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뻔한 내 자랑 (2022. 7. 27)
새벽 5시 30분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알람을 끌려고 손을 내밀어 폰을 잡았다. 카톡에 반가운 선물하나가 도착했는 걸 봤다. 여느 때 같으면 눈을 감은 채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며 잠을 깨우느라 몇 분간을 꾸물거릴 테지만 오늘은 1초도 안되게 눈을 번쩍 떴다.
작년에 담임을 하던 3학년 반 아이 중에 영어 도우미를 해주던 착한 남학생인데, 늦은 밤 내 생각이 났던지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너무 너무 반가웠다.
전체 내용은 이랬다.
선생님, 평안히 잘 지내셨는지요. 저 작년 중3때 김**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스승날 감사인사도 못드리고 찾아뵙지조차 못한 이 못난 제자를 용서하십시오 ㅎㅎ;; 고등학생이 되니 확실히 할 것의 양도 많이 늘어나고 공부량, 난이도도 확연히 올라가네요. 피곤하기도 더 피곤한 것 같이 느껴지는 하루하루입니다. 여름방학인 지금이나마 겨우 선생님께 연락을 이렇게 드리지만 지금 현재도 거의 하루에 2분의 1이상을 공부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다 그렇겠지요. 더할지도 모르고요. 여하튼 저는 제 진로를 선생님과 같은 학교영어교사로 정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문과 쪽으로 가면 취직이 어렵다 희망이 없다 이렇게들 말하는데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제 나름의 욕구와 신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1학기때 과학 과목을 멘토로써 멘티들을 가르쳐보았는데 학교교육과정이다보니 그리 유익하지는 않았다만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칠 때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된 후 제가 원하는 대학을 가기 되면 그때 한번 더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A great student who always thinks of his teacher and respects her wrote this writing.-
교사로서 지내면서 이런 문자를 받을 때는 왠지 온 동네 자랑하고 싶어진다. 남들한테 '그게 뭐라고.' 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받겠지만, 나는 이런 게 자랑하고 싶다.
오늘은 뻔뻔하게 내 자랑을 하고 싶다.
재테크를 잘 해서 비법 소개해주는 유튜브 영상이 참 많은 요즘이다. 그런 걸 볼 때 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그들의 삶의 자세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운이 부러웠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얻은 운을 자랑하고 싶다. 해마다 다른 건 몰라도 제자를 잘 만나는 운은 있는 듯하다.
심성이 착하고 성실한 제자를 해 마다 만나게 되어 교사로서의 내 일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