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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6. 2023

#13. 반가운 일요일

: 소식이 궁금했는데 어쩜 이렇게?

  일요일의 은혜

여느 일요일처럼 교회 예배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하지만 겨울 방학이 끝남을 아쉬워하며 이제 고3이 되는 딸은 친구들과 부산 기차 여행을 간다고 한다. 교회 예배 시간이 조금 빠듯 했지만 딸을 역에다 데려다 주고 우리는 교회로 향했다.      


우리가 다니는 교회는 정말 신도수가 엄청나다.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는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예배당의 반 정도 채울 정도였는데, 이곳 한국의 교회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예배 시간에 5분이라도 늦으면 이미 본당에 자리가 없다. 예배당 로비에도 본당처럼 긴 벤치형 좌석이 줄을 지어 있는데 어제는 그곳도 다 자리가 찼다.      

참 어이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관에서 안내를 하는 분이 옆 건물 2층에 가면 된다고 하신다. 5개월째 이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그건 처음 들어본 바다. 아침 본 예배에 신도가 너무 많아서 아예 옆 건물에도 그런 온라인 예배처럼 함께 예배를 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냥 집으로 가는 것 보다 기왕 온 김에 그것이라도 참가해야지 싶어 그리로 발길을 돌렸다. 그나마 빈 자리는 군데 군데 보였다. 남편과 중3 아들과 나는 가운데 어디메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설교는 ‘자기애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늘 생각하는 바지만 우리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은 참 설교의 은혜를 받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사님의 말씀 가운데 내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받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The LORD your God wins victory after victory and is always with you. He celebrates and sings because of you, and he will refresh your life with his love.”

Zephaniah 3:17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시라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인하여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스바냐 3:17      


“Humility is not thinking less of yourself, it’s thinking of yourself less.”

“겸손은 자기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덜 생각하는 것이다.”

-C.S. Lewis-     


자기애가 강한 과시와 허영의 시대를 살아가며 그 자기애에서 벗아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1)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의 영광의 빛안에서 위선적으로 살 필요가 없다. 

2) 예수님 안에서 완전한 용납을 받았기에 거절의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예배당에서 예배시간을 가지지 못해 아쉬웠지만 목사님의 설교는 어느 때보다 내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 주었다.     


 일요일의 우연함

마음의 위안을 가지며 나도 모르게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내 안의 두려움과 서러움 그리고 감사함이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바로 앞에 앉은 자그마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라 평소대로 라면 인사하며 내가 아는 사람인지 확인을 하고도 남았지만, 울음을 띈 얼굴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바로 예배당에서 나왔다. 그 여인도 혼자 기도를 남아서 하는 듯 해보였다.      

차로 걸어오면서 그래도 확인이 하고 싶어졌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인지 확인차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오늘 교회 왔었어요? 혹시 보라색 잠바 입고 계셨어요?” 

거의 바로 답이 왔다. 

“네~!. 지인의 소개로 이 교회로 온지 몇 달 되진 않았아요. 가족분들과 같이 오세요?”      


그리고 이어진 문자 대화로 우리는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다음 주 예배를 마치고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같은 신앙인을 친구로 두기가 참 힘들었다. 일단 미국에서 지낼 당시 주변에는 다 크리스찬이었기에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주변 사람은 거의 신앙이 없었다. 그런 참에 이렇게 오랜 친구 같은 동료를 교회 예배 중에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날 다시 우연한 만남을 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오늘 아침 받은 은혜를 다시 곱씹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중3 아들이 또 묻는다.

 “엄마, 근데 목사님 말씀 때문에 왜 눈물이 나는 거야?”

아무대답을 못 하고 있으니 남편이 대신 답을 해준다.

 “니도 나중에 아빠되면 알 거다....”     


 또 하나의 반가움

기분 좋은 일요일 오전을 그렇게 보내고 모처럼 이른 저녁을 먹고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봤다. 낮잠을 잔 덕에 목사님의 영어 설교를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었다. 요한 계시록에 관한 설교로 두려움과 진정한 신앙심을 가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루 동안 하나님의 말씀의 은혜가 가득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벽에 눈을 뜨니 또 하나의 반가움이 와 있었다. 

레인 할머니의 긴 안부 문자였다.      

어렴풋한 새벽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할머니께 더 긴 장문의 답장을 보내드렸다.   

   

참 감사한 일이다.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런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 주게 만든 하나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해줄 레인할머니, 밀튼 할아버지가 있어줘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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