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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n 14. 2023

자식 잃은 어미를 만났다.

The Most Amazing Teenger의 엄마는 울기만 했다.

몇 주 전, 낯선 동네를 지나쳤고 남편은 혹시 여기가 거기 아니야? 라며 내게 묻는다.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던 내가 눈을 돌리자 벽에는 그때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던 다섯 명의 고등학생 사진과 꽃과 편지들이 벽을 채웠다.


여기였구나…

이 자리였구나…


우린 잠시 차를 멈추려다 너무 큰길이라 그냥 지나쳐야 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꽤 큰길에서 차를 멈출 곳은 없었다.


출근을 하고 스케줄을 훑어보니 그녀의 이름과 녀석의 이름이 보인다.  

녀석을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한 달이 좀 넘었으니 그다음 예약이 돌아온 것이다.


아이의 예약은 캔슬되어있고 엄마의 예약은 컨펌되어 있다. 모자는 우리 치과에서 함께 진료를 받고 있기에 늘 스케줄을 함께 했는데 이제부터 엄마만 올 것이다.


컨펌된 그녀의 이름을 보며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는 어떻게든 살려고 생활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녀가 오면 어떡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할까?

무슨 말을 할까?


그녀가 선글라스를 쓴 채 들어왔다.

얼굴이 주먹만 해졌다.

너무 헬슥해 보인다.

어쩌면 저 선글라스는 슬픔을 가리기 위해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매우 흐렸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냥 안아줬다.

그냥 꽉 껴안아줬다.

그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어미한테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나.


“당신이 아는지 몰랐어요!” 라며 큰 소리를 내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흐느낌의 눈물이 아니라 악을 지르는 울음으로 그녀는 내 품에서 울었고 나도 울었다.

그리고…. 그 아이와 엄마를 오랜 시간 봐왔던 선생님도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병원은 이내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울음과 위로와 진료의 시간이 한참 지나 그녀가 떠날 때, 문 앞까지 배웅을 했다.

그녀는 나가려다 내게 말했다.


“우리 애한테 칭찬 많이 해줬잖아요. 교정 자기 돈으로 하는 고등학생이 어딨 냐면서요 “

“네 그랬죠.  그런 아이가 없죠.  30이 넘어서도 엄마 아빠가 해주는데 고작 고등학생이 자기 용돈으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교정을 하니까 얼마나 책임감 있는 아이인지 정말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했죠”

“그래서 되게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

“네?”

“우리 애가 지난달에 왔을 때, 자기 카드를 안 가져와서 내 카드를 빌려줘야 했었는데 애가 치과 매니저님이 나한테 the most amazing teenager라고 부르는데 엄마 카드로 내면 날 어떻게 보겠냐면서 엄마가 빌려주는 거라고 얘기해 주라고 했었어요”

“아…. 그랬군요. “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흘려 들었던 그 얘기가 그거였구나….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엄마는 주먹만 하게 야윈 얼굴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왜 하나님은 가장 내가 의지하는 애를 데려가셨을까요? 그 아이가 필요했을까요?”

“그건 우리가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생각날때마다 당신과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 말을 건내고 우린 다시 부둥껴안았다.


그녀를 보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녀석의 파일을 클릭한다.

사망이라고 변경을 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흐려서 못했다.

좀 맑고 따뜻한 날… 할 것이다.


Kevin

녀석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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