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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Feb 22. 2024

사람의 영역

화성에 간들 사람은 늘 사람일 것이다.

거리낌 없이 쓱쓱 선을 긋는 딸 아이의 모습에 자신감이 있다. 망칠까 실수할까 그런 걱정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그린다. 그림을 보고 깔깔 웃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칭찬과 사랑 그리고 존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갖고 있는 힘이 있다. 그 힘은 나중에 기반이 튼튼한 성인이 되게 한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믿음으로 묵묵히 목적을 향해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런 칭찬과 관심 사랑 존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늘 불안하다. 굶주려 있다. 그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를 통해 굶주린 감정의 골을 채우고자 한다. 어린아이도 아닌 성인이 인정받고자 관심받고자 하면 주변은 피곤하다. 몸만 성인이고 정신은 어린아이에 머문 이들을 상대해 줄 만큼 관대하지도 여유가 있지도 않다.


채워지지 않으면 결핍이다. 물을 마시지 못하는데 갈증이 사라질 리 없다.  채워져야 결핍이 사라지고 물을 마셔야 갈증이 사라지지만 대부분 우린 그걸 못 채우고 상대에게 채워주지 못한다.


인간이 무슨 수로 그걸 다 하겠나. 물론 우리는 서로 친절하며 예의를 갖추고 관심과 칭찬을 하며 돌봐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지만, 인간은 매우 이기적이고 악한 존재라 따돌림을 당하고 낙오된 자들은 이 사회에서 늘 어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학을 통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들은 화성에 이주해서 살아갈 생각도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영역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목사님의 설교에서 나온 예문이었다. (어느 나라 어느 왕 때라 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는지 나의 뇌가 지워버렸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을 데리고 실험을 하나 했다고 한다. 아기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만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서도 아니 되고 안아 줘서도 안 되는, 즉 그 어떤 교감을 나누지 않았을 때 아기들은 어떻게 자랄까에 대한 실험이었다고 한다.


배도 고프지만 사람이 그리운 아기들은 배만 채워진 채 그 누구의 품에 안겨 따뜻한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고 결국에는 다 죽었다고 한다.


교감을 나누지 못하면,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면 배를 채워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인간은 사랑받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품에 또 다른 인간의 품을 대신할 과학이 있을까?


인공수정으로 실험관으로 수정란을 만들어 엄마의 자궁에 옮길 수 있지만 과학의 영역은 딱 거기까지만 존재한다. 한 인간이 인간답게 자라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선택과 노력이 깃든 양육이 있어야 한다.


아이를 때리고 밀치고 떨어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진다. 굶주린 자들에게 양육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맡겨진 아기들은 인간답게 살고 자랄 권리도 박탈당한다.


신은 이런 인간의 세상에서 또 얼마나 깊은 한숨을 쉬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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