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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an 30. 2023

#8.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을까?

: 영어로 먼저 말을 건네 본 적이 있나요?(2부)


❚ 영어로 말을 먼저 건네 본 적이 있나요?

대개의 경우, 우리말로 수다를 떨다가도 옆에 외국인이 나타나면 영어로 말하기가 두려워 그만 입을 다물고 만다. 혹여나 그 외국인이 뭐라고 질문이라도 하면 마지못해 대답을 해주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중3 아이들은 대체로 그랬다. 현재 근무하는 중학교에 내가 지도하는 3학년 학생수가 350명 정도이지만 일 년 동안 우리 학교 원어민 선생님께 먼저 말을 건네는 아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끔 말을 거는 학생들은 대체로 외국 여행을 다녀왔거나 외국에서 산 경험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한 학생이거나 영어 성적이 꽤 좋은 학생들이었다.
 

❚ 성격이 아니라 영어 자신감

코로나 시대에 우리말로 먼저 말을 거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외국어인 영어로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것은 상당한 적극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런 적극성이 없이는 사실 불가능하다. 물론 내성적인 원어민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모국어로 그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다만 자신의 성향상 남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을 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모국어라 하더라도 말하기를 좀 덜 잘 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도 다 말을 잘 하진 않으니 영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도 그런 능력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영어 모국어자들 같은 언어 능력이 없는 영어 학습자들의 경우 그 일정 수준의 능력치로 끌어 올리기 위해 부단히 시도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 영어로 말을 먼저 건네는 정도의 적극성을 가진 학습자들은 그 언어를 더욱 빨리 익힐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적극성은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외향성을 띄는 사람들이 얼핏보기에는 먼저 말을 건네는 걸 잘 해 보인다. 하지만 먼저 말을 거는 행동만으로는 외국어 능력을 높힐 수 없다. 외향적인 성격이 외국어 학습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반대로 내향적인 성격이 외국어 학습의 방해요인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자신의 모국어로 상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사실 성격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외국어로 먼저 말을 건네는 그 적극성은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어 자신감에서 나온다. 영어 자신감은 모국어와 달리 언어 자체의 능력이나 성격에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와 문화의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요인들, 사회적 정치적 요인 등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L2 WTC is not regarded as a simple manifestation of L1 WTC, which is more a personality trait, since a much greater range of communicative competence is evident in an L2 than in an L1, and L2 communication carries ‘‘a number of intergroup issues, social and political implications’’ that are usually not as salient in L1 use (MacIntyre et al., 1998, p. 546; Yashima, Zenuk‐Nishide, & Shimizu, 2004).


     

❚ 영어로 먼저 말 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들일까?

일본 칸사이 대학교 (Kansai University)의 Tomoko Yashima 교수 연구팀들은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일본 고등학생 16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리고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처럼 입시 영어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일본의 영어 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학습자들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팀들은 영어로 먼저 말을 건네고 의사소통 행동을 자주 하는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166명 (15~16세 일본 여학생 150. 남학생 16)에게 두 번에 걸처 다음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1999, 2000)를 했다.      


1.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빈도수와 양 (Frequency and Amount of Communication in English)

2. 영어로 의사소통하려는 마음 (Willingness to Communicate)

3. 국제적인 관심 정도 (International Posture)

  - 영어 사용자와의 대화 회피하려는 마음 (Intergroup Approach-Avoidance Tendency)

  - 해외에서 일하는 것/활동에 대한 관심 (Intrest in International Vocation/Activities)

  - 해외 뉴스에 대한 관심 (Interest in International News)     

4. 영어 학습 동기 (Motivation to Learn L2)

-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 (Motivational Intensity)

-실제 영어를 배우는 데 투입하려는 에너지 (Desire to Learn English)

5. 의사소통 자신감 (L2 Communication Confidence)

-스스로 생각하는 영어 수준 (Perceived Competence)

- 불안감 (Anxiety)


그 연구 결과 외국어로 의사 소통을 자주하는 학생들이 가지는 자질과 그 사이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도식화했다. (p. 127)    


Yashima, Zenuk‐Nishide, & Shimizu (2004, p. 127)

즉, 외국인에게 먼저 영어로 말을 자주 거는 사람은 다음 중 하나 이상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외국에 관한 흥미와 관심이 높은 사람

외국어 학습 동기가 높아 유창성을 기르는 데 열심인 사람

영어 유창성이 실제로 높은 사람

객관적인 영어 유창도(영어 공인시험 성적)에 관계없이 영어를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


❚ 영어 자신감(스스로 영어를 잘한다고 여김)이 실제로 영어를 잘하게 만든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위의 여러 자질 중에 ‘스스로 영어를 잘 한다고 여김’이 ‘영어 의사소통 의지(Willingness To Communicate)와 제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이다. 결국 영어 자신감이 관건인 것이다. 객관적인 시험 결과로 영어를 잘 한다고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일/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영어 의사소통 의지가 높다. 그런 사람들은 영어를 공부하려는 의욕, 동기가 높다. 그 학습 동기는 열심히 영어를 익히는 행동을 낳을 것이고 그 결과 영어 자신감을 가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세계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세계와 자신을 연결짓는 사람들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시각화를 잘 하는 경향이 있다.      


How one perceives one’s competence is likely to be most strongly related to how willing one is to communicate in an FL. To have self-confidence in communication in an L2 is crucial for a person to be willing to communicate in that L2.      

In addition, students who have a greater interest in international affairs, occupations, and activities seem to be more willing to communicate in the L2 and voluntarily engage in communication more frequently. Furthermore, those who are internationally oriented seem to be motivated to study the L2. The higher level of motivation links to self-confidence, possibly through learning behavior and its resultant competence. (p. 141)     

Those who are conscious of how they relate themselves to the world tend to be motivated to study English, as they probably visualize ‘‘English-using selves’’ clearly. (p. 142- 143)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아니라도 우리는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영어 자신감이 있으면 영어를 잘하게 될 거라는 것을. 다만 이 연구는 그런 우리의 직감을 데이터로 증명해준 것이다.      


위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입니다. ^ ^

https://youtu.be/3e-l2CVpV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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