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톱 물어뜯기를 넘어 도파민 중독으로 뇌를 자해하고 있다.
-설거지 상상-
싱크대에 놓인 식칼을 설거지한다. 칼날이 꽤 날카롭다. 칼날을 수세미로 감싸고 거품을 내고 있으면 수세미가 잘리지는 않을까 상상한다. 그리고 또 상상한다. 혹여나 손에서 미끄러져 내 발등 위로, 그것도 식빵은 항상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에 따라 칼날이 내 발등을 썰어버리는 상상을 한다. 칼에 손에 찔린다는 상상이 더 그럴 법한데 항상 발등에 떨어질 것 같다는 상상만을 한다.
-물건 파괴 상상-
노트북을 펼쳐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에어’라는 명성에 못지않게 얇디얇은 화면두께에 눈길이 간다. 90도를 넘게 펼쳐놓은 키보드와 화면베젤이 이루고 있는 각도를 보고 있으면 확. 바로 제껴 확. 순식간에 펼치면 안 될 각도까지 열어버려서 이음새가 달랑거리도록 꺾어버리는 상상을 하곤 한다. 화면에 금이 가거나 지지직 거린다 화가 났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아니고 대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노트북임에도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낙하 상상-
어릴 땐 항상 높은 층고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자주 했다. 그 장소는 한쪽이 다 유리창인 오래된 아파트 복도라던가, 혹은 5층 교실 밖 운동장이 보이는 창가라던가. 건물 5층 높이. 이 정도에서 떨어지면 죽을까 아님 정말 아프도록 다치기만 한 걸까. 목이 부러질까 다리가 부러질까. 혹시 낙법을 연습하면 다치지 않고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닌자처럼. ()하지만 이 상상은 나이가 들면서 자이로드롭이나 번지점프라던지 간접적으로 뛰어내릴 수 있게 별게 아닌 게 되었다. 이다음 상상이라면 스카이다이빙 정도.
자기 파괴적 쾌감 -스릴-
자신의 신체 혹은 자신의 물건을 파괴하는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으로써의 쾌감을 갖는다. 일종의 공포영화를 보고 스릴을 느끼듯 망상에 그치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면 큰일 날 일들이기에 상상으로서의 쾌감을 갖는 것이다.
일종의 '자해' 행위이지만 자신의 신체를 파괴하면서 얻는 쾌감 또한 존재한다.
여드름 짜기,
손톱 및 거스러미 물어뜯기.
머리카락 뽑기.
입술 각질 뜯기
상처 부위 긁으면서 딱지 떼기 등등...
모두가 어릴 적에 한 번쯤은, 혹은 지금까지도 해보았을 자기 파괴적 행위.
자해의 원인은 우울증, 스트레스, 강박 장애 이런저런 의학적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정확한 신경학적 원인은 모른다.(나무위키 피셜)
자해를 하는 동물이 인간 외에 또 있는가 생각해 보면 도마뱀이 생존을 위해 꼬리를 자르는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자해행위는 인간만이 갖는 특징적인 행동인 것일까.
도파민 중독으로 뇌 괴롭히기
성인이 돼 가면서 이러한 버릇들이 없어지긴 했지만 우리는 또다시 다른 방법으로 자해를 하고 있다. 바로 도파민 중독. 매일같이 쇼츠와 릴스를 보면서 우리 뇌를 도파민에 중독시키고 있다. 긴 시간의 노력의 성취로 도파민을 얻을 때까지 참지 못하며 손쉬운 불량식품 같은 도파민을 얻으려 한다. 자해는 굳이 몸이 아니고도 이루어질 수 있다. 내 생각만으로 충분이 내 몸을 괴롭힐 수 있는 것이다.
혹시나 내가 평소 하는 습관이나 생각이 내 정신을 자해하고 있을 수 있다. 한 10분만 아니 5분만이라도 일기를 쓰거나 멍을 때림으로써 내가 지금 자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