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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이지만 무능합니다.

남들보다 갈래길이 너무도 많은 사람 이야기.

by 잡이왼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책도 읽고, 춤도 추고, 게임도 하고, 식물도 키운다. 이 외에 내가 깨닫지 못한, 혹은 더 생길 취미가 구백삼십칠만팔천오백육십네가지가 있겠지만 생략한다. 그럼 이 모든 걸 다 잘하나? 는 질문에 'yes'라고 답하진 못하면서도 기본은 하냐는 말에는 확실히 'yes'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관심사를 사랑하며 잘하고프다.

이 관심사들이 취미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진로를 정하는 학생으로서 관심사가 많고 다양한 것은 일종의 '저주'이며 더욱이 평타 이상의 재능을 갖고 있다면 그건 더욱이 '재앙'이다. 일찍이 한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한 길을 파는 사람이 있고 어느 것에도 관심이 생기지 않아 사회에서 정해놓은 이상적이고 평범하다픈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이 둘이 좋은놈, 나쁜놈이라면 나는 이상한놈(?)이다. 놈놈놈


재능이 있지만 남들보다 뛰어나지는 않은, 그렇다고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어디에 내놓아도 평타는 치는, 만능 다시다가 되어버린다. 이 사람들의 불행한 점은 자신이 다재다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웬만큼 하니까 노력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 착각하는 일종의 "우리 얘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그래요."가 시전 된다.


머리가 좋았으면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했겠죠, 어머님. ^^


그들은 가능성이라는 말에 중독된다.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 살을 뺄 가능성, 부자가 될 가능성... 가능성이라는 밧줄에 몸을 묶은 채 남들은 뭐라도 한 발짝 나아가는데 자기는 무릉도원에 있다고 좋단다. 남들이 뭐라 하건 귀에 들리지 않는다. 남들이 자신을 경험해본 것이 아니니까, 남들이 자신을 경험하지 않는 것처럼.


남들보다 재능이 많은 게 불행만 한 건 절대 아니다.(당연하게도) 뭐 하나만 잘하면 되는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프로 N잡러다, 디지털 노마드다하는 프리랜서도 많고, 자기 PR시대에 재능이 많다고 광고하는 게 장땡이다. 다재다능이 행운일지 불행일지는 자신의 선택이며 이는 이 말을 듣고 뜨끔할 나를 포함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다.


남들보다 갈래길이 많은 건 불행이지만, 그 길로 발을 떼지 않는 건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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