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학교 영어 시험문제가 이상하다.
: 다음 중 5형식 문장이 아닌 것은?
❚중학교 영어는 초등영어, 고등영어, 그리고 원어민 영어와 다르다??
오늘 중2 아들의 기말 영어 시험지를 보고 참 기가 막혔습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In early March every year, the world’ biggest sled dog race takes place in Alaska. (중략) Each team has to cover about 1,800 km from Anchorage to Nome. (이하 생략)
질문. Iditarod Race 홍보용 전단이다. 윗글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➀
➁
➂ 결코 쉽지 않은 1,809km!
➃ 이번 기호를 놓치면 4년 뒤 도전 가능!
➄
위 문제는 내용 일치를 묻는 문제입니다.
선택지의 나머지 세 개는 주어진 지문에 있는 내용입니다만, 선택지 ➂, ➃번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학교 측은 정답이 ➃번 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➂번 역시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around 1,800km 가 반드시 1,809km라는 말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학교 측에 설명을 요구한다면 “대략 1,800km가 1809km라 할 수는 있잖아요. 하지만 매년 열리는 대회를 4년 뒤 열린다고 하면 그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잖아요.” 할 게 뻔합니다.
하지만 저는 위 문제는 정답이 두 개(➂, ➃)로 오류가 있는 문항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본문에 1,809km라고 쓰고 선택지에 “결코 쉽지 않은 1,800km 가량의 레이스”라고 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의 문제지를 보는 순간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질문. 다음 중 5형식 문장이 아닌 것은?
➀ Alex made his parents happy.
➁ Alex bought me the used car.
➂ My teacher keeps me studying hard.
➃ My friend encouraged me to go there.
➄ She didn’t allow her children to play soccer
2022학년도 학교 시험에 아직도 문장의 형식을 묻는 게 나온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참고로 문장을 다섯 가지 패턴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번호를 메긴 건 예전 C. T. Onions (1873-1965) 이라는 학자의 학설에 불과한 것이고(Eto, H.,2009) 정작 현지 원어민들은 문장 패턴을 우리처럼 번호를 메기며 암기하는 일은 없습니다. 원어민들은 이런 문장 형식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런 상황인데 우리나라 특히 중학교는 왜 문장 형식에 연연해하는 걸까요?
학교에 계시는 원어민 선생님도 풀 수 없는 그 문제를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답을 알아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배우는 영어는 원어민들이 아는 그 영어가 아닌 외계어일까요?
결국 중2 아들은 2023학년도 수능영어 시험 보다 훨씬 더 낮은 점수를 중2 학교 기말 영어 시험에서 받았습니다.
❚엄마이자 영어 교사의 고민
아들은 솔직히 학교 영어 수업 시간이 힘들다고 합니다. 특히 문법시간은 더욱 외계어를 배우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합니다. 문장 1형식, 2형식, 5형식... 그게 다 뭐냐고 물어옵니다. 물론 제가 설명을 해주고 문장 패턴을 외우라고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기로 했고 결국 아들은 영어 시험을 말아 먹었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 영어 동화책을 열심히 읽으며 영어 공부를 한 아이일수록 중학교 영어 수업에서 어리둥절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학교를 입학 하는 순간 영어 공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말지요. 비록 저도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중학교 영어 교사이지만, 저로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입니다.
아이들이 문장의 형식을 알면 그러면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건가요?
문장 형식을 알어서 그걸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요?
그 지식이 영어 공부에 필수 요소일까요?
하지만,
원어민들은 그런 지식 1도 없는데 영어를 잘 만 하잖아요.
제가 본 영어 원서 문법 책에서는 영어 문장을 12가지 패턴으로까지 나누더라구요,
학자마다 다른 그 문장 패턴들을 왜 우리나라 중학교 영어 선생님들은 구지 5가지 문장 패턴을 절대 진리인 듯 시험에 앞뒤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는 걸까요?
아들의 영어 시험에는 5형식이라는 말을 마치 고유명사인 듯이 쓰고 아무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 문항은 과연 타당한 문제일까요?
타당성의 근거가 있기는 한 걸까요?
대한민국 교육부의 현행 영어 교육과정 어디에도 문장 형식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묻지 마 내가 이렇게 배웠고 그러니 그게 진리야’ 하는 듯한 막무가내 태도는 이제 지양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정말 개인적으로 동업계에 계시는 그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 문항을 출제한 의도가 무엇인가요?
그 문항을 틀린 우리 아들 같은 학생들은 이제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요?
문장을 그렇게 쪼개는 일을 하고 문장의 번호를 메기는 일을 열심히 하길 원하는 건가요?
그 지식을 완벽히 마스터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 지식이 없으면 영어를 할 수 없게 되는 건가요?
❚지혜롭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학교에 민원을 넣을까? 말까?
시험지를 보고 난 후 저녁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좀 더 나은 영어 교육을 위해 좀 더 지각있는 문제를 출제해주셨으면 참 좋으련만. 나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들 학교의 영어 시험지는 볼수록 이상했습니다.
그냥 그려러니 하며 넘겨야 할까?
한 해가 끝이 나니 그저 운이 없는 해다 생각하고 말아야 할까?
그 영어 선생님의 견해를 아직 들어 보지는 못 했지만 나름의 교육적 이유가 있으시겠지?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혜롭게 나의 메시지를 전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제가 학교에 전화를 거는 순간 사태는 그저 악화되고 말겠지요. 학교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고 저는 별걸로 민원을 넣은 이상한 학부모로 낙인 찍힐 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구요.
❚중학교 영어 내신을 양보하는 게 현명할 지도 모른다.
결국 하룻밤 불편한 마음을 지내고 그냥 마음을 훌훌 털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들에게 여전히 그 외계어 문법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외계어 문법을 강조하는 중학교 영어 내신을 포기하는 게 더 현명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1형식이니 5형식이니 운운하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려고 괜히 마음을 쓰느니 차라리 아들에게 그 시간에 영어책한 권이라도 더 읽고 영어 유튜브 하나 더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한 영어 문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는 우리도 원어민들이 알만한 영어를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영국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영국 고등학생들이 한국 고등학생들이 푸는 영어 문제를 푸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한국 학생들에게 오히려 영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그게 영어 독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고등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제를 풀지 못 하더라구요. 만일 그 학생들에게 저의 아들 기말고사 문항 (다음 문장 중 5형식이 아닌 것은?)을 제시하면 모두 다 정답을 찾지 못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흔들리지 말아요.
중학교 입학 후 학교 내신 영어 시험을 치르고 멘붕을 맞이한 많은 중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학부모님들께 흔들리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장담컨대, 한국 영어문법 지식 없어도 영어책을 많이 읽어본 학생들이 결국 빛을 발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수능시험에서도 반드시 빛을 발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비록 지금 당장 중학교 영어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아오는 게 정말 받아들이기 싫고 정말 속상하지만, 일단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아들의 경우도 안타깝지만 제가 그 학교의 영어 시험 스타일을 영어 교육 방향을 바꿀 수 없는 부분이기에 저는 그저 그려려니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혼내거나 이것도 못 해 하며 윽박지르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그건 절대 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아이가 영어에 질려하지 않게 영어를 영어가 아닌 외계어로 오해하지 않게 안심을 시켜줘야 합니다.
부모님께서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까지 해오신 듯이 영어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결국 최고의 영어 교육 방법입니다.
❚위의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입니다. ^ ^
❚참고 문헌:
- Eto, H. (2009). CT Onions and Japan: influence of his grammar on English language education in Japan. 国際文化研究科論集= Journal of the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Cultural Studies, (17), 117-127.
https://www.intcul.tohoku.ac.jp/ronshu/vol17/12.pdf
-https://youtu.be/sxBliJuSX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