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도 닥치는대로 하고 있다
새로운 일에 직면할 때마다 툭툭 뱉어낸 말은 "닥치면 다해"였다. 살다 보면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리기 마련이고 그 일을 마주해야 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헛소리라도 붙잡으면서 용기를 내본다.
그 용기는 때로 죽을힘을 다해 두려움을 앞지르는 힘을 요하고 자존심을 버려야만 할 때도 있다. 비굴함을 느껴가면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지만, 지금 당장 내가 살고 내 가족이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비굴해져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한없이 피곤하며 잔인하고 귀찮다.
하지만 인류는 그렇게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리고 싸우고 넘어지고 쥐어터지다가 또 일어나서 용기를 내고 머리를 드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강한 놈이 이긴다는 진화론처럼 예상치 못한 일에 버텨낸 인간들이 이뤄낸 게 이 세상 아닐까 싶다.
어쩌면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은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은 내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는 반응, 태도, 감정과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살아온 환경과 성향에 따라 그 반응과 태도와 감정과 속도는 다를 것이며, 매번 그 순간 선택한 것들이 모이면 그것이 또 내가 된다.
나의 스승이자 존경하는 작가 Mark Newport는 슈퍼히어로가 지닌 마초적 의미를 스판 쫄바지 망토가 아닌 털실로 구연한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의 슈트는 보통사람은 입을 수 조차 없는 아우라를 풍기며 왕 근육을 자랑하지만 Mark Newport 가 만든 슈퍼히어로 슈트는 푸근하고 따뜻할 것 같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 베트멘 슈트, 왠지 어딘가 구멍이라도 나면 그걸 꿰매느라 정신없을 것 같은 스파이더맨 슈트는 보는 이로 하여근 피식 웃게도 만든다. 옷장 어딘가 늘어나서 더 이상 입지 않는 스웨터가 생각이 나기도 하니 털실이라는 재료는 한없이 친근해진다.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 스스로 슈퍼 히어로가 되어야만 하는 삶을 산다. 영화 속 슈퍼 히어로처럼 온 인류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는 꿈은 어린 시절에나 꿨지만, 사실 우린 매일 나의 가족을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괜찮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 나름 우리도 슈퍼 히어로까진 아니어도 나름 누군가의 히어로는 아닐까?
피곤하고 할 일은 많고 도저히 힘은 없는 게 일상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만의 슈트를 입는 우린 누가 뭐래도 히어로다. 끝까지 살아남아 강자가 될 그런 히어로 말이다.
MarK Newport, Sweaterman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