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치는 법, 여덟 번째

20241202 짧은 소설 8회차

by 별흔

물장구치는 법, 여덟 번째

"흐름 속에 잠시 머물러 작은 곁들을 풀어보자."


수현이 물속에서 팔을 휘젓는 소리가 귀에 쨍하게 들렸다.

나는 자연스레 옆 레인을 바라보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철썩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몸이 한쪽으로 기울며 허우적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서툰 것 같았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모습에 괜히 걱정이 됐다.


저렇게 해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내 그의 손이 수영장 끝 타일에 닿았다.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그녀는 “푸하!” 하고 숨을 몰아쉬더니 벽에 기대어 한참 동안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는 시큰둥하게 그의 모습을 쳐다보며 별일 아니라는 듯했지만, 속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탈의실에 들어와 거울 앞에 나란히 섰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고,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나는 대충 머리를 말리다 말고

거울에 비친 수현을 흘끗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수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잠깐 줘 봐요.”


나는 그를 쳐다보며 멀뚱히 물었다.


“네?”


그러자 수현이 말했다.


“드라이기 좀요.”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쓰고 있던 드라이기를 건네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들고 내 뒤로 자리를 잡았다.


“뒤 머리 그냥 놔두면 뻗쳐요.”


따뜻한 바람이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어머, 옆에도 덜 말랐네. 잠깐만요.”


나는 말없이 그에게 머리를 맡겼다.

그녀는 꼼꼼하게 내 머리를 말려주었고,

나는 묘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탈의실은 조용했다. 드라이기의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둘 사이에는 어떤 말도 없었다.


그 일이 있고 우리는 체육관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나는 수현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며

한동안 말없이 걷고 있었다.


“난 여기까지만 걸으면 돼요. 내일 봐요.”


그녀가 신호등 쪽으로 걸어가려던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를 불렀다.


“잠깐만요.”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왜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뭔데요?”


그의 눈에 살짝 호기심이 비쳤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물었다.


“따님 분이랑은 왜 같이 안 다니는 거예요?”


순간 수현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내 눈을 피하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멀리 떠났어요. 하늘나라로.”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작게 “아...” 하고 입을 열었지만,

미안함에 그 이상의 말을 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등 불빛이 금방 초록으로 바뀌었다.

수현은 조용히 횡단보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언덕 건너 미용실, 내가 하는 데예요.”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며 손을 흔들었다.


“머리 자를 때 있으면 언제든 와요!”


나는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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