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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Aug 26. 2022

호사로운 잠

잘 자는일이 호사롭게 느껴지는 일상이다. 

어느 누군가의 소설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 아주 작은 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잠이 들면 움직임이 잦았던 작가는 어느 날 가족 누군가 (오빠였던 걸로 기억한다)에게 잠버릇이 고약하다며 혼난 이후에는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고 잠을 잔다는 이야기를 썼다.  가족 누군가에게 혼난 이후부터 아이는 잠들기 전에 눈치를 보며 긴장을 했을 것이다. 그 긴장감은 어린아이의 깊은 잠을 방해할 만큼 온몸을 굳게 하고 이내 그것이 몸에 밴 습관같이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이 소설은 매우 외롭고 슬픈 그런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매우 이상하게도 나는 소설의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좀 더 잠을 자도 되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떠진다.  알람을 맞추어놓은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눈이 떠진 건, 원래 일어나는 시간이라 그럴 것이다.  몸이란 매우 신기하게도 환경에 적응을 하면 쉽게 패턴을 깨지 못한다.  매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한 시간이나 더 잘 수 있으면서도 눈이 떠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 물론 나이도 한몫한다.  


나이라는 건 숫자일 뿐이라 말하지만, 사실 나이라는 건 내 신체의 타이머이다.  짹깍짹깍 초침이 움직이듯 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된다. 어느 날부터 컴퓨터 스크린의 글씨가 점점 커지고 가까운 거리가 흐릿해지며 초점이 맞는 시간이 몇 초 더 걸리기 시작하고 물감 빠지듯이 흰머리가 나오고 낮잠을 자지 않아도 거뜬했던 몸이 더 자주 빨리 피곤해지는 것 그러면서 쑤시고 아픈 곳이 많아지고 잦아지는 것. 그게 사실 나이다. 



Ron Mueck은 Hyperrealism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실제보다 저 실제 같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사이즈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보는 많은 이들은 공포스럽다고까지 표현한다.  거대하고 너무 진짜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작품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실제 사람들이 느끼고 행하는 여러 표정과 제스처/행위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Mask라는 작품은 곤히 잠든 남자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피곤한 중년의 남자가 깊은 잠에 들어있다.  바닥에 짓눌린 쪽으로 눈코 입이 살짝 흘려내려 져 있고 입은 조금 벌어진 상태다. 이마와 눈가에는 잔주름이 보이고 미간에는 더 깊은 주름이 잡힌다.  면도를 하고 잠이 들었는지 아님 자면서 저리 수염이 나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매우 고된 하루를 보낸 모양이다.  저리 곤히 자는 이를 쉽게 깨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 


인간이던 동물이던 잠을 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취약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잠이란 모든 감각이 쉼을 얻는 시간 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 누군가의 공격이나 훼방이 있다면 그 어떤 방어를 할 수 없는 무방비한 상태다.  그저 내가 잠을 자는 동안 그 어떤 위험도 없고 안전하게 안정의 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깊고 깊은 수면, 즉 쉼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품을 본다면 이 중년 남자는 꽤 안전하고 포근한 어딘가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로 쉼을 얻고 있는 듯해 보인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이런 잠은 호사롭기까지 하지만, 사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쉼이자 휴식이다. 몸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으려면 자야 하지 않는가. 잠을 자야 머리도 돌고 몸도 상쾌하고 그래야 하고 싶은 것도 하는 건데... 왜 우리 사회는 잠은 시간 많은 누군가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여길까? 


여유가 없는 사회는 즉 쉼이 없는 사회 아닐까? 


한 시간 더 못 자 놓고 쉼을 논하는 나 역시도.... 여유가 없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글을 써봤다. 

이제 출근할 시간이다. 


Ron Mueck, Mask 

Photo: The Museum of Fine Art Hu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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