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귀국자녀와 그들의 부모님들에게 (1)

: 단단한 한국인으로 먼저 키우기로 했다.

by Hey Soon

❚왜? 한국에 가기로 하셨어?

미국에서 유학생활 시작한 지 세 번째 되는 해였다. 석사학위를 마치고 귀국 하려는 즘, 우연한 기회에 박사과정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휴직을 더 연장하면서까지 미국에 더 머물기로 하던 때였다. 유학을 위해 떠난 한국이었지만 떠나면서도 미국에서 삶이 더 괜찮으면 한국을 영영 떠나도 좋다는 마음까지 먹고 간 미국행이었다.


하지만 미국 체류 기간 동안 영주권이라는 타이틀이 없이 유학생 신분으로 사는 것은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활동에 극심한 제제를 받는 조건이기 때문에 더욱 불편했다. 우리의 상황과는 달리 현장 기술직 사람들이 오히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한국 기업의 미국 공장 진출로 상당수의 한국인 기술자들이 입국하고 거의 한 두 해 만에 영주권을 얻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게 그 영주권을 쉽게 취득하는 그들의 커리어가 부럽기까지 했다. 미국에서는 석사든 박사든 유학생들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던 어느 저녁 남편이 무심코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남편: 지난 번 우리 집에서 저녁같이 드셨던 그 인철씨(가명)도 가족따라 한국으로 돌아간대.

나 : 부인과 애들은 한국에 있어?

남편: 응. 부인은 작년에 애들하고 한국에 잠시 여름방학 동안 다니러 갔었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미국으로 올 즘에 울고불고 하며 자기는 미국 절대로 안 갈거라고 했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인과 초1 아들하고 그 밑에 어린 딸하고 일년 째 한국에 살고 있잖아. 그 첫째 아들은 심리상담을 다닌다고 하더라고.

나 : 왜?

남편: 미국 초등학교에서 현지 미국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좀 받았나봐. 미국 이야기만 나오면 기겁하고 안 간다고 한 대.

나 : 그 분들은 미국 영주권도 다 있고, 현장 기술자이긴 하지만 연봉도 꽤 높잖아.

남편: 그렇지. 미국에 온 지 거의 10년 다 되어 갈 거야. 여기서 애 둘 다 낳아서 둘 다 시민권자이고.

나 : 그래? 근데 한국으로 간대? 아깝다. 내가 알기로 영주권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던데. 이렇게 역이민 해가면 이제 영주권도 곧 만료되지 않을까?

남편: 그렇겠지.

나 : 첫째 상태가 많이 심한가보네?

남편: 몰라. 틱도 좀 심하고 아이가 정서적으로 좀 불안해서 두 부부가 힘든 결정을 내렸대. 애기 엄마는 거의 일 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데, 너무 좋대. 그래서 인철씨도 이제 미국 생활 접고 한국으로 가서 새로운 일을 해볼거라네.

나: 그랬구나........


인철씨네 가족의 고충이 심적으로 이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곧 사라질 영주권이 괜히 아깝게 느껴졌다.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세 아들을 둔 어머니의 깊은 고민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첫째와 둘째 아들

하지만 한국에 기반이 없어 역이민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저희들 따라 한국으로 역이민 와서 살고 있지만 한국 학교에서 성적이 저조한 중3 막내아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불투명한 상태에요.

저희 부부는 미국에 가서 다시는 살고 싶지 않아요.

저희들에게 주어질 미국 시민권을 그저 버리기에는 뭔가 모르게 아까워요.

미국과 한국 중 어느 나라에서 막내아들을 살게 할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서네요."



세 아들을 둔 어머니가 나에게 진학 상담을 하기 위해 전화를 주셨다.

큰 아들은 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중이고, 둘째 아들은 미국대학교 졸업반이다. 그리고 막내아들은 중3이다. 미국으로 이민 간지 9년 만에 엄마가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한국으로 역이민을 해 온 지 1년 반 정도 지난 가족이었다.


10년 전 투자 이민의 기회를 얻어 두 달 만에 미국 이민을 결정하고 당시 중2였던 큰아들, 초등 5학년정도였던 둘째 아들 그리고 유치원생인 막내아들을 데리고 두 부부는 미국의 휴양도시로 이민을 떠났다고 한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도시에 살면서 첫째와 둘째는 미국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고 했다. 특히 첫째는 거의 일 년 간 밤마다 한국에 가고 싶어서 울었다고 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큰 아들은 심리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고 했다.


미국에 투자 이민으로 가신 경우라 가자마자 바로 사업을 하실 수도 있었고, 영주권도 바로 가지고 계셨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스토리로 미국 생활을 하셨다. 하지만 그 가족들에게 미국 생활은 녹녹하지 못 했던 모양이다. 사업은 아주 성공적이었지만, 첫째와 둘째 아들의 친구관계는 삶의 작은 행복은커녕 우울함의 원인으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에서의 생활이 가족 전체의 우울감을 깊게 하자 결단을 내리고 역이민을 오셨다고 한다.



“큰 아들은 한국에서 주둔하는 미군부대에 근무하고 있어요. 둘째는 졸업반이라 남은 기간 학업을 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혼자 들어가 있어요. 첫째와 둘째는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살기를 원해요. 곧 계약이 만료되는 첫째는 이제 곧 미국으로 들어가야 할 거예요. 둘째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오고 싶지만 취업이 걱정이라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근데, 저의 고민은 첫째, 둘째도 걱정이지만 막내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막내는 여기서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학업성적이 저조해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이 불투명한 상태라 걱정이에요.


저희 부부는 미국에 다시 들어가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위의 두 아이들이 한국에 기반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 제 마음대로 막내를 미국에 가서 살아라 여기서 살아라 하기가 두려워요. 아이들에게 한 번 더 죄인이 될까봐... 두 형은 미국에, 막내만 한국에 두려니 형제간 사이를 멀게 하는 것 같아 마음도 아프고... 첫째, 둘재는 미국 시민권자예요. 저도 그 아이들 부모 자격으로 시민권을 가질 수 있고, 막내는 미성년자라 저희랑 자동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있어요. ......”


누구는 이런 엄마의 고민을 두고 행복한 고민이라며 비아냥거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엄마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미국이 꿈의 나라라면 두말 여지없이 아이들과 떨어져 사는 게 마음 아프더라도 미국 시민권을 쥐어주고 그곳에 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부부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10년을 살아오면서 직접,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으로 이젠 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고민 없이 아이를 보내고 싶은 나라가 아님을. 최근 혐오 범죄에 총기 사건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 미국이다 보니 아시아계 이민자로서는 삶이 불안 할 수밖에 없다.


❚역이민으로 한국의 학교 공부가 벅찬 막내

막내아들은 중2 2학기에 한국으로 와서 평생 처음으로 한국의 입시 경쟁에 놓였다. 생활 영어는 원어민이나 마찬가지이나 한국의 학교 영어 시험 성적은 만점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수학은 첫 1년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중3이 된 후부터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한다. 막내아들의 한국 학교에서 성적이 저조하다 보니 이 어머니는 한국에서 막내아들을 키우는 것도 만만해 보이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다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가 원만한 막내는 부모님의 의견에 대체로 따르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엄마의 고민이 더 깊어진 것이다.


여러분들은 역이민을 오신 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해드리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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