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은 주둥이가 아니라 온몸으로 보인다
20년은 더 된 이야기다. 꽤 유명한 목사라고 했다. 나의 지인은 꽤 유명한 목사가 방문하는 교회의 장로였다. 그는 꽤 유명하다는 목사가 묵을 호텔을 알아보고 있었다. 최고급 5 스타 호텔은 교회에서 조금 멀지만 꽤 괜찮은 호텔은 교회에서 가깝다. 앞으로 3-4일 부흥회를 인도할 목사님이 너무 교회에서 먼 곳에 지내시면 체력이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상급은 아니어도 괜찮고 깨끗한 호텔을 잡았다. 하지만, 꽤 괜찮은 호텔에 들어간 목사는 제대로 빡이 쳤다.
감히 주의 종을 이렇게 누추한 곳에 모셔? 괘씸한 것들!
그는 당장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불호령을 내렸고 비서는 내 지인 장로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주의 종을 최고급 호텔로 모시라고 했다. 그리고 비서의 마지막 한 마디는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했으니....
저희 목사님은 아무 속옷이나 입지 않으시니까 속옷은 오만 원 이상되는 걸로 준비해 주세요.
지금도 남자 속옷 한 장에 오만 원 이상하는 고가의 속옷은 꽤 비싼 축에 속하지 않는가? 오만 원짜리 빤스를 20년 전부터 입었던 그 목사는 분명 유행에 민감하신 분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 텔레비전에 나오던 유명 연예인들은 바지 밑으로 살짝 보이는 타미 힐피거 혹은 켈빈 클라인 같은 속옷을 보여주는 게 유행이었다. 남자 속옷 브랜드가 최신 유행의 끝판왕이자 부의 상징인 시절이었다.
그 당시 이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인 내가 들어도 어이가 없던 오만 원짜리 빤스 목사한테 듣는 설교는 과연 마음을 움직일 힘이 있었지 궁금했다. 대한민국에서 꽤 유명하다는 목사가 오만 원 빤스를 입던 오십만 원짜리 빤스를 입던 내 알바가 아니지만, 속옷 가격까지 얼마 이상은 입어야 할 만큼 고귀하신 분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영빨이 센 목사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의 영빨의 비밀이 오만 원짜리 빤스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부흥회 내내 오만 원 빤스 목사님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던 지인은 은혜의 도가니는커녕 환장의 도가니에 빠져야 했다. 고급 속옷부터 고급 식당까지 알아서 모시며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5만 원 빤스 목사는 당신 스스로가 그런 대접을 받아도 마땅한 훌륭하고 존귀한 사람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고 그의 굳건한 신념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다.
정말 그는 성도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위로를 전하고 결심을 하게 할 만큼의 영성 있는 설교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순진하게 묻는다면 단연코 절대로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그의 태도로 보여주는 그의 영성은 딱 오만 원짜리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만 원 빤스 목사는 수많은 교회가 찾는 부흥강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대중을 아우르는 말발로 성도들을 사로잡는 법을 터득한 종류의 목사였을 것이다. 종종 농담도 던져가면서 성도들 앞에서 1시간 2시간 지치지 않고 원맨쇼를 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의 말발에 가려지고 오직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목사인지 하나님께서 왜 자기를 통해 일하시는지 나열을 하고 끝을 냈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러 온 건지 목사의 원맨쇼를 보러 온 건지 헷갈린 성도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다른 성도는 모르겠지만, 내 지인 장로의 가슴에는 단 하나. 속옷을 당당하게 요구하던 거만한 목사의 모습이었다.
그다음 해에 또 다른 부흥회가 있었고 또 유명 목사를 초대했다. 내 지인 장로는 처음부터 그를 그냥 고급호텔로 모셨다고 한다. 불호령이 떨어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냥 원래 유명 목사들은 그런가 보다 싶어서 말이다. 그를 고급호텔에 내려주며 내일 모시러 오겠다는 말에 이 목사는 매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고 한다.
"이 교회는 헌금을 이런데 씁니까? 비싼 호텔에 성도들 헌금을 이렇게 쓰시면 저는 불편해서 이런 호텔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이 호텔 말고 교회 가까운 곳에 잡아주세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미리 알고 깨갱했던 내 지인은 5만 원 빤스 목사가 불호령을 내렸던 호텔에 그를 내려 주었다. 그리고 그 목사는 3일 동안의 부흥회 기간 동안 똑같은 양복을 입고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했다고 한다. 물론 비싼 속옷은 요구하지 않았고 내 지인은 그를 목사를 모시는 내내 정말 많은 배움과 은혜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둘이 성도와 교회를 대하는 태도는 딱 이렇게 나뉜다.
하나님이 두렵지 않은 목회자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목회자로 말이다.
누가복음 10장에서는 예수가 72명의 제자를 뽑아 2명씩 짝지어서 말씀을 전하고 병자 고치는 일을 하러 가라고 시킨다. 그리고 그는 72명의 제자들에게 말한다.
"너희는 지갑이나 가방이나 신발을 가지고 다니지 말며 길에서 인사하느라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라"
(누가복음 10장 4절)
아니 먼 길을 떠나는데 그런 것도 챙기지 말라고? 돈이 있어야 먹을 것이고 가방이 있어야 짐도 챙겨갈 수 있고 신발도 여유분이 있어야 걸을 것 아냐? 게다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병을 고치는 일을 해야 하는 우리가 길에서 사람들과 인사도 하지 말라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냐?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씀의 핵심은 본질에서 떠나지 말라는 예수의 간곡한 부탁이다. 말씀을 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전능하신 예수의 능력이 제자들을 통해 보이는 일이다. 병을 고치고 사람들을 위로하며 예수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그것만 해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며 인력이거늘 (추수할 건 많은데 일군이 없다고 하시지 않는가!) 거추장스러운 것을 걸치지도 말고 지니지도 말아야 할 이유를 주는 것이다. 본질이 아니고 핵심이 아닌 일에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직 말씀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런 말씀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목사들이 이끄는 교회에서 본질 없는 말씀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방 가득 신발 가득 지갑 가득 싣고 복음이 아닌 가십으로 자기 잘난 이야기를 설교랍시고 말이다. 교회는 핵심에서 본질에서 멀어지면 화려해지고 볼거리가 많아지고 원맨쇼가 많아진다.
예수 빼고 다 있는 교회! 와우~ 클럽이랑 뭐가 다른가!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오만 원 빤스 목사는 뭐라고 할까?
저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오만 원짜리 팬티를 구입해 달라고 성도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왜냐면 내 영성의 원동력은 고급 빤스이니까요라고 말할 수 있겠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격하게 흔들 것이다. 개소리라고.
어떤 이들은 히브리서 13장을 들이대며 말할 것이다.
"여러분은 지도자들의 말을 잘 듣고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자기들이 한 일을 하나님께 보고해야 할 사람들이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러분의 영혼을 보살핍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이 일을 괴로운 마음으로 하지 않고 기쁨으로 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에게 유익이 없습니다." (히브리서 13장 17절)
하지만 다시 한번 잘 읽어보자.
"그들은 자기들이 한 일을 하나님께 보고해야 할 사람들이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러분의 영혼을 보살핍니다"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보살피지 않는 이들과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성도를 보살피는 목회자. 이 둘을 분간하는 게 어렵겠나! 사람의 됨됨이는 평소 태도 말투 성격 세계관에서 고스란히 나온다는 걸... 우리 직장 다니면서 학교 다니면서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이성의 눈을 똑바로 뜨고 말씀 안에서 분별력을 갖아야 한다. 왜냐면, 세상엔 정말 너무 안타깝게도 목사가 되지 말아야 할 인간들이 목사가 되어 성도들 등골을 빼먹기 때무이다.
교회도 목사도 피해야 장땡인 이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성도의 분별력이 키워져야 한다.
그 분별력은 말씀과 상식에서만 생길 수 있다.
하나님은 매우 상식적인 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