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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Dec 26. 2022

#4. 조기 영어교육 영어 능력에 도움이 될까? (2)

:독일 킬 대학교(Kiel Uni.) 교수님들의 연구에서 답을 찾았다.

❚조기 영어교육은 아이의 영어 능력에 도움이 될까요?

독일 Kiel 대학교 교수님을 비롯한 네 분도 저와 똑같은 질문이 생기셨던 모양입니다. 다섯 명의 독일 교육학자들이 위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독일에 있는 1,431개 중학교의 15~16세(우리나라 중1~ 중2) 영어 학습자 약 2만명(19,85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독일Kiel 대학교에 재직하시는 Jurgen BAumert 교수님 및 네 명의 학자들(Baumert, J., Fleckenstein, J., Leucht, M., Köller, O., & Möller, J.)이 협업으로 수행한 연구입니다.      


❚조기 영어교육의 장점인 장기간 영어 노출의 효과는 지속될까요?

저랑 같이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에 대한 그분들의 연구 논문을 읽어보실래요?


<논문 제목>

외국어로서 영어 학습자들의 시작 시기별(일찍, 중간, 늦게 시작) 장기적인 영어 능력 향상에 미친 영향 (The Long-Term Proficiency of Early, Middle, and Late Starters Learn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at School: A Narrative Review and Empirical Study)     


<학술지> Language Learning (2020)

[영어 교육 분야 권위있는 학술지인 Language Learning에 2020년 12월에 실린 논문입니다. 저와 같이 그 논문을 읽고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중심을 잡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 대상> 독일 1,431개 중학교의 만15~16세(우리나라 중3 나이) 영어 학습자 19,858명

[엄청난 숫자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아주 높습니다.]     


<연구 설계>

초등 1~2학년 (만6-7세) 시작한 그룹 (Early 그룹):우리나라 유치원~초등1학년

초등 3~4학년 (만8-9세) 시작한 그룹 (Middle 그룹) : 우리나라 초등2~3학년

초등 5학년 (만 10세) 시작한 그룹 (Late 그룹) : 우리나라 초등4학년

[Early 그룹, Middle 그룹, Late 그룹의 중3 말(만15~16세) 영어 능력 시험 결과 비교]     


<Q. 연구 질문 1>. 조기 영어 시작 연령이 중학교 3학년 말 (9학년- 만15세~16세) 무렵 학생들의 영어 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요?     

A. 일찍 시작하나 늦게 시작하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위 세 그룹의 학습자들은 9학년(만 15~16세)말에 나타난 영어 읽기, 듣기 성적에서 그룹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초등1학년에 시작하나 5학년에 시작하나 결과적으로 중3졸업 할 즘 영어 실력은 별로 다른 것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 5년이 지나고 나면 일찍 영어를 시작해서 장기간 영어에 노출된 것의 잇점은 소실된다는 것이다.     


Q.연구진들이 파악한 조기 영어가 효과 없었던 이유?

A. 중고등학교는 신입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연계해서 키우는 데 소홀하기 때문.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신입생들의 영어 능력에 맞게 적절한 교수 지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 반에 늦게 시작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할 경우 일찍 시작한 학생들에게는 이미 아는 것의 반복 연습에 불과한 수업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      

또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신입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역량을 알아채지 않고 효과적이지 못한 수업을 했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연구에 따르면 입학 당시 영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낮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의 중3 말 영어 성적을 비교하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학교 타입과 영어공부 시작 나이 간의 연관성은 없는 것이다.      


어느 학교를 다니던지 중고등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연계해서 키우는 데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적으로 조기 영어 교육을 초등 교육과정에 도입한 지역들의 경우 9학년 말 학생들이 도달한 영어 수준은 부분적으로 도입한 지역 학생들보다 오히려 더 낮았다. 학교에서 효과적인 영어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연구 결과였다.           


<시사점 1.> 공교육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것의 원인은 장기간 영어 노출의 힘이 없다라고 하기 보다는 중고등학교 영어 교육이 초등 영어 교육과 연계성이 없고 비효과적인 영어 교수를 한 것이 원인이다. 신입생들이 쌓아놓은 영어 능력을 중고등학교에서 가서 서서히 소실되고 심화, 강화 수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2015년에 개정된 것을 2020년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의 경우도 마찬 가지이다. 대부분의 영어 수업은 초등영어 수업이 실시 되지 않은 시대에 맞추어진 루틴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다.      



<Q. 연구 질문 2>. 모국어 능력은 조기 영어교육에 연관이 있을까?      

Q. 모국어의 읽기 쓰기 능력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제2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것

                                VS.  

   모국어의 읽기 쓰기 능력이 자리잡힌 후 제2 언어를 순차적으로 배우는 것     

   그 효과는 다를까?     


A. 모국어의 읽기 쓰기 능력이 자리잡힌 후 제2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제2언어 학습에 유리하다.

수업에서 사용하는 언어 (우리나라의 경우 모국어, 독일 이민자 학생들의 경우 모국어가 아닌 독일어) 능력은 정규 수업 뿐 아니라 조기 영어 수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Early 그룹에게 이러한 현상을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독일에서 이루어진 이 연구의 경우,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의 아이들은 독일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운다. 이런 외국계 학생들의 경우, 독일어가 부족하면 영어 능력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냈다. 특히 Early 그룹 학생들(초등 1~2학년)에게 독일어가 성글경우 외국어로 학습하는 영어의 학습도 저조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Middle 그룹 학생들(초등 3~4학년)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Q. 제2언어 학습이 제3 언어 학습에 방해가 될까?

A. 아니다. 도움이 된다.

이민자의 학생들처럼 독일어(제2언어/수업 중 사용하는 언어)가 숙달이 된 학생들의 경우 영어능력이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들보다 더 높았다. 이는 모국어 이외에도 외국어를 배운 경험이 제3 언어를 배울 때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사점 2.> 수업에서 사용되는 언어(우리나라의 경우 모국어)의 읽기, 쓰기 능력이 먼저 안정을 잡은 후에 외국어를 접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등학교에서 모국어로 읽고 쓰는 능력이 잘 다져진 후 외국어(영어)를 배워야 외국어 학습도 훨씬 잘 할 수 있다.      


<결론> 모국어 읽기 쓰기 능력 먼저, 조기 영어 교육 이후 연계성 높은 영어교육이 필수!!

결국 남보다 더 빨리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이의 영어 학습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 한다. 적어도 우리말로 읽고 쓰는 것이 다져진 후에 영어를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외국어(영어)를 일찍 배우기 시작한다고 해서 중고등학교에 가서까지 그 외국어(영어)의 능력이 우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잘못이다. 연계성이 높은 교육을 계속 하지 않는 이상 아이의 영어 능력은 성장하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초등영어는 쓸모가 없는 것일까?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가 중고등학교를 끝낼 무렵이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인가?

엄마표 영어니, 영어 유치원이니 하며 부산을 떨 필요가 조금도 없는 것일까?

논문을 읽는 동안 내심 조기 영어 교육 무용론이 우세하기를 바랬다. 조기 영어 교육이 완전 소용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한 순간 하늘 높이 올라갈 텐데 생각했다.    

  

하지만 위의 연구 논문은 초등 영어 수업과 중고등학교 영어 수업의 비연속성에 대한 비난을 할 뿐 초등 영어 수업이 무용지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다. 조기 영어 교육은

영어 능력 향상에 아주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초등 학교 2~3년간의 주 2회 영어 공부를 한다 하더라고 그들의 영어 듣기, 읽기 능력은 CEFR(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A1 상당한 수준이 된다고 한다.      


[CEFR A1 수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 (예를 들어 개인적인 정보, 가족과 관련된 정보, 쇼핑, 지역, 직업과 관련된 문장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간단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정보 교환을 통해 해낼 수 있다. 또한 주어진 상황에서 단순한 용어들로 묘사, 설명할 수 있다.       


❚늦게 시작하는 학습자는 계속 뒤처지기만 할까?

늦게 시작하는 학습자는 일찍 시작한 학습자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 잡을 수 있다.

많은 선행 연구에 따르면 늦게 시작한 학습자들의 경우 일찍 시작한 학습자를 빠른 속도로 따라 잡는다고 한다. 만 10세 이상의 학습자들은 만5~8세 학습자들보다 학습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Lambelet and Berthele, 2015; Huang, 2016). 특히 200~ 416 시간의 수업이후 그들의 학습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고 한다. 심지어 일찍 시작한 그룹의 평균 점수보다 더 높기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726시간의 수업(대략 7년의 수업) 이후 부터든 그 학습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고 조기 영어 시작 그룹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옆으로 늘어진 S자 곡선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학습 초기의 기울기는 상당히 가파르지만 726시간 이후부터 그 기울기는 거의 완만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조기 영어 공부의 메리트는 없을까?

그럼 일찍 시작할 필요가 아예 없는 것일까? 놀라운 사실은 일찍 시작한 그룹(5년의 영어 수업 416시간 수강자)과 늦게 시작한 그룹(2년의 영어 수업 200시간 수강자) 학습자들이 7학년이 되었을 때 실시한 영어 시험의 결과 일찍 시작한 그룹은 늦게 시작한 그룹에 비해 일정 기간 (늦게 시작한 그룹이 416시간 즉 5년의 학습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동안은 영어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늦게 시작한 그룹은 어떠한 영역에서도 일찍 시작한 그룹을 따라 잡지는 못했다.       


일찍 시작한 그룹은 중고등학교 기간 동안 영어 공부에 투자할 시간을 다른 주요 교과 공부에 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또한 초등 5년간의 영어 교육 이후 중고등학교 기간 동안 적절한 후속 교육이 이루어 질 경우는 그들의 언어 능력을 계속해서 앞서 갈 수 있다.      


한편, 늦게 시작한 그룹의 경우는 뒤쳐진 영어실력을 만회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따라 잡아야 하는 부담을 안은 채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한참 바쁠 중고등학교 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이 그룹이 계속해서 증가 곡선을 긋기 위해서도 반드시 중고등학교 기간 동안 적절한 후속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일과 비슷한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학습자들이 적절한 후속 교육을 받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특히 이전 글에서도 쓴 바가 있지만 우리나라 중학교 영어 내신은 대체로 영어 능력을 테스트하기 보다는 다소 엉뚱한 능력까지 테스트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영어 문법이라는 미명아래 원어민도 모르는 이상한 영문법까지 강요하는 현실이다 보니 진정 영어 실력을 키우기에는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 또 교육과정상 선행법 금지라는 규제가 있기 때문에 수월성 교육을 하기에도 제약이 많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 후 치르게 될 영어 시험은 대부분 독해 능력을 묻는 문항으로 가득하다. 이는 중학교 영어 수업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능력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의 로드맵을 가지지 않는다면 학습자 뿐 아니라 부모님들의 마음도 갈팡 질팡 하기 쉽다.      


❚그럼 우리는 언제 우리 아이에게 영어를 시켜야 할까?

위의 논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초등영어와 중고등 영어 간 연계성을 높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 연계성을 높이는 일은 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 우리는 언제 어떻게 영어를 교육 시켜야 할까?     


중학교 현직 영어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는 조기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 논문에서도 보여준 바와 같이 늦게 시작한 학습자들도 일정 기간의 학습이 필수로 투입되어야 일찍 시작한 학습자 수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학생이 되면 결이 다른 영어를 익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고3에 치르게 될 수능 영어는 또 중학 영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독해 능력을 요구합니다. 꾸준히 영어 읽기 능력과 듣기 능력, 말하기, 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은 학교 교육활동으로는 다 채울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기영어 교육을 시킨 경험담에 대해 글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참고문헌:

- Baumert, J., Fleckenstein, J., Leucht, M., Köller, O., & Möller, J. (2020). The long‐term proficiency of early, middle, and late starters learn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at school: A narrative review and empirical study. Language Learning, 70(4), 1091-1135.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epdf/10.1111/lang.12414     

- Lambelet, A., & Berthele, R. (2015).Age and foreign language learning in school.New York, NY: Palgrave Macmillan.     

Huang, B. H. (2016). A synthesis of empirical research on the linguistic outcomes ofearly foreign language instruction.International Journal of Multilingualism,13,257–273. https://doi.org/10.1515/9783110197372.0.1


CEFR standard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https://tracktest.eu/english-levels-c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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