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강, 도보순례 05
몇 개의 다리를 걸었지만, 팔당대교만은 숙제처럼 남겨두었다.
세찬 겨울바람과 도도하게 일렁일 두물머리 물길을
생각하다 먼저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가보지 못한 곳을 마음 한편에 두는 일이란
아껴둔 카드를 만지는 것과 같아, 얼른 가보고 싶었다. 때마침 기회도 찾아와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에 몰두해 있다.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가는지 모를 사람들 틈에서, 나 또한 물길의 일부가 되어 팔당으로 향한다. 지하철 안은 수족관 같다. 낯선 눈길이 잠시 머물다 가는 수조(水槽) 속, 하지만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다. 마음이 기우는 곳이라면 거리는 숫자에 불과할 뿐. 내릴 곳에서 정신만 차리면 목적지까지 실어다준다. 이 성실한 강철마, 이변이 없는 한 약속 어기는 법이 없다.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과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를 잇는 한강 상류 첫 번째 다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가 된다. 팔당댐을 경유한 물길이 서울로 향하는 가장 먼저 통과하는 관문이 팔당대교다.
1986년 5월에 착공하여 1995년 5월에 완공되었으며 총길이는 1,113m에 달한다. 다리에 올라서자, 가로등 레드향 불빛이 눈떼를 불러 모으고 있었다. 어둠의 속도에 맞춰 조절되는 조도, 눈바람 속 마을은 커다란 캔버스의 수채화처럼 색을 덧입는다.
다리 난간은 하얀 기둥들이 촘촘이 세워져 있었고, 기둥과 기둥사이로 두물머리 겨울바람이 거침없이 들어왔다. 수면과의 거리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팔당대교는 본래 사장교인 다이아몬드 주탑 형태로 설계되었으나, 1991년 강풍에 의한 붕괴 사고로 희생자가 발생되었다. 그 아픔을 딛고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흰 기둥들이 추모비처럼 느껴졌다. 하얀 눈송이도 꽃잎처럼 흩날렸다.
상흔의 자리에 영웅의 이름을 떠올리는 건 나만의 생뚱맞은 생각일까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상은 검단산 바람을 타고 저만치 가고 있는 것을.
머릿속 채널을 돌리자 “자네에게 내 생명을 주겠네”라며
빨간색 슈트를 입은 울트라맨이 불쑥 나타났다 사라진다.
순간 미소가 번졌다.
물은 생명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지구 자체이다.
다리 아래 세차게 흐르는 이 한강 물줄기도 지구의 혈관일까.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3분 동안 자신을 태워 세상을 구하고 사라지는 영웅.
이 다리를 놓은 건설사 이름이 만화 속 영웅 같다.
울트라건설사 전신인 유원건설, 9년이라는 공력을 들인 이 다리의 철근과 콘크리트는 탄탄한 골격이 되었을 것이다.
팔당대교 위에는 두 빛깔의 가로등이 켜진다. 레드향 빛 가로등을 지나면 백색 등이 길을 비춘다. 왜 빛의 색을 바꾼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안개가 잦은 곳이라 황색 가로등을 쓴다고 한다. 황색은 파장이 길어 안개를 뚫고 나가는 투과력이 좋기 때문이란다. 황색등이 다리 위의 파수꾼이라면, 사물의 색을 그대로 보여주는 백색 등은 발밑을 비추는 안도가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빛이 누군가의 노고를 보여준다.
산등성을 덮고 있는 눈발이 눈에 들어온다. 강물은 내려앉은 눈을 거리낌 없이 받아내며 소리 없이 녹아버린다. 오늘도 내가 걸었던 이 다리 위에 수많은 사람의 부단한 삶이 녹아있으리라.
검룡소에서 시작된 첫 물길이 팔당대교에서 깊어진다. 머지않아 다리 상류에 ‘친환경 출렁다리’가 놓인다고 한다. 검단산과 예봉산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한창이라는 기사를 읽는다.
이로써 강은 깊어지고 길은 더 넓어지겠지만, 우리 발걸음만은
변함없이 겸허한 생명의 기도로 남기를 빌어본다.
https://youtube.com/shorts/LSzyuO_m1Fc?si=4HibDfmu1S4MZ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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