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치는 법, 일곱 번째

20241125 짧은 소설 7회차

by 별흔

물장구치는 법, 일곱 번째

"물의 흐름을 느껴서 모든 긴장을 풀어보자."


"잘하고 있어요."


내가 수현에게 말하며, 그때 느꼈던 따뜻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대로 조금 더 물을 차면서, 발끝으로 리듬을 맞추는 연습을 계속해봐요."


수현은 여전히 긴장된 얼굴이지만,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인다. 그녀는 내 말에 집중하며 발차기를 이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차 물에 익숙해져 가고, 그 순간 나는 잠시 그녀를 보면서 물결처럼 밀려온 과거의 기억들을 풀어본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매듭 지을 때는 수현이 끝에 다다르고 있다. 결국, 수현은 물속에서 제대로 떠있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마움을 표한다.


"아가씨, 고마워요. 이제... 조금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


그 웃음이 나를 다시 어린 시절로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그때처럼, 수영장 안에서 나도, 수현도 물결 위에 떠있는 기분이겠지.


시간이 지나 노을이 모습을 감추고 깜깜한 밤이다. 머리가 덜 마른 채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체육관을 나선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길을 걸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져서 뒤돌아보니, 수현이 나를 쫓아온다.


"저기..."


그녀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수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에 쥔 사탕을 내게 건넨다. 사탕 한 개가 고맙다는 말을 대신하는 듯하다.


"줄게 이거밖에 없네요. 고마워요."


사탕을 받아 들고, 나는 잠시 머뭇거리며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다시 가려는 순간, 수현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잠깐만요."


내가 다시 멈춰 서자, 수현이 조금 더 가까워지며 말을 꺼낸다. 얼굴에 긴장된 기색이 엿보인다. 그녀는 무언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듯 보인다. 나는 그녀의 어색한 표정을 보고 그냥 기다린다.


"이름이... 뭐예요?"


잠시 생각한 후, 나는 대답했다.


"이지은이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다시 말을 꺼낸다. 숨을 들이켠다.


"난, 김수현이에요... 저... 지은 씨... 혹시 오늘처럼 저랑 수영하면 안 될까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녀의 말이 내 머릿속에서 맴돈다. '수영을 함께 하자니...' 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수현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말을 잇는다.


"사실... 저..."


잠시 입을 다무는 그녀, 그러더니 입을 천천히 떼기 시작한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나는, 아니,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는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걸까? 예상치 못한 요청에 혼란스러움이 밀려온다. 나는 그저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수현에게 다음에 답을 주겠다고 둘러대고 난 깊은 밤, 웬일로 편안한 잠을 자겠다 싶었는데 과거의 기억들이 꿈에 나와 깨고 만다. 다시 눈을 감아도 잠에 들 수 없다. 스스로가 두 눈을 감고 가만히 잠을 잘 수 없는 이상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가 대략 2시간이 흘러 새벽 3시가 되었고, 나는 어서 잠에 들기 위해 숨을 고른다. 마치 수영할 때처럼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던 그 순간들처럼.


그런데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정렬된 시상사진들과 눈이 마주친다. 나는 그 사진들을 한참 바라본다. 그 사진들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 속에 담긴 내 모습, 그 시절의 나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그때, 그 사진 위로 수현이 했던 마지막 한 마디가 내 머릿속에서 나왔다.


"우리 딸 아이처럼 수영하고 싶어요. 근데 그 아이는 지금 없고 나 혼자예요.

그니까... 난 지금 같이 할 친구가 필요해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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