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시선
지독하게 억울했던 순간들은 삶의 쓴 뿌리를 더 깊게 한다. 너무 속이 상하고 억울했던 그 순간, 울분이 터져 나오고 소리조차 낼 수 없어 속으로 삭여야 했던 순간이 모이자 하늘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왜 신은 침묵을 하는가.
왜 신은 이리도 가혹한가.
욥기를 읽으며 가슴 깊이 나와 내 주변 인들의 억울함에 대해 묵상하게 한다.
우리의 삶은 왜 그리도 억울한 순간들이 많을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던 그 순간, 우리는 너무 연약했고 신은 침묵 했고 처한 환경은 척박했다.
욥의 신음은 하나님을 향한 분노로 이어지지만 하나님은 침묵하신다. 욥의 고통을 이해하는 이는 하나 없고 친구들은 구구절절 그를 가르치려 든다. 마침내 하나님은 욥에게 말씀하시지만 욥의 고난과 고통의 이유는 말씀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욥의 고통에 대하여 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는 대신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설명하신다. 그 누구도 그분의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이 세상 모든 질서와 섭리가 그분 아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세세하게 말씀하신다.
욥기를 읽으며 이 부분이 매우 와닿았다.
모든 고난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우린 이유 없이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 길바닥에 내팽개쳐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죄에 물들어 버린 세상은 그런 것이다.
억지와 이기심과 욕심과 폭력과 억울함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욥이 자신의 고통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나의 고난"에서 눈을 들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집중시키신다.
나만의 고통에만 집중하면 희망이 없다. 절망만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집중하면 희망이 있다.
욥기는 시선을 옮기게 하는 힘을 갖은 책이었다.
욥기를 읽으며 울컥했던 순간이 많았던 것은, 내 안의 쓴 뿌리들의 깊이와 넓이 엉킴을 인지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시선, 문제와 고통과 어려움과 힘듬에 집중했던 그 모든 순간들에 희망은 없고 피곤함만 가득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신앙은 나에게 집중된 시선과 에너지와 감정을 신에게 옮기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가는 길을 다 알고 계신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처럼 깨끗할 것이다.”
욥기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