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정리

요물과 함께 사는 법

원작자로 남아야 한다.

by MamaZ

요즘 애들이라는 말을 쓰면 마음 한구석 꼰대의 냄새를 풍기는 게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요즘 애들이 옛날 애들도 아니고 내일 애들도 아니기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은 꼰대스럽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니까 꼰대스럽게 들려도 글 쓰는 이의 단어의 한계라 치고 그런가 보다 하자.


챗지피티라는 요물이 생긴 이후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얼마나 쉬워졌는지 또 어려워졌는지 선생님들은 알 것이다. 궁금한 것들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잘 설명을 해주니 강의를 어떤 식으로 준비하면 도움이 되겠구나 싶어서 나 역시도 잘 사용하지만, 학생들 역시 내가 낸 주제의 에세이를 어찌하면 잘 쓸 수 있을지 요물에게 물어보는 듯하다.


개인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묻고 생각하게 하고 글을 쓰게 하는 게 내 수업의 목적이나 그 집요함 속에서도 학생들은 요물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잘 정돈된 글을 써서 내는 것 같다. 그런 에세이 속에서 사람 물씬 나는 글을 접할 때면 난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꼭꼭 담아 눌러 내게 나누곤 하는데 그런 글들은 요물을 통해 쓴 글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생각과 감정 또 경험을 풀어내는 연습이 요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는 중이다.


너무 간단한 웃고 울고 화내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지금 세대에서 웃고 울고 화내는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글과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그래서 매우 개인적인 경험을 들춰보고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람은 크루아상처럼 경험이라는 아주 얇은 레이어가 쌓이고 쌓여서 캐릭터를 만들고 상황에 대한 반응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얇은 레이어를 뚫고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쉽게 한 번에 답을 얻으려 하고 파악하려 하는 조급함은 인공지능이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 외에 더 깊이 파고들 수가 없다. 다각적인 눈으로 그 레이어를 한 겹 한 겹 들어내는 과정은 내가 나라는 사람을 좀 더 깊이 알게 될 때 그 시선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시대 요즘 사람들이 겪는 모든 생활의 시행착오에서 만들어지는 레이어들은 내 경험과 생각으로 만들어져 내 위에 차곡차곡 쌓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깊히 파악하고 묵상하고 곱씹으면 단단한 기초가 되어 나를 잡아준다. 그래야 요물도 요물 역할을 하고 나도 내 인생의 주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원작자다.

요물은 보조다.

이런 발란스가 얼마나 편안한 조화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매일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