴 때마다 다시 한번 인간은 얼마나 불안정한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70대 어르신의 그 한 마디가 큰 울림이 되었던 건 "내가 안다는 것"이었다.


내가 안다는 것.  

이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내가 무엇이 충분한지 무엇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부유한지... 그것이 꼭 물질이 아니어도 따뜻한 정서와 추억과 기쁨이 충분히 그 안에 채워져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는 것.  그것이 지혜라는 것을 알았다.


지식은 가득하지만 지혜는 늘 모자란 게 인간사 아닌가.


나중에 누군가가 지혜와 정서와 따뜻한 말과 위로를 언박싱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좀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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