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에게 쓰는 글 3

: 댓글 하나에 으쓱 (2022. 08. 07)

by Hey Soon

방학 기간에는 학기 중에 하지 못한 생각 정리와 미래 계획 같은 뭔가 건설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본능적으로 든다. 그냥 세월을 보내면 안 된다고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그런다. 이미 나의 기존 검색어에 바탕을 둔 알고리즘 때문에 나에게 팝업되는 영상들은 대체로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읽고 있는 책 역시 그런 종류이다 보니 내 마음엔 뭔가 실질적인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더 깊어지고 있다. 작년 겨울 방학에도 한 차례가 그런 마음이 들어 유투브 영상도 제작해서 올리기도 했다. 한 동안 열심히 외국인 대상 한국어 가르치는 짤막한 영상과 영어원서 책을 읽어주는 짧은 영상, 영어 공부하는 방법 및 영어 학습을 위한 좋은 영어 표현들, 유학 생활에 대한 나의 경험 공유 영상 등 종류가 다소 난잡할 만큼 나의 관심분야에 대한 영상을 올렸다.


브런치와 블로그도 같은 이유로 작년 크리스마스 즘에 시작했다.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같은 글을 브런치와 블로그에 모두 업로드한다. 특히 브런치 플랫폼에서는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달리는 좋아요 와 매번 늘어나는 조회수 와 구독자수는 작은 재미와 활력을 주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양적인 데이터에 불과한 그 반응이 나에게 그래서 뭘 의미하는지 몰라 공허함을 주기도 한다. 나의 블로그는 그마저도 없이 아주 가끔 방문자가 들르는 조용한 섬과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정말 정성 가득한 댓글이 달렸다. 어느 지역에서 나와 같은 학년, 나와 같은 영어 교과서를 가르치는 학교 영어 선생님이셨다.


전체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 지금 아기를 재우고 선생님께서 제작하신 학습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정말 잘 만드셨네요. 너무나 훌륭합니다. 이제 곧 개학이 열흘 남짓 남은 시점에서 2학기 수업 단원인 5단원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선생님의 학습지가 너무나 훌륭해서, 이렇게 훌륭한 학습지 공유해주셔서 감사하는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교과서 수업 외에 추가 학습지 제작을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지금껏 함께 일해온 영어 선생님들 중에서 이렇게나 제 마음에 쏙 드는 학습지를 제작해서 공유해주신 분이 안계셨어요... 저희 아이들 수준을 고려하여 선생님의 학습지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셨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내공이 있는 분이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멋진 학습지를 제작하신 선생님을 뵙고 싶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공유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2022.8.6. 23:05



물론 나의 자료를 무료로 다운 받아 쓰시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셔서 좋은 댓글을 남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로 기분이 좋다.


첫째는 나의 수업 자료가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둘째는 비록 무료이지만 내가 애써 만든 자료를 정성스러운 고마움을 표시해주시고 가져다 쓰시는 분이 계셔서 참 좋았다.


오늘 아침에는 재미로 시작한 유튜브 영상에 댓글 알람이 왔다.


https://youtu.be/zVmOrtHxnUI



전체내용은 다음과 같다.


번역본 잘 듣고 있어요.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신 내용이 더 마음에 닿네요. 그런데 책이 중간에 빠졌는지 연결이 잘 안되요. 쉽게 찾을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도 아니고 표준어를 구사하는 능력도 없지만 나의 영어 공부와 자기 계발을 위해 시작한 영어 원어 읽기 영상도 작년 겨울에 한창 재미를 들여 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6개월이 지난 오늘 댓글 하나 받았다.


아직 이것저것 해보는 싶은 일들을 테스트 하는 중이다. 오늘 유명한 유투버(너나위님)가 이런 말을 해준다.


“승자는 달리기 시작하면서 계산한다. 패자는 달리기 전에 계산하느라 달리지 못 한다”


미리 될지 말지 판단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먼저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좀 더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게 현명할 것 같다는 뜻인 듯하다. 나도 일단 시도를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런 저런 일들이었다. 그 과정에 이런 정성스런 응원을 받으면 더 힘을 내며 할 수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정성스런 댓글로 ‘pay forward(빚을 빌려준 사람보다는 낯선 사람에게 갚음으로서 선한 영향력이 번진다는 말)’을 해보는 서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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