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없다
작년 여름 엄마가 키우던 호접난이 뜨거운 땡볕 아래 잎이 다 타버렸다. 나는 마치 수술방 의사처럼 가위를 소독하고 녀석의 타버린 잎과 줄기를 과감하게 잘라버렸다. 녀석은 더위를 먹은 듯 해롱해롱 했고 나는 녀석을 살리기 위해 온갖 애정을 다 쏟아부었다. 녀석도 내 정성을 느꼈는지 흐물거리던 잎은 단단해지고 가을이 되자 줄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녀석은 많이 아팠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자 꽃을 피울 수 있는 줄기를 키울 만큼 회복했던 것이다. 아주 작은 줄기가 밑에서 머리를 내밀 때 느꼈던 보람과 행복을 나는 지금도 지니고 있다.
한 개의 꽃만 폈던 녀석이 오늘 또 다른 꽃을 피웠다. 잘린 잎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우고 또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도 3개나 간직하고 있다.
잘려나간 잎의 상처가 아물고 녀석이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못하자 녀석은 성장했다. 사람이 살아가며 인생에서 얻은 생채기가 치유될 때 성장한다.
어느 목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우리에게 실패는 없습니다. 오직 경험만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경험이고 그것이 우리를 성장으로 이끕니다"
땡볕에 타버린 호접난도 치유받고 성장하여 꽃을 피우면 독생자 예수의 피로 치유받은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꽃을 피울 수 있는지 상상해 본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 실패는 없다.
오직 경험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