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해지기 힘든 나에게 보내는 편지
새해 첫날 이불을 빨았다.
이불을 빤다는 행위가 유난히 의미 있게 느껴졌다. 새해가 되었으니,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그래서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헬스클럽에 가입하고, 책을 사고, 다이어리에다 꼼꼼히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각오를 적어 내려가나 보다. 작년보다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그 결심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요가 클래스도 그랬다.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새해에는 요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지 스튜디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처럼 20분 전에 미리 와 자리를 잡고 몸을 푸는 사람들은 괜찮았지만,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매트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들어와야 했다.
우리 가족은 2025년을 시작하며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썼고, 그것을 2026년 1월 첫날에 열어보기로 했었다. 편지에는 각자에게 바라는 모습과 위로, 응원이 담겨 있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쓴 편지를 내가 읽는다는 건 무척 생소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후회 없이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잘 산 거니 스스로를 칭찬해주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닥달하고 보채는 내가 아니라, “그 정도면 잘했다”고 말해주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낸 위로였다.
우리는 또다시 2027년 1월 첫날에 열어볼 편지를 썼다. 아직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그날의 나에게도 나는 응원의 말을 남겼다.
세상 살면서 내 자신과 잘 지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하고, 몸담은 분야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교회에서는 머리가 되고 꼬리는 되지 말라는 기도까지 받았던 세대다. 그런 세상에서 나랑 잘 지내면 루저처럼 느껴진다.
닥달하고 다그치고, 더 잘하라고 밀어붙여야 그나마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사실 정말 잘 산다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내 평안을 지키며, 그 평안 속에서 내가 잘하는 일들을 기쁨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삶에 기쁨이 없다면 그건 슬픈 인생이고,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가엾은 인생일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나를 한없이 가엾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오히려 날 보시며 미소를 지으시고, “짜식, 잘하고 있네”라고 말씀해주셨으면 한다.
따님은 올해의 목표로 성경을 많이 읽겠다고 했다. 오늘 식탁에 앉아 말씀을 읽는 모습이 참 예뻤다.
2026년의 계획들이 틀어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실패하거나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다면 그것은 낭비가 아니라 레슨이니까. 그냥,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