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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01. 2023

#19. 엄마표 영어 스터디 네 번째 모임 후기

:현재, 우리에게 이용가능한 유일한 순간

❚스터디 멤버의 자격 요건: 나이?

두어 주 전에 낯선 여자분으로부터 채팅문자를 받았다. 한두 달 전에 지역 광고 앱에 올린 스터디 멤버 모집글에 게시된 나의 카톡 아이디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하셨다. 메시지로 이것 저것을 물어 오셨다. 그리고는 이내 문자가 너무 불편하다면서 음성 통화를 요청해오셨다. 용건은 스터디 멤버들의 연령대가 어떻냐고 물어왔다. 스터디 멤버는 3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이 주로라고 하니 실망스러워하시면 자신은 60대라 스터디에 참가 하기가 좀 불편하다고 하셨다.      


사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상 나이 차이가 근 20년 이상이 나면 대화를 편하게 나누기가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결국 그 분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공감대 형성이 힘들 것 같다고 했다.결국 그 분은 60대를 위한 모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영어를 통해 가늘고 긴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연세드신 분을 모시고 하기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선뜻 모임에 오시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본의 아니게 스터디 멤버의 자격 요건이 하나 생겨 버렸다.     

 

❚스터디 멤버의 자격 요건: 직업?

한 달 전에는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이 스터디에 함께하고 싶어 하셨다. 대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동료 교사이지만 차마 스터디에 오시라는 말은 못 했다. 일단 기존의 멤버들과 영어 실력 차이가 너무 나버리면 스터디 운영이 애매해질 것 같고 일단 들어온 후에는 미안해서 나가지 못 하는 그런 대략 난감한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좁은 동네 친한 친분을 쌓는 사이이기에 아주 조심스러웠다. 더군다나 같은 학교 동료이기에 더욱 더 스터디 탈퇴가 심적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예 권해드릴 수 없었다.  

   

어제는 내 블로그로 한 분이 차로 근 50분 거리에 사시는 분이 스터디 참가를 희망하셨다. 비록 그 분도 영어 교육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셨으나 스터디 탈퇴에 부담을 느낄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거리상도 아주 멀기에 그분이 혹여 탈퇴를 하더라도 거리를 핑계삼을 수 있겠다 싶어 수락을 해드렸다.      

쿨하지 못한 나의 삶의 방식 때문일까? 아니면 인화 관계가 중시되는 동양의 문화때문일까? 이건 분명 미국에서 삶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긴하다. 하지만 나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 살고 있고 인화 관계가 일에서든 삶에서든 중요한 요소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두 사람을 차별아닌 차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영어 공부가 취미가 되는 시대

영어와 관련된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일반인들은 일반인 대로, 젊으면 젊은대로 나이가 있는 분은 있는 대로 내 주변에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늘 갖게 되는 의문 중 하나는 ‘다들 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걸까?’이다. 영어 전공자인 나로서는 영어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싫든 좋든 열심히 해야 했기에 했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생겼고 보람도 생겼다. 그래서 주말 오전에도 이렇게 영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또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나와는 사뭇 이야기가 다르다. 다들 직업이 다양하고 전업주부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시시콜콜 이유를 묻지는 못 했다. 하지만 분명 직업을 위해 하시는 공부가 아니니 스스로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시는 것 같다. 넓게 보면 영어 공부를 하나의 취미로 여기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영어 스터디 모임을 만든 것은 나를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남들을 위한 일이기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미국 유학 시절 나의 박사 전공은 Adult Education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학과명이다. 엄밀히 말하면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야할 시대의 성인교육과 그 방법론에 관한 학문 분야이다. 나의 논문 주제는 성인 대상 외국어 교육이었다. 성인들이 외국어를 배우는 동기와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적합한 교육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했다. 비록 그 당시 내 논문 연구를 위한 설문의 대상자는 대학생 학부생들이었다. 하지만 분명 어른을 대상으로 교육시키는 방법은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육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결국, 동기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결론이었다. 특히 어른 학습자일 경우, 그들의 동기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의 학습 태도는 중고등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심이고 진지하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에도 불구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식으로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주며 나의 일로 만들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고 남들에게 필요한 일, 바로 영어 공부를 함께 하는 일은 평생 나의 업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져 본다.      


❚격주라 한 번 불참은 한 달 만에 보는 거라.

역시 성인 학습자인지라 각자 삶에서 일이 생기면 스터디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당연한 일이다. 격주로 스터디를 운영하다보니 여차하면 한달 만에 보는 회원들도 있다. 이번 모임에서도 몇 분이 그랬다. 한 달 만에 보니 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기분까지 든다. 학교 교사로서 느끼는 답답함은 늘 같은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이야기를 다른 공간에서 하는 건 기분 좋은 변화다. 물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같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와 여기서 하는 영어는 참 다르다. 

     

❚새로운 시도와 고민

이번 주는 새로운 시도를 하나 해봤다. 멤버 중 한 분에게 오늘의 명언와 오늘의 영어 표현을 준비해서 오라는 미션을 지난 모임에 준 적이 있었다. 한 분이 자발적으로 준비를 해오시겠다고 해주셨다. 그 분은 오늘의 영어 표현을 위해 학교 원어민 선생님께 평소 하고 싶은 질문과 말해주고 싶은 것을 우리말로 쓴 후 된 파파고를 활용해서 영어로 번역했다고 했다. 


아주 열심히 준비를 해오셨다. 그런데, 하나 살짝 문제가 생겼다. 우리말을 영어로 바로 번역을 하다보니 다소 어색한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약간의 멘트와 함께 현장에서 바로 Chat GPT를 활용해서 올바른 영어 표현을 찾아 드렸다.      


예를 들어 'Does that ring a bell?'이라는 표현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 갑자기 기억이 안 날 때 상대가 몇 가지 관련 이야기를 해주고 ‘이제 생각이 나니?’라는 뉘앙스인데, 우리나라 중2병에대해 처음 말해주는 대화에서 원어민에게 ‘Does that ring a bell?’이라는 말은 어색하다. 그래서 바로 Chat GPT를 활용해서 이 영어 표현이 쓰일 법한 영어 대화문을 달라고 했다. 바로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내놓았다.          


Chat GPT를 활용한 생활영어 대화문 

이 대화를 가지고 연습을 하고 오늘의 표현으로 ‘Does that ring a bell?’을 선택하고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애써 준비해온 분의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멘트를 다는 일이 잘한 일인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흐려졌다.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들고 그 분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미션을 정확하게 전하지 못한 나의 불찰 같았다. 결국 이번 시도로 통해 오늘의 표현은 내가 준비해서 멤버들에게 가르쳐드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참 죄송스럽다. 성인 학습자들을 가르칠 때 아주 조심스러워해야 할 부분인데, 나의 불찰이었다.      


❚새로운 시도의 좋은 점

이날의 시도 중 좋은 것도 있었다. 이제까지는 내가 오늘의 명언을 준비했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멤버 중 한 명이 명언을 준비해 오셨다. 이것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그 분이 하나의 명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봤을 여러 가지 시도가 일단 의미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명언을 고르게 된 배경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나는 이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그분이 소개한 명언은 다음과 같다.      


“The present moment is the only moment available to us, and it is the door to all moments."  - Thich Nhat Hanh-     


현재라는 순간은 우리에게 이용 가능한 유일한 순간이고, 그것은 모든 순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5년 전 어머니의 별세를 맞이하며 ‘언제가는 없어질 존재이니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감사하고 소중히 여겨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8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삶에 대한 생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세상 슬픈 사건을 맞이하면서 삶의 지혜를 하나 얻게 된 순간이었다. 바로 이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참 많이 변했다. 유한한 삶이라는 사실, 그러기에 오늘 하루를 성실히 더 감사하며 행복해야겠다는 사실이다.      


❚네이버 카페에 차곡 차곡 내용 정리하는 뿌듯함.

또 한번의 스터디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빨래를 가지런히 개어서 정리하듯이 오늘 공부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매주 스터디의 내용 정리

멤버로 참가는 힘드지만 격주마다 올라오는 저희들의 스터디 내용의 요약을 보고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

https://cafe.naver.com/englishman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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