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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흔 Oct 14. 2024

물장구치는 법, 첫 번째

20241014 짧은 소설 1회차

물장구치는 법, 첫번째

"가끔씩 물 안으로 가라앉을 때가 있다."


햇살이 눈을 찌를만큼 부시다. 하지만 아직은 잔바람이 차가운 초봄이다. 겉옷으로 입은 코트에도 사이로 찬바람이 얕게 들어온다. 나는 온몸에 찬바람을 맞으며 캠퍼스 둘레길 위를 걷고 있다. 지금 시간은 오전 10시 15분. 학과장의 연구실에 도착하기까지 15분 즈음이나 걸린다. 다행이다. 10시 30분에 학과장을 보기로 했는데, 미리 도착하면 나혼자 몇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다. 그는 외부 일정이 많아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는 학생들과의 면담 약속 시간에 늦게 오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들면서 그의 연구실로 이동한다.


시간이 지나, 10시 30분에서 31분으로 넘어갈 즈음. 학과장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역시 학과장은 오지 않는다. 문은 잠겨있었고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10분 정도 걸릴 테니 문 앞에 기다리라는 말만 뱉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긴 기다림 끝에 나는 학과장의 연구실에 들어왔다. 현재 연구실 층은 대부분의 교수들이 강의를 나가서 조용하다. 그 조용함이 연구실 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적막한 연구실 안에 학과장의 목소리가 얹어진다.


"그래, 생각은 해봤니?"


그는 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어서 입을 연다.


"네 맘 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 동기들 눈초리 한두 번 받고 그만이라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그 자체가 얼마나 고역이겠어?"


순간, 학과장이 이 얘기를 꺼낸 저의가 궁금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그 저의를 알게 된다.


"김 코치 일로 너도 힘들도 걔네도 힘들 거야. 그니까 당분간 쉬고 있어. 수련한다고 생각하면서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학교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역시나 그도 일개 교수일 뿐이다.

나는 그의 말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이들에 의해 꿈을 잃어버리고 만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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