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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l 21. 2023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방학이라도 있어서 하는 게 선생짓이다


왕복 4시간을 운전하며 대학 강의를 시작했는데 15년이 지났다. 오직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생계형 강사가 되어 그럭저럭 지내다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말 돈이 필요해서 지금은 투잡을 동시에 뛰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는 유색인종이 80프로가 되는 곳이다. 위험한 동네에서 마약과 갱단이 즐비한 동네에서 자란 학생들, 불법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온 가족의 짐을 짊어진 어린 학생들이 뭐라도 배우고자 오는 학교에서 나는 미술감상 수업을 가르친다. 그들에게 미술은 돈 있고 시간 있고 여유 있는 자들이 즐기는 취미 같은 거라 여겼을지도 모를 분야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에게 미술가들의 사생활 이야기부터 그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풀다 보면 예술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저 예술 작품이 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게 된 학생들은 매번 수업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어떤 그림을 배울지 어떤 작가를 알게 될지를 궁금해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너무 커서 나는 선생을 하고 있다.  사실 돈으로 따지면 선생은 하지 말아야 하는 직업이다. 정말 너무 힘든데 그 힘듬에 비해 페이가 적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정말 힘든 학생들을 만나면 피가 마르는 경험을 한다.  심지어 대학생이어도 말도 안 되는 행동과 말을 하고 진상을 부리기도 한다. (이걸 하나하나 다 적자면 눈물이 앞을 가릴정도의 서러움이 있다)


누군가는 방학이 있지 않냐고 하지만, 선생님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방학이라도 있으니까 하는 게 선생짓이라는 걸.  그래서 선생은 콜링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들 한다. 동시다발로 수십 명의 학생들을 상대하며 매 학기를 지낸 다는 것이 얼마나 지치는 건지 해본 사람만 안다. 


내가 대학에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때 그 상황에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가 잘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대학생 정도의 나이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 초중학교 선생님을 선택한 이들도 있지만 그들 모두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다 그만두었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이유였다. 아이들이 힘들고 그 힘든 아이들의 부모가 더 힘들어서다. 


나는 아직까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실 병원 매니저 일을 하는 게 훨씬 덜 스트레스받고 돈도 더 잘 버는데도 나는 강의를 한다.  사실 앞으로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지 몇 학기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수많은 선생님들이 그럴 것이다. 

힘든데도 하는 이유는 그만큼의 기쁨과 보람이 있어서....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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