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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은 Nov 01. 2022

가족요양을 위한 요양보호사 자격증

나이 든 여자의 알바 이야기/요양보호사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나이 든 여자를 구하는 일자리의 반 이상이 요양보호사라는 걸 알 수 있다. 가끔 청소 요원을 뽑는 곳이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한 해 배출되는 요양보호사가 2~30만 명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걸 보면 노인 인구가 진짜 많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새로 배출되는 요양보호사들이 대개 가족요양을 목표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요양보호사 일이 힘들어서 사람이 자주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정수기 일을 할 때를 돌이켜보면 고객 중 요양보호사가 10명이나 있었다. 반은 고객 자신이 요양보호사였고, 반은 나의 고객 집에서 일하던 요양보호사였다. 정수기 점검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나는 양쪽 하소연을 다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환자가 중증일수록 양쪽 다 애로사항이 많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만 사시던 고객이 있었다. 하루는 할머니가 너무 힘들어하셨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돌보러 오던 요양보호사가 다른 집에서 팔꿈치를 다쳤다면서 안 온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도 척추 협착증으로 아픈 양반이라 혼자 할아버지를 돌볼 수는 없었다. 딸이 요양보호사를 구해줘야 하는데 1주일이 넘도록 못 구하고 있다고 했다.

"팔을 다쳤다는 건 핑계 같아. 맨날 힘들다고 했거든. 할아버지를 휠체어로 모시고 공원에 가서 좀 있다가 오는데, 휠체어 미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맨날 힘들대. 삼일에 한 번씩 할아버지 목욕시키는 게 힘들긴 하겠지만 등하고 다리만 하면 되는데. 힘든 일 한다고 내가 10만 원씩 더 줬어. 명절에는 따로 또 챙기지. 우리 딸애들도 한 번씩 오면 돈을 넣어주지. 그러면 괜찮은 거 아닌가?"


요양보호사는 하루 3시간씩 토요일까지 일하고 한 달 80 여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주인이 따로 주는 돈까지 하면 한 집에서 보통 100만 원 가까이 번다고 한다. 팔을 다친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힘든 일을 감수할 만한 돈이 아니었던 셈이다. 예전에 나한테 얘기할 때 요양보호사는 이 집 일이 너무 힘들다고 했었다. 휠체어로 할아버지를 옮기는 것도 힘들고 목욕시키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팬티는 입고 계시지만 목욕시킬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만 사시던 또 다른 고객은 할머니가 2등급 중증 치매이셨다. 내가 정수기 관리하러 갔을 때 요양보호사와 할아버지가 치매 할머니를 휠체어에서 목욕 의자로 옮기고 목욕을 시키는 모습을 가끔 봤었다. 남이 보는 앞에서 옷을 다 벗고 목욕을 맡기고는 혼자 무슨 말인지 계속 중얼거리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슬퍼지곤 했었다.


이 집 요양보호사도 나의 고객이었는데 연세가 칠순이셨다. 그 연세면 일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아들의 병원비 때문에 할 수 없이 일하고 있었다. 68세이셨던 또 다른 고객도 알코올 중독인 아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말없이 요양보호사를 하는 경우는 대개 식구 중 누군가의 뒷바라지 때문이다.


자기 부모가 치매여도 힘든데 다른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일이 수월할 수는 없다. 그래도 경미한 환자의 경우는 요양보호사들이 만족하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3등급에서 5등급 사이의 환자들을 돌보는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들 했다.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이어서 보호자들이 무척 깍듯한 면도 장점이라고 한다.


요양보호사는 현재 일자리도 많지만 알바가 아니라도 자격증은 따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구순이 넘은 친정 엄마를 모시고 있다고 하니까 빨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라고 조언해 준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장기요양 3등급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를 데이케어센터(노치원이라 부르고 있었다.)에 보내드리고 있었다.

평일 아침 9시 20분에 센터에서 시어머니를 모시러 오고 저녁 8시 20분에 집으로 모셔 드린다고 한다. 약 12시간 동안 센터에 계시면서 점심 저녁을 해결하시고 간식도 2차례 하신다. 각종 인지 능력 개발 프로그램도 받는다. 며느리가 센터에 내는 돈은 한 달 30만 원 정도.

며느리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서 그 돈을 다 내지 않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요양보호 금액 한도가 있는데, 몸이 편찮으셔서 센터에 못 가면 한도가 남게 되고 센터에서는 그 남은 금액만큼 며느리가 일을 한 것으로 이전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가족요양 급여로 한 달에 20만 원 정도는 받는다고 했다. 센터에 10만 원만 내는 셈이다.


그녀의 조언을 듣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현재 나는 집에서 엄마를 돌보면서 월 33만 원을 받고 있다. 내가 일을 하게 될 때의 수입과 지출을 계산해 보면 하루 반나절만 일해도 엄마를 데이케어센터에 보낼 수 있고 남은 반나절은 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직후 우리 센터장이 나보고 치매교육을 빨리 들으라고 했었다. 한 달 안에 총 39개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으면 된다고 했다. 듣고 나면 5등급의 경미한 치매환자 자리가 많이 있으니 바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3,4등급 요양은 치매 자격증이 없어도 되는데 5등급은 인지개선교육을 해야 해서 자격증이 필요하다. 데이케어센터에 취업도 잘 된다. 그래서 현재 그 일도 고려중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나한테 또 하나의 장점이 있었다. 나중에 엄마가 걷지 못할 정도가 되면 요양원에 가야 하는데, 그때는 엄마가 갈 요양원에 나도 함께 취업을 해서 엄마를 돌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요양원은 어디나 구인난이어서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수도권 요양원의 경우 한 달에 100만 원은 내야 하는데, 그 돈을 마련하려면 내가 함께 취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 얘기를 들은 엄마는 엄청 좋아하셨다. 요양원의 요양보호사는 24시간 일하고 이틀을 쉰다니까 엄마가 이틀 동안 또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겠지만, 정도라도 내가 직접 돌볼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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