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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은 Nov 29. 2022

노인의 경련은 삶의 몸부림

나이 든 여자의 알바 이야기 / 요양보호사_95세인 엄마를 돌보며

가족요양으로 엄마를 돌보면서 알바는 매일 반나절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올해 95세가 된 이후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더니 최근 며칠간은 종일 엄마를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가끔은 안타까울 정도로 괴로워하셨다. 코로 자연스럽게 숨을 쉬지 못하고 입으로 후우, 후우, 하면서 온몸으로 숨을 쉴 때가 있다. 신음 소리도 계속 났다. 내가 왜 그러느냐고,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어보면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숨을 쉴 때마다 몸이 같이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이었다. 누워 있는데도 몸을 가눌 수가 없다고 했다. 어떤 때는 온몸이 붕 떠 있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몸이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엄마는 나에게 당신 몸을 좀 누르고 있어 보라고 했다. 나는 일이십 분 동안 지그시 누르고 있지만 엄마의 괴로움은 진정되지 않았다.


제일 난망할 때는 호흡 곤란과 함께 경련이 오는 경우였다. 몸이 1초마다 들썩들썩하며 경련을 일으킨다. 그럴 때면 정신도 까무룩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해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한다. 귀도 잘 안 들리는 것 같고, 나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한다. 


한 시간 정도는 그렇게 괴로운 경련을 참다가 마치 지친 듯이 잠이 들고 나면 괜찮아지곤 했다. 얼마 전까진 한 달에 한두 번씩 증상이 왔었는데 최근 일주일 전부터는 하루 한두 번으로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나 밤에 잠자리에 누운 직후에 주로 그랬다. 아침에 으슬으슬 추운 증상이 함께 올 경우는 따뜻한 꿀물을 마시고 나서 진정된 경우가 있었다. 그 후 잠깐 자고 나서 식사를 하고 나면 낮 동안은 괜찮았다. 며칠 전에는 잠자리에 들자마자 시작되더니 너무 괴로워하셔서 응급실에 가려다가 포기했다. 1년 전 엄마가 속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가 밤새도록 너무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서 좀 더 두고 보자고 생각했다.


검색을 해 봤다. 노인성 경련, 몸이 찰 때 경련, 임종 전 경련, 임종 가까울 때 증상 등, 하지만 엄마와 똑같은 증상은 없었다. 모든 정보를 샅샅이 본 건 아니지만 대개는 임종 직전 며칠 간의 증상들에 대해 나와 있었고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내 생각에 엄마는 당장 돌아가실 증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정신이 맑은 편이었고 아직은 용변을 보는 문제에서 심각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식사도 과거보다는 반 정도밖에 못 드시지만 아직은 미각이 살아있었다.


다음날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괜찮았다. 다만 속이 허하다고 마실 것 좀 달라고 하셔서 시원한 두유를 드렸는데 그 직후 다시 경련이 시작됐다. 나는 내 머리를 쳤다. 따뜻한 음료를 드려야 하는데 냉장고에서 꺼내 드렸으니 문제가 일어난 것 같았다.


엄마는 옆으로 누워서 입으로 숨을 쉬며 계속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하고 울먹였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고 있는 것 정도만 할 수 있었다.

엄마가 훌쩍이며 자기 엄마를 찾았다.

"엄마, 엄마. 흑흑, 엄마."

나는 문득, 아주 조금 속이 상했다.

'내가 옆에 있는데 왜 외할머니를 찾아?'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스웠다.


"엄마, 외할머니 보고 싶어?"

"응. 언니도 보고 싶고, 아버지도 보고 싶고."

"엄마도 저 세상 가면 볼 수 있겠지."

"자기들끼리만 가고, 나만 안 데려가고. 흑흑."

"엄마는 나 때문에 못 갔지. 내가 혼자 고생한다고 나 도와주느라고."

"이젠 내가 널 힘들게만 하고, 흑흑."

"아니야. 엄마가 평생 나 때문에 고생한 거에 비하면 이건 새발의 피지."


엄마는 1시간 후 잠이 들었다. 나는 동네의 단골 한의원에 갔다. 아무래도 엄마의 경련과 호흡 곤란에 대해 전문가의 판단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증세가 심할 때 복용할 수 있는 진정제라도 처방받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소화제도 한약을 좋아하니 진정제도 한약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의 단골 한의사 선생님은 병의 원인과 치료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분이라서 좋다. 이번에도 엄마의 증세를 듣더니 설명을 해 주셨다.


"우리 몸은 전부 근육에 의해 움직여요. 폐가 호흡하는 것도 근육이 움직여서 가능한 거고 심장도 근육이 움직여서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고 들여오는 거죠. 그런데 나이 들면 근육이 많이 없어지잖아요. 어머니는 잘 걷지도 못하시니 근육 소실이 심한 상태죠. 몸은 호흡을 하기 위해 폐 근육을 움직이려는데 근육은 없고, 그래도 미약한 근육이나마 움직이려는 시도를 하다 보니 몸 전체가 움찔하는 거죠. 살아보려고 몸 스스로 기를 쓰는 겁니다."


엄마의 경련은 살고자 하는 육신의 몸부림이었다.


"지금 어머니의 경우는 근본적인 치료는 할 수 없어요. 몸살약을 드릴게요. 감기에 걸리면 감기와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우리 근육이 수축을 합니다. 젊은 사람은 그럴 때 근육이 아파요. 그걸 몸살이라 그러죠. 그때 먹는 약인데 어머니한테는 진정 효과가 있을 거예요. 약이 떨어져서 병원에 올 수 없으면 근처 약방에 가서 쌍화탕을 사다 드시게 하세요."


저녁에 다시 엄마가 경련을 일으켰고 호흡 곤란이 왔다. 나는 한의원 처방약을 드시게 했고 신기하게도 20분 만에 잠이 드셨다. 이 약은 상시 장복을 해도 부작용은 없다고 한다. 정말 한시름 놓은 심정이었다. 요양병원에서 환자들한테 진정제를 계속 투약한다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에게 노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답답했다. 혹시 그에 대한 교육 과정이 있으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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