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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08. 2023

#20. 엄마표 영어 티타임 2기 세번째 모임 후기

:꾸준함이 가져다 준 것

❚온전히 나를 위한 오전 모임의 전제 조건: 두 끼

매주 토요일 오전, 늦잠이나 브런치의 여유로움 대신 선택한 엄마표 영어 모임을 진행한 지 어느 덧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토요일 아침에 만끽하던 늦잠도 멀리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비록 나는 두 아이가 고3, 중3인 소위 ‘애를 다 키운 엄마’에 속하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오전 모임을 갖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브런치 대신 아침밥 챙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이의 점심밥까지 미리 바리바리 챙겨놓아야 한다.     

   

이번 토요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모임에 가 있는 동안 고3인 첫째가 점심을 얼른 먹고 근처 학원에 가야 하는 스케줄이 맞물려있기에 아침 식탁을 치우자마자 쉴 새없이 바로 점심밥을 준비해야 한다. 후다닥 한 끼 메뉴를 해결하는 능력은 두 아이, 남편, 그리고 나의 도시락을 챙겨야 하는 미국 유학 시절 덕분에 꽤 단련되어 있다. 변변찮은 식재료를 가지고서라도 어쨌든 한 끼의 메뉴를 생각해 내야 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만들어 내야 한다. 돼지고기 목살 남은 거, 김치 조금, 애호박 한 통, 마늘, 쪽파, 양파로 만들어 낸 돼지고기 필라프가 뚝딱 만들어낸 점심 메뉴이다.      


❚취소할까 말까?

이틀째 비가 주룩주룩 오는 아침이다. 마음 속으로 취소를 할걸 그랬나? 카톡 칼랜더 기능으로 어제 이미 오시기로 한 몇 분이 있기에 지금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침을 먹으며 남편도 한 마디 거든다. “참 대단하다. 오늘 오시는 분들도 그렇고 자기도 그렇고.” 결국 한 분이 오더라도 나는 그곳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몸이 처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기어이 마음을 더 내어 보기로 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혼자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도 힘들지만 함께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어쩌면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서로가 함께하기에 오래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오늘처럼 말이다. 서로 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게으름을 물리치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앞뒤 생각하지 말자

가면서 생각했다. 한 분이라도 오실 거고 그 한 분을 위해서 한다고 해도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 즐겁게 하겠다고. 이 일이 앞으로 무엇에 쓰일지 생각하고 내가 한 공부가 무엇을 위해 한 것인지 생각하지 말자. 앞뒤 생각하지 말고 그저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이니 그저 즐기면서 하면 된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바라지 않고 누구를 위해 한다는 생색을 낼 것도 없다. 그저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니 나의 오롯한 즐거움과 보람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아침이라 더 소중한 모임

아침부터 꾸물거리느라 약속 시간보다 5분 늦었다. 비오는 토요일 아침 집을 나서기가 주저스러웠던 건 나 뿐인 듯이 오시기로 하신 분들이 이미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계셨다. 밖은 비가 오지만 속닥하게 하는 모임이라 오늘따라 더 우리끼리라는 마음이 들었다. 멤버 한분이 사오신 빵과 내가 내려간 커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함께 나누며 세 번째 모임을 시작했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목적

아침부터 취소할까하는 내 마음을 들킬세라 오늘은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목적을 소리내어서 읊고 시작했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목적

1. 나도 영어즐기는 엄마 되기  

2. 내 아이의 지혜로운 영어 Coach 되기

3. 내 아이 영어발달에 진심인 Watcher 되기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목적은 나의 자녀 영어 교육 방식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자녀 양육이라는 고된 일을 함께하는 동지애를 느끼며 혼자가 아님에 위안과 힐링을 받는 시간이다. 오늘은 중학생 아들을 둔 나와 어느 엄마의 격한 공감을 한 날이었다. 원서책 읽기와 중학교 내신 영어 사이의 괴리에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현직 중학교 영어 교사로서 영어 원서 책 읽기로 자녀 영어 교육을 시킨 점에서 나의 상황이 그분에게는 공감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학교 내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멀리 보며 아이의 영어 능력 발달을 위한 영어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작은 팁으로 시험 기간 일주일 전에 잠깐 시험 범위 안의 핵심 영문법을 코칭 해주는 정도로 엄마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아이의 학원 선택의 기준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혔다. 주구장창 한국식 영문법을 연습한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는 순간 영어 부진아의 길을 갈 것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동안 아이와 부모의 올바른 영어 공부 방향이 참으로 중요하다.      


❚두 번째 강연 제의

세 번째 모임이 끝나고 모두들 가고 난 뒤 한 분이 할 말이 있는 듯이 잠시 자리를 지키셨다. 아직 미취학 아이를 둔 엄마인데, 아이가 다니는 공동육아 모임에 한번 와서 아이의 영어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언제든 불러만 주시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했다.     


지난번 1기와 이번 2기 모임은 사실 그 공동 육아 모임의 엄마들이 많이 참여해주셨다. 여러 모로 자녀 교육관이 비슷한 분들이라 대화가 잘 통했었다. 그런 모임에 나를 불러 주신다니 나로서는 영광이다. 비오는 아침에 게으름을 물리치고 늘 하던 대로 루틴을 꾸준히 하다보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다. 나의 즐거움이 남에게 좋은 일이 되고 그것이 되레어 나에게 좋은 일이 되는 일련의 일들이 참 신기하다.     

 

지난 번 책을 출간하고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가 나에게 강연을 제의했었다. 아직 다녀오지는 안았지만 그 강연도 이번에 제의받은 이번 강연도 모두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둘 다 너무 기대되는 도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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