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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의 달리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스터

by 잡이왼손




어떤 달리기가 가장 힘들까.


마라톤 서브3로 완주하기?

아니면 100km 울트라 마라톤?


가장 힘든 달리기는 "매일 달리기"이다.


이 세상엔 진짜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역 후에 달리기에 취미를 붙이고, 나는 가끔 동네 운동장에 나가 달리기를 한다.


옆으로 나란히 붙어 달리는 커플들

여기가 내 길이다 역주행 자전거 학생들

유모차와 강아지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


대학교 앞에 있는 큰 운동장이기에 당연 다양한 사람들을 있지만,

이들 사이에 속도감을 뽐내며 달리는 러너들이 존재한다.


멋들어진 러닝조끼에 번쩍거리는 형광 러닝화를 신은 그들.

하나같이 무릎이나 발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나도 러닝벨트를 차고 달리지만, 그들과 달리 어정쩡한 기색을 숨길 수는 없다.

헥헥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내 옆으로 그들은 너무도 안정적인 자세와 호흡으로 나를 추월한다.

얼마나 달려야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것일까?




10km 완주를 목표로 대회에 나갔다.


난다긴다하는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포스의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누가봐도 나 선수요 하는 복장임을 알 수 있었다.


언제 달리기를 시작하신 걸까.

생각보다 최근에 달리기를 시작하셨을 수도 있다.

그건 또 그거대로 대단하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반도 안 갔을 지점에

그 할아버지는 반환점을 이미 찍고 나와는 반대로 달려갔다.

그 대단한 속도에 놀람과 동시에 그가 달려온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운동에는 관성이 존재한다.

어느 지점을 넘으면 달리는 와중에 자동으로 발이 앞으로 나간다.

그 순간에 관성이 작용한 것이다.

속력이 붙으면 엑셀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꾸준하게 쌓인 시간은 나도 모르게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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