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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Dec 26. 2022

#3. 조기 영어교육이 영어 능력에 도움이 될까?(1)

: 영어 교사이자 두 아이 엄마의 질문

❚점점 어려지는 영어 공부 시작 나이

조기 영어교육의 열풍은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1등일 것 같습니다. 외국어 습득에 결정적 시기가 있다 학설이 많습니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지만, 혹여나 스폰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그 시기를 놓칠 세라 경쟁하듯 일찌감치 아이들을 사설 영어학원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반에도 영어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대형 프렌차이즈 학원들은 주고객층의 연령대를 점점 하향 조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예전에는 고등영어 학원이 번성했지만 학령 인구의 감소와 수능의 절대 등급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그런 학원들은 더 이상 예전의 호황을 누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차선책으로 많은 사설 영어 학원들은 타겟층의 연령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주고객으로 하는 대형학원도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 앞 상가 건물에는 늘 초등 저학년 대상 영어 학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의든 타의든 우리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영어라는 외국어를 학습해야 하는 사회에 던져졌고 학부모님들이 영어교육에 지불하는 비용과 에너지는 과연 엄청납니다.      


❚조기 영어 교육에 열정적인 두 아이의 엄마

저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중학교 영어 교사로서 아이의 영어 교육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결국 퇴근하면 나 자신이 아이의 사교육 강사가 되어야 하는 셈이지요. 공교육 영어 교사로서 저의 경력은 23년, 사교육 영어 강사로서 저의 경력은 18년 정도가 됩니다. 둘을 합하면 영어 교육자로서 저의 경력은 거의 40년 가량이 되는 셈입니다.      


오랜 세월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영어 동화책을 매일 2시간을 읽어주는 열성도 피웠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 유학의 길을 떠나 영어, 한국어 이중언어 구사자로 키우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직 영어 교사로 제가 맡은 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영어 교육 분야 미국 대학교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열정도 쏟아 부었습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영어 교사이자 두 아이 엄마의 질문

조기 영어 교육은 성공적 영어 학습으로 가는 효과적인 길 일까?

하지만 여전히 사람을 교육 시키는 일은 물건을 제작하는 일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닏다. 누구든 오랜 세월 한 분야에 열정을 부은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라 불립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은 의심의 여지도 없는 법입니다. 물건을 제작하는 장인은 오랜 세월 그 물건을 만들며 엄청난 노하우를 지니고 제작하는 물건은 예외없이 아주 훌륭한 상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 분야 만큼은 예외인 듯 합니다. 오랜 세월을 교육에 올인했다 하더라도 학습자마다 그 성과가 다르기에 물건을 제작하는 전문가하고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특히 성공적인 영어 학습자를 배출해내는 일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영어 교육을 위해 누구 못지 않은 열성과 실행력을 가진 저이지만 영어교육의 성공 열쇠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나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영어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하며 어린 나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물론 저의 육아 경험과 유학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확신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를 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저 저의 유한한 경험이 그 확신의 근거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기 영어 교육을 받은 아이들 중에는 중학교에서 영어가 부진하거나 포기하는 아이들도 자주 발견됩니다. 그런 상반되는 케이스들을 일상에서 마주하다보면 저 스스로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가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즐기던 영어 공부를 중학생이 되면 왜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걸까요?

어린 나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중학생이 된 후부터 그들의 영어가 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린 나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의 메리트가 있기는 할까요?

반대로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영어 학습자들은 계속해서 뒤처지기만 할까요?

늦게 시작한 영어 학습자들은 결국 일찍 시작한 학습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논문을 발견했다.

위의 질문의 해답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나름의 원인을 찾아 낼 뿐입니다. 하지만 각자가 추정하는 원인이 진짜 원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연히 영어 공부와 관련된 논문 검색을 하다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독일 Kiel 대학교 교수님을 비롯한 네 분도 저와 똑같은 질문이 생기셨던 모양입니다. 다섯 명의 독일 교육 학자들이 위의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독일에 있는 1,431개 중학교의 15~16세(우리나라 중1~ 중2) 영어 학습자 이만명(19,85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가 2020년에 논문으로 발표되었고 그 결과는 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클수록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엄청난 숫자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그 연구 결과가 너무 너무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일의 영어 학습자들은 우리나라 학습자들처럼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기에 더욱 결과가 주목되는 연구였습니다.      


❚그 영어 논문 저랑 같이 읽어 보실래요?

독일에 Kiel 대학교에 재직하시는 Jurgen BAumert 교수님 및 네 분 학자들(Baumert, J., Fleckenstein, J., Leucht, M., Köller, O., & Möller, J.) 이 수행한 연구입니다.

논문 제목은 외국어로서 영어 학습자들의 시작 시기별(일찍, 중간, 늦게 시작) 장기적인 영어 능력 향상에 대한 연구(The Long-Term Proficiency of Early, Middle, and Late Starters Learn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at School: A Narrative Review and Empirical Study)로 영어 교육 분야 권위있는 학술지인 Language Learning에 2020년 12월에 실린 논문입니다.


다음 글에서 저와 같이 그 논문을 읽고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중심을 잡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Baumert, J., Fleckenstein, J., Leucht, M., Köller, O., & Möller, J. (2020). The long‐term proficiency of early, middle, and late starters learn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at school: A narrative review and empirical study. Language Learning, 70(4), 1091-1135.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lang.1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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