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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Feb 26. 2024

태양은 빛을 잃어본 적 없다.

그러니까 희망도 잃을 수 없는 것이다. 

내 눈앞에 수백수천 개의 태양이 펼쳐졌다. 매일 뜨고 지는 해가 이렇게나 많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었고 그 거대함에 나는 울컥했다. 똑같이 생긴 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진의 태양은 크기와 밝기와 하늘의 색 모두가 달랐다.   


Penelope Umbrico의 태양 시리즈는 뜨거운 한 방이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 가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태양 사진을 모아 모아 하나의 덩어리로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는 그 어떤 순간에도 빛을 잃지 않는 태양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겠거니 했던 하루는 사실 다 다른 하루였음을 보여주는 작품 앞에서 나는 울컥했다. 처음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나는 희망을 맛본 것이다. 당장 작품과 작가의 이름을 메모해 두고 깊은 우울감에 빠진 누군가가 있다면 꼭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지지난주 강의를 마치고 이 작품을 보여줬다. 늘 주는 작품 감상류의 숙제였다. 

"이 작품에 관해서 글을 쓸 거야.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줄 수 없어. 그냥 작품만 보고 너희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 작품과 네 삶 어딘가와 연결이 되는지 에세이로 써야 해. 이 작품이 누구 작품이고 언제 만들어졌고 사이즈와 재료 따위는 알 필요 없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작품만 보고 느끼는 걸 쓰는 거야."


며칠 전 "난 조울증 환자입니다."라고 시작한 에세이를 마주했다. 석양의 강렬함 만큼 그녀의 첫 문장도 그러했다. "어렸을 때 조울증을 앓고 정신병원에서 진단도 받았기에 약을 먹어요.  세상 사람들은 그런 날 보며 정신병자라고 하거나 미쳤다고 하죠. 정신이 나약한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살았어요.  그런데 신은 나를 이름으로 불러요.  세상이 날 향해 뭐라고 해도 신은 내 이름을 부르며 날 사랑한다고 하죠.  이 작품은 그래서 내게 희망입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태양이 뜨고 지는 건 창조자도 내가 매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알려주니까요"


그녀의 솔직함에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모자람 없고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한 삶을 보여주고 자랑함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요즘 시대, 그녀의 고백은 너무나 날것이었다. 고작 10점 하는 에세이에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던 그녀의 용기는 10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더 큰 울림은 매일매일 자신을 어르고 달래고 타이르며 삶의 양지로 끌고 나왔을 그녀의 노력이 이 작품과 맞아떨어져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었었단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던 나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난 쓰러지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라고 읽혔다. 


복근과 꿀벅지로 자기 몸 관리의 끝판왕임을 자랑질하고 도대체 무슨 돈으로 샀을까 싶은 에르메스 가방 언박싱하고 럭셔리 옷과 차를 보여주며 내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를 봐달라고 구걸하는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들어내는 건 어리석은 짓 일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는 가면을 써야 용납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정직함은 독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심히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달려라 하니 따위의 용기는 만화에서만 가능한 일 아닐까? 


평안과 안정을 얻기 위해 매일 싸우는 일은 오직 용기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 일지도 모른다.  나의 학생이 작품에서 희망을 보듯 난 그녀의 글을 보며 희망을 맛봤다.  

넌 그 용기와 정직함 때문에 잘 살 거야!


삶은 시선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내가 남을 바라보는 시선. 

그 두 가지가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외면의 관계를 말해준다.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집중하는가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일주일이 한 달이 평생이 달라질 게다.   저 많은 석양의 날, 얼마나 자주 행복과 불행을 느끼며 살아갈지는 순전히 나의 시선에 달린 건 아닐까? 태양이 한 번도 빛을 잃은 적 없듯 우리가 희망을 잃을 수 없는 건 정직함과 용기라는 렌즈로 나를 바라볼 때 가능하다.


내 용감한 학생의 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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