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Mar 09. 2024

불편해도 봐야 한다.

내 맘 편하자고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 

오늘 하루종일 불안을 느꼈던 건 딸아이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은 총알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왜 학교에 있었을까? 누가 가지고 왔을까? 만약 오늘 누군가 총을 학교에 가져왔다면?  꼬리를 무는 생각과 불안과 몹쓸 상상력은 하루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다. 


총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 여기는 곳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총이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나라를 무너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 못하는 얼간이들이 가득하다. 정확히 그 얼간이들은 돈과 권력에 미쳐있는 정치인들과 NRA 다. 돈에 법이 만들어지고 다시 돈에 법이 엎어진다. 그래서 이 나라가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 초중고는 매 학기마다 학교에서 총기 사건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지침을 내리고 학생들과 함께 대피 훈련을 연습한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일 때는 가장 먼저 문을 닫고 문이 밖에서 쉽게 열리지 않도록 전화기 선을 이용해 묶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숨기도 한다.  물론 내가 가르치는 학교에서도 훈련을 한다. 전화벨이 울리고 비상사태라 여기고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학교 밖에 나갈 수 없을 경우 문을 잠그고 조용히 머물러야 한다. 락다운이 풀리면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이멜이 온다. 


총기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도망가는 일이다. 미친 듯이 죽을힘을 다해 도망가라. 도망을 칠 수 없다면 숨어라. 가장 안전한 곳에 몸을 숨겨라. 몸을 숨길 수 없고 대치해야 한다면 죽을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Erik Revelo는 국제사회의 문제를 매우 뜨끔하게 가르치는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품 Untouchble 은 특히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변화시킬 수 없는 악랄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임을 말한다.   악하고 못된 짓을 저지르는 어른을 십자가의 형상으로 만들고 그 위에 아이를 매달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모습으로 시리즈를 만들자 사람들은 뜨겁게 반응한다. 

때로 아이들을 작품에 이런 용도로 썼다는 걸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게 불쾌한 일인가? 현실을 직지하고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고 가슴 아프게 여기지 않을까?  사람들은 때로 불편한 자기 마음이 싫어서 무시하고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한다.  그래서 작가는 더욱 강렬한 채색과 사이즈를 대비시켜 작품에 눈이 가게끔 만든다.  불편해도 봐야 한다고.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여 변화를 가져오라고 말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보니 나는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 이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세상은 험하고 악하고 위험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나는 이 곱고 순수하고 밝은 아이를 어떻게 단련시키고 훈련시켜서 이 세상에서 살아남게 할 것인가?  하지만, 때로는 내 힘과 능력이 닿지 않는 일도 인생에는 종종 생긴다는 변수가 날 불안하게 한다.  오늘같이 총알이 학교에서 발견되면 말이다. 


나는 내 아이에게 총을 들고 누군가가 학교를 찾아와 너와 친구들을 헤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임을 말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무조건 도망치거나 안되면 숨어야 해. 만약에 숨게 되면 경찰이 올 때까지 숨소리도 내지 말고 말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숨어만 있어야 해라고 말이다. 너무 싫고 불편하고 불안하고 화가 나지만 그게 아이가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이기에 나는 가르쳐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양은 빛을 잃어본 적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