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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Feb 12. 2024

난독증과 책 한 권

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괜찮은 사람을 키워내고 싶다. 

딸아이 친구 두 명에게 난독증이 있다.  둘 다 글을 읽는 게 힘든 친구들인데 1-2학년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학년이 올라갈 수 록 읽어야 하는 글도 많아지는 데다 수학도 읽어야 문제를 풀 수 있어서 학교 생활을 많이 힘들어했다.  딸아이가 학년에 비해 읽기 실력이 많이 뛰어난 편이라 선생님이 일부러 난독증이 있는 친구들과 짝이 지어 앉게 했고 그 친구들에게 종종 읽기와 쓰기를 도와줘야 했다.  대부분 딸아이가 맡은 일은 친구에게 글을 읽어주는 것이다. 문제를 읽어주고 스펠링을 도와주는 일이었는데 난독증이 무엇인지 알 수 없던 딸아이는 종종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기는 빨리 다음 쳅터로 넘어가고 싶은데 선생님이 난독증이 있는 친구가 다 이해하고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을 하니까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매일 책을 읽으면서 우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Wonder에서는 안면장애가 있는 아이가 얼마나 큰 용기로 살아야 하는지 또 왜 타인에게 친절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Auggie and Me에서는 각자가 지닌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Mazy Chan's Last Chance는 미국의 중국 이민자 역사 이야기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한국계 미국인의 역사와 가족 이민 역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읽는 책 Fish in a tree에서는 난독증 이야기를 읽고 있다. 

딸아이는 주인공 엘리가 겪는 난독증 이야기가 자신의 친구 이야기임을 알게 되자 더욱 적극적으로 친구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답답해하거나 불평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아이는 책을 통해서 친구들이 겪는 난독증의 어려움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오늘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점심을 먹다가 (그런 시간이 우린 정말 없다) 사람을 더 사랑하고 연민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남편은 아픈 경험을 해본 사람이 느끼는 연민과 사랑이 더 깊이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이 연민과 사랑을 더 깊이 느끼려면 예술을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의 기능은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작품으로 만들어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글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영화로 연극으로 공연으로 전해질 때 관객은 움직이고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은 여러 갈래의 감정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자기 인생에서 겪어본 감정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쟤도 나도 똑같은 사람이구나...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난 상상도 못 할 것 같은 일을 저 사람은 겪고 있는데 그 마음은 어떨까? 하고 말이다. 


난 예술이 인간을 사람답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Fish in a tree에서 Albert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겉으로 봐서는 별로 반응도 사회성도 없어 보이지만, 그 친구는 예리한 눈으로 친구들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한다.  오늘 그 부분을 읽는데 문득 그런 기도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리한 눈과 영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때 어떤 관계로 발전하고 서로를 어떻게 보듬어 주고 격려해 줄 수 있을지 알지 않겠는가.  우린 예리함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이고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할 때 서로의 믿을만한 기둥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딸아이는 난독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러자 친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고 더 이상 툴툴거리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 더욱 친절할 수 있게 되었다. 


딱 한 권의 책 때문에 말이다.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사람이 글을 써 내려가야 하는 이유가 동시에 다 들어 있다.

글을 쓰고 글을 읽자 그리고 나누자. 

우린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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