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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16. 2023

#14. 오랜 친구 같은 20살 연하 친구야,

: Good bye~

❚쏜 살 같은 18개월

2021년 8월, 우리 학교 원어민 선생님으로 모셔왔다. 첫 만남도 참 생생하다. 우리 학교 원어민 코디네이터 업무를 담당하던 나는 아침 일찍 교육청에서 지정한 장소에 가서 선생님을 데려 왔다. 그저 아는 거라고는 영국 여자 선생님, 그리고 이름 뿐이었다. 어떤 사람일까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지정된 장소로 갔다. 각 학교 원어민 담당 선생님들의 차가 줄을 지어 서 있다. 차례로 자기 학교 원어민 선생님을 실어서 학교로 모셔가는 날이다.      


미국 유학을 가기 전에도 내가 주로 맡은 업무는 원어민 관리 교사였다. 귀국 한 이후에도 나의 적성에 제일 맞는 일이기에 또 지원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 알게 되어가는 그 과정을 나는 참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 날도 그저 이름 하나 딸랑 알 뿐 나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내 차례가 되어 우리 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호명되고 한 아가씨가 내 차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영국 백인 아가씨였고 날씬하고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이라 우린 마스크를 낀 채 인사를 나눴고 여전히 상대의 얼굴이 궁금했으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얼굴을 반 가리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이, 전공, 한국을 오게 된 계기, 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첫 만남이지만 정말 50분 가량의 차로 오면서 우린 오랜 친구를 만나 서로에 대한 업데이트라도 하는 듯이 참 많은 질문이 오갔다.   

   

비록 첫 만남이지만 서양 사람들과는 “아버지는 뭐하시노?”같은 대화도 서스름없이 나눌 수 있다. 그 첫 날 수 많은 이야기 가운데 아버지가 영국의 명문대인 캠브리지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이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첫 학기가 끝날 무렵 그 교수님과 우리 학교 아이들과 줌 실시간 인터뷰를 하는 멋진 추억도 쌓았다.  그렇게 첫 6개월, 그리고 또 1년, 총 18개월 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해줬다.      


❚20살 연하 친구

20살 연하인 그 친구가 나의 귀국 후 적응에 참 많은 도움을 줬다. 남과 다른 경험을 얻은 외국 생활이지만 다시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그 괴리감을 다른 누구보다 잘 이해해줬다. 다른 무엇보다 그런 세세한 생각과 감정을 그 친구와 나는 서로 크게 말 하지 않아도 참 잘 헤아리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그 친구도 자기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면 자기 친구들 보다 3~4년 정도 커리어에서 뒤쳐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염려를 비추었다.       


❚결국 마지막 만남의 순간

그런 귀한 내 친구, 비록 20살 연하이지만 내 자매보다 더 많이 날 공감해준 그 친구가 이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다. 아니 본국이 아니라 사실은 이젠 독일로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 친구는 다시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한단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친구와 그런 정겨운 대화를 마주 보며 하는 날이 이젠 없을 것 같다. 많이 아쉽고 슬펐다.      


결국 그 친구 문 앞에서 마지막으로 GOOD BYE를 해주며 안아주었다. 눈물이 주루룩~     

원어민 담당 교사로서 가장 힘든 날이다.      

첫 만남의 설레임의 몇 갑절로 헤어짐의 슬픔이 내 눈물로 흘렀다.       


❚훗 날을 기약을 하며

참 좋은 원어민 선생님이었다. 놓치기 싫을 만큼 괜찮은 선생님이었다. 다행히 우린 멀리 떨어져 있어도, “Only One Click Away”인 시대에 살고 있으니그나마 참 안심이 된다.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로운 일에 멋진 시작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훗 날 또 멋진 만남과 인연으로 이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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