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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Nov 19. 2022

#1. 알고 보면 진짜 쉬운 가정법(1)

: 상상하며 말하기(가정법) 기본 개념

가정법이 불편하다.

가정법은 이름(naming)부터 불편하다. 가정법 과거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학창시절 가정법 과거가 ‘과거로 돌아가 그 때를 상상하며 말할 때 쓰는 문장 패턴’이라고 오해한 적이 있었다. 누가봐도 그렇게 오해하기 딱 쉽다. 그래서 그 당시 나는 그저 가정법의 문장 패턴(If + 주어 + 동사의 과거형./과거완료형)을 수학공식 외우듯이 달달 외우고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면 할수록 더 미궁에 빠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최근 지도하고 있는 중3 교과서의 마지막 단원에는 그런 가정법이 소개되어있다. 하지만 학습자로 가졌던 가정법에 대한 나의 고충을 아무런 중간 설명없이 학생들에게 그냥 달달 외워라고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겪었던 고충을 나의 학생들에게 그대로 떠넘기기 싫었다.      


‘영문법은 이지(easy)하고 이지적(smart)이다‘라는 나의 모토를 가정법에도 실현시키고 싶었다. ‘이지(easy)하고 이지적인(smart)’ 영어 문법 강의를 위해서라도 쉽게 이해시킬 방법을 꼭 찾고 싶었다.      

가정법에 대한 고민과 나의 해답

영어 교사로서 가정법과 관련하여 가졌던 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 왜 가정법이 애초에 생겼을까?

- 왜 영어는 상상해서 말하기를 할 때 그렇게 동사의 시제 구분을 철저하게 하는 걸까?

- 왜 영어 문장과 한국어 문장은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다를까?

- 어떻게 하면 영어 학습자들에게 쉽게 이해시킬까?

- 어떻게 하면 영어 학습자들이 완벽하게 사용하게 할 수 있을까?     


Q. 왜 가정법이 애초에 생겼을까?
 일단, 가정법은 어떤 일이나 현상에 대해 다소 엉뚱하지만 유쾌한 상상을 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서 생긴 듯 하다. 또 반대로 과거에 대한 후회, 아쉬움, 현재에 대한 불평, 불만과 같은 감정을 나누고 싶은 우리의 본능에서 유래한 것 같다.       


Q. 왜 영어는 상상해서 말하기를 할 때 그렇게 동사의 시제 구분을 철저하게 하는 걸까?

우리말의 다음 문장은 내가 지금 로또 당첨된다는 상상인지, 나중에 로또 당첨된다는 상상인지 알 수 없다.


-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나는 세계 여행을 할 거다'


우리는 그 상황에서 로또 당첨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거의 없는 지는 대화의 문맥에서 충분히 파악된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동사 시제를 바꾸지 않고 두 상황 모두 같은 형태의 동사를 취한다.


하지만 영어로 어떤 상황을 상상해서 말하기(가정법)을 할 때 동사의 시제가 의미 전달에 아주 결정적이다.


(A) ’If I won the lottery, I would travel around.‘

(B)  ’If I win the lottery, I will travel around.‘     

두 문장이 쓰이는 문맥과 함축하는 의미는 다르다.      


(A)는 아주 실현가능성이 없는 그저 엉뚱한 상상이다.

복권을 사지도 않고 한 말일 가능성이 높다.       


(B)는 실현가능성이 다소 있는 그럴듯한 상상이다.

복권을 이미 사고 번호를 맞추기 일보 직전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영어는 문맥 상관없이 그 문장 안에 그런 정보가 다 직접적으로 정확히 표현되어야 하는 언어이다. 오해의 여지 없이 문맥파악을 하지 않아도 그 말만 가지고도 그것이 파악될 수 있도록 하는 언어이다. 그러다 보니 영어 문장에서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학습해야 할 요소가 까다로울 만큼 많다. 적어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습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Q. 왜 이렇게 영어 문장과 한국어 문장은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그렇게 다를까?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와 저맥락 문화 (Low Context Culture)의 차이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 인류학자 Edward T. Hall(1976)은 자신의 저서에서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Nishimura, Nevgi, & Tella (2008)는 특히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맥락(HC) 문화는 친밀한 인간관계, 위계질서, 강한 행동 규범이 공유된 사회이다. 이런 문화는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되는 그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아도 이미 맥락이나 청자의 내재된 지식을 통해 행간의 의미까지도 파악이 될 수 있다. 이런 고맥락 문화에서 의사소통은 ’간접적임, 애매함, 조화로움, 말수가 적음‘과 같은 특징을 나타낸다고 한다.      


한편 저맥락(LC) 문화에서 의사소통은 언어를 통해 명시적으로 전달된다. 맥락에서 파악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모든 것을 말로 다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맥락 문화에서 의사소통은 ‘직접적임, 분명함, 극적임, 개방적임, 의도가 분명함’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p. 784-785).       


영어는 저맥락 문화를 배경으로 발달한 언어이다. 정보를 상황와 같은 비언어적인 맥락이 아닌 언어로 다 전달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예문처럼 상황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는 그런 경우도 낱낱이 그 차이를 언어로 표기하려한 것이다. 즉, 실현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상상하는 경우 가정법 과거(현재 상황 상상해 말하기)를 사용하고, 반대로 실현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을 상상하는 경우 가정법 현재(미래 상황 상상해 말하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음 글 예고:

어떻게 하면 영어 학습자들에게 우리말에도 없는 가정법 시제를 쉽게 이해시킬까? 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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