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매번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도시락을 싸고 다니던 시절 사촌언니가 도시락을 싸준 적이 있었는데 언니가 손글씨로 점심 잘 먹고 좋은 하루 보내라는 쪽지를 넣어줬다. 그때 그 기억이 너무 좋았던 건 누군가에게 손글씨로 그런 메시지를 받아본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글귀가 언니의 사랑과 관심이라 느꼈던 순간이었기에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손 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
한 자 한 자 손글씨로 써 내려가는 처음과 끝의 순간을 오직 단 한 사람을 향해 쓰는 과정은 나의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하여 오직 그 사람만을 향하게 만든다. 내가 당신을 매일 생각하진 못하지만, 지금 만큼은 오롯이 당신만을 생각하고, 근황을 묻고, 나의 생활을 나누며 그립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내 편지가 말해줄 것이기 때문에 따뜻한 마음과 진심이 전해질 거라 생각한다. 물론 손쉽게 문자와 이멜, 소셜미디어로와 DM으로도 충분히 상대에게 하고픈 말을 쓸 수 있으나 이건 자판기 커피와 정성스러운 드립커피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쁜 카드와 편지지를 보면 구입하고 필기감이 좋은 펜을 알아두고 여러 개 사놓고 곁에두는 취미를 가졌다. 종종 멀리 사는 지인들에게 손 편지를 쓰곤 하지만 요즘은 딸아이에게 자주 쓴다.
매일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사는 아이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손 편지를 쓰나 싶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교류의 방법이 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종 아이에게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마음을 전한다.
네가 내 딸이라 너무 기뻐.
하나님이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시면 너처럼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가 되게 하셨을까?
너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멋진 아이야.
엄마 인생에서 가장 잘한 건 널 낳은 거야.
이런 이야기를 글로 적어 밤에 아이 방에 놔두면, 다음날 아이는 내 침대로 뛰어와 날 안아주고 편지 잘 읽었다고 고맙다고 하거나 아이도 답장을 써서 내 책상에 놔두곤 한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이는 더욱 명랑해지고 확신에 찬 하루를 보낸다.
나의 부모는 나를 많이 사랑한다.
나는 나의 부모에게 또 나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순간 아이는 불안과 의심에서 해방된다. 지금 뭐가 두려운가! 내편이 이렇게 든든히 있는데! 날 사랑한다고 구구절절이 표현해 주는 부모가 있는데 겁날게 뭐가 있겠는가!
사랑이란 게 그렇다.
표현이 되면 상대에게 든든한 방패가 되고 두려움과 의심의 방지턱이 되어 어려운 순간도 이겨낼 힘을 준다. 물론 사랑의 표현은 개인마다 여러 다른 방법이 있을게다. 물질로 표현되는 사랑이 있고, 정성스러운 끼니로 표현되기도 할 것이다.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과 여행을 가는 것도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어와 글로도 표현돼야 한다.
엄마 아빠에게 아낌없이 듣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게 해 줄 수 있는지 나는 내 아이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넘쳐도 낭비가 아닌 건 사랑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밤 보라색 헬로 키티 편지지에 아이를 향한 내 마음을 꾹꾹 담아 편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