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야 잘 죽는다.
남편이 호스피스 채플린으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는 삶이 죽음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목사와 결혼을 했다. 목사와 시간 강사... 이 얼마나 기가막힌 조합인가. 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
생명이라는 버스가 노선에 따라 정류장에 가고 멈추는 일을 반복하지만 결국 마지막 종착지가 있다는 사실은 삶을 좀 더 진지하게 진정성 있게 살 수 있도록 인도한다.
남편이 말했다.
죽음은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극적이지 않고 아름답지 않다고 말이다. 죽음은 사람을 바닥까지 끌어내린 다음에 덮어버리는 잔인함을 보이고 이성과 감성을 모두 마비시켜 버리고 추하게 온다고 했다.
시간은 흐르고 인생도 흐르고 몸은 아프고 늙는다. 아프고 늙은 몸,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몸 옆에 죽음의 그림자는 드리워지고 죽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채워진 병원에서 남편은 그들에게 성경 말씀을 읽어주고 기도를 해주고 산책을 함께 하기도 하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노인들은 죽음이 코앞에 오면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부모를 찾는다고 한다.
엄마, 아빠... 나를 보호하고 사랑해 주고 만져주며 위로해 줬던 그 존재를 찾고 찾는다고 한다. 하나같이 죽음 앞에선 80 노인도 90 노인도 암 환자도 모두 아이가 된다고 하니 인간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남편은 종종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온다.
방금 막 말씀을 나누고 기도 했던 환자가 20분 만에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기도 하니까 말이다.
남편이 어느 날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해.
잘 살라면....
가족과 행복해야 해.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맞는 죽음과 가족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아 철저히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으로 넘어가는 그 고비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는 그 말은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큰 획을 긋는 굵직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내가 매일 열심히 잘 살다가 잘 죽어서 하나님 곁에 가리라.
그러기 위해선...
죽으라고 사랑을 해야 한다.
내 가족을 친구를 주변을...
사랑만큼 인생을 잘 살게 하는 게 뭐가 있겠나.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을 살핀 후에 나는 가장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렸다. 자기 몸 간수 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시는 동안 자신이 맡은 일을 최대한 잘 감당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이 사람이 받을 몫이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바 자신의 본분과 그것을 누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나님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기쁨을 나누어 주신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 걱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전도서 5장 18-2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