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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l 30. 2023

권리를 권력으로 착각할 때

힘없이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너무 무거운 마음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다. 나 역시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간다. 

뉴스를 살펴보던 중 진상 학부모 체크리스트를 보았다.  여러 번 다시 읽고 읽으며 생각해 본다. 

리스트에 나온 진상 부모들은 개인 영역의 바운더리 즉 개인 생활에 대한 존중이 없고 외모와 나이에 집착하며 성차별적이자 이기적인 사람들처럼 보인다.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내 개인 전화번호를 준 적도 없지만 전화번호를 달라고 개인적으로 묻는 이들을 만난 적도 거의 없다. 이걸 묻고 얻으려는 것 자체가 매너가 없는 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나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선 학교 사무실 전화를 통해 내 사무실로 연결하거나 학교 이메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 번은 부모가 직접 이메일을 보내 아이의 학점을 가지고 불만을 터트린 일이 있지만 답멜을 하지 않았다. 

왜 안 했을까? 

18세가 넘은 성인인 학생의 개인점수와 학교생활을 가족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법적 금지된 일이기 때문이다.  성인인 학생의 개인 영역에 합법적으로 엄마 아빠가 비집고 들어올 수 없기에 내가 그들의 이메일에 답을 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는 어떨까? 


학부모는 선생님의 개인 연락처를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 개인의 영역에 침범을 해서는 안된다는 건 상식이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일하는 시간만 선생님이지 학교를 나서는 순간 개인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걸 알기에 학부형은 이메일이나 학교를 통해 선생님들과 연락을 한다.  이곳에서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나 교실에서 일어난 어려움은 교장과 교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생님과 학부모의 중간역할을 해준다. 고성이 오고 가며 죽여 살려 식의 협박을 한다면 바로 경찰이 투입이 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협박은 그 어느 쪽도 용납될 수 없다.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에서 누군가를 향해 불안을 형성하고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큰 범죄로 본다. 


이번 사건과 그 흐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왜 한국 사회는 권리와 권력 사이에서 개인의 안전은 보호받지 못하는가? 


임신 중에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날따라 더웠고 나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려 맥도널드에 들어갔다. 

이제 막 고등학교 학생처럼 보이는 점원에게 쌍욕을 하는 20대 남자를 보았다. 

듣자 하니 그 남자는 점원이 아이스크림을 컵 라인까지 채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욕을 하며 화를 내는 거였다. 아이스크림을 충분히 가득 담긴 상태였지만 (정말 라인에서 고작 0.5 밀리미터 정도) 그는 손님이라는 위치에서 그 앳된 여자아이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손님이 왕이라는 문구를 말 그대로 믿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래도 괜찮아 식의 태도 말이다. 


그 욕을 다 듣고 눈물을 그렁그렁이며 0.5밀리미터의 아이스크림을 더 채우자 그는 자리를 떠났다.  

썅년이라는 말과 함께... 


내 차례가 되었고 앳된 점원은 고개를 돌리고 큰 한숨을 내쉬자마자 주문을 받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어린 점원의 얼굴이 생생하다.  주문 도와드릴까요?라는 말과 함께 두렵고 서글프고 억울한데 돈은 벌어야 하는 현실을 꿀꺽 삼켰던 그 어린 얼굴 말이다. 


권리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하지만 강제성을 지니며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서로의 영역이 침범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학생이 배울 권리가 있듯 선생님 역시 가르칠 권리가 있는데 그 영역이 서로 겹칠 때는 그 누구도 다치거나 두려움을 느끼거나 협박을 받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권리를 포장한 폭력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나를 희생하는 것이 미담인 사회다. 

하지만, 나를 짓밟는 게 미담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미담은 개나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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