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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Feb 23. 2024

친절한 맥도널드 햄버거

친절을 택하라. 

"이 거지 같은 음식을 보라고!  먹고 싶은가! 매번 이딴 음식이나 가져다주다니!  이런 거 먹고 빨리 죽으란 얘기잖아!"


일주일에 한 번 남편은 그를 만난다.  살 날이 6개월 남짓 남은 사람들만 모이는 호스피스 병동에 할아버지 환자는 오늘 당장 먹고 죽어도 하찮아 보이는  병원 음식에 화를 낸다. 남편이 봐도 엉망인 식단이라 했다.  메디케이드 즉 정부보조 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과 아닌 이들은 죽음을 맞이할 장소도 음식도 다르다. 살면서도 돈돈 했는데 죽음을 맞이할 때도 돈이 없어서 괴롭다. 


남편은 그의 담당 간호사에게 외부 음식을 먹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간호사의 오케이 사인에 남편은 다음 주 그를 방문할 때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들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일주일이 지나 남편을 본 할아버지 환자는 또 욕을 섞어가며 배식된 음식을 좀 보라며 짜증을 냈다.  

"아이고~ 정말 음식 엉망이네요!  그래서 내가 오늘 깜짝 서프라이즈 준비 했습니다" 


그에게 맥도널드 햄버거가 들어있는 봉투를 전하자 그는 활짝 웃으며 맥도널드 햄버거를 꺼내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는 내내 남편은 뿌듯했고 오랜만에 짭짤한 패스트푸드의 맛을 느낄 수 있던 그는 행복했다. 


어느 때처럼 나와 남편은 커피와 티를 홀짝 거리며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나누며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가 가져온 평화와 행복의 순간을 이야기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에게 남편이 있는 건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였지만,  그 햄버거가 가져온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은 할아버지에게 깊은 인상남길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할아버지 환자의 질병과 노쇠해진 육체를 고칠 없기에 의사는 그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보냈을 것이다. 당장 언제 돌아가셔도 모를 육체지만 정신만큼은 맑았기에 죽음은 더 지독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대화 가운데 나의 노교수가 생각났다. 

83세의 그에게 건강은 나아지거나 덜 아픈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더 아프면 더 아팠지 나아지지 않는 게 늙는 거라 했고 그의 쓸쓸한 표정은 슬펐다. 그냥 슬픔이 아니라 깊은 슬픔이었다. 살아갈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이들만 지을 수 있는 그런 슬픈 표정은 이제 딱 절반의 인생을 살아온 우리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친절을 선택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들의 병세를 호전시킬 수 없고 삶의 버거운 짐을 들어주진 못할지라도 우린 친절할 수 있기에 친절을 택했다. 


햄버거 하나. 

안부 전화 한 통.

문 잡아주기.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하기. 

손 잡아주기.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에 친절을 담아 내 주변에 남편의 주변에 씨 뿌리듯 그렇게 말이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친절 말고는 답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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